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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Asia - 신동아 특약

일본의 새로운 힘, ‘선택과 집중’을 주목하라

서양 경제학자가 쓴 ‘일본 쇠퇴론’ 반박

  • 글·울리카 샤다│UC샌디에이고 태평양지역연구대학원 교수│번역·강찬구│동아시아재단 간사│

일본의 새로운 힘, ‘선택과 집중’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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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방향 재설정을 마친 기업들은 이전에는 직접 자체 제작하던 투입 물자를 외부로부터 구매하는 방식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이들이 상당수의 부품제조 부문에서 손을 떼면서, 혁신적인 중소기업들이 성장해갈 수 있는 길을 터주게 된 것이다. JSR, 이비덴, 닛토덴코 같은 회사들은 일반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기업들이 아니므로 쉽게 간과되지만, 실제로는 만만찮은 역량을 갖춘 신생 다국적 기업들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대기업들도 과거에 부흥했던 사업을 청산하고 미래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데, 후지필름홀딩스나 신에쓰화학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이들은 이제 과거 20년 전 모습과는 닮은 점이 거의 없다. 토라이(TORAY)와 테이진(TEIJIN)은 더 이상 고루한 직물섬유회사가 아닌 소재개발회사다. 이들 두 기업은 세계 탄소 섬유 시장의 70%를 주무르고 있고, 각종 환경관련 필터와 의료용 인조박막 시장을 이끌고 있다.

진짜 주목해야 할 것

이러한 신(新)산업 위계구도의 등장은 ‘선택과 집중’의 노력이 일궈낸 가장 중요한 결과물이 될 것이다. 일본이 경쟁우위를 잃었다고 보는 이들은 20세기 수출시장을 이끌었던 기업들의 행보를 토대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분명 일부 기업은 경쟁력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방향 재설정 작업이 진행 중이며, 이 과정은 보통 족히 10년은 걸리는 일이다. 또한 남들과 차별화된 능력을 갖춘 신생 기업들이 부상하고 기존 기업들이 신생 산업부문으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늑장을 부린 일부 기업들의 몰락을 상쇄했다.

이들의 일차적 목표는 시장점유율이 아니다. 대신 이들은 수익을 지향한다. 이들의 새로운 강점은 관심을 갖고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제품 분야에서 빛을 발한다. 누구나 아는 일본의 대기업들을 분석하는 데에만 집착하다 보니 일본에 대해 잘못된 평가를 내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일본의 전략적 방향 재설정이 과연 어떤 방식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창출로 현실화될 것인지는 판단 내리기에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방향 재설정 작업의 결과물이 거시경제적 수치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앞서 말했듯 게으름을 피우던 많은 기업이 여전히 방향 전환을 끝마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1998년과 2006년 사이에 벌어진 일본의 전략적 변화는 한 사건이나 한 법안, 혹은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기, 세계화, 내부로부터의 압박과 사회변화 같은 다층적인 변수들이 융합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그 핵심내용은 쉽게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고 믿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잘못된 예측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최종 제품에만 강조점을 두는 무역통계의 숫자에 기대어 일본의 경제력을 가늠하는 것은 현실을 완전히 무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영어 원문은 http://globalasia. org/V5N1_Spring_2010/Ulrike_Schaede.html 참조)

*‘글로벌아시아(Global Asia)’는 동아시아재단이 발간하는 국제문제 전문 계간 영문저널이다. ‘21세기 아시아가 열어가는 세계적 변화의 형성과정을 주목한다’는 기조하에 아시아 지역 주요 현안에 관한 각국 전문가와 정책결정자들의 공론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 나얀 찬다 예일대 교수, 후나바시 요이치 아사히신문 주필,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 등 다양한 국적의 석학들이 편집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신동아 201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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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울리카 샤다│UC샌디에이고 태평양지역연구대학원 교수│번역·강찬구│동아시아재단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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