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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잊고 하루 19시간 강행군 ‘강대국에 약하다’ 단점 꼽혀

반기문 유엔 총장 리더십 논란의 실체

  • 박현진│동아일보 뉴욕 특파원 witness@donga.com

휴일 잊고 하루 19시간 강행군 ‘강대국에 약하다’ 단점 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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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총장의 회원국 순방 일정은 그의 말마따나 초인적이다. 70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왕성한 체력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NYT는 2013년 9월 반 총장을 ‘매일 19시간, 휴일도 잊고 일하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반 총장은 이를 두고 “총장을 그만둘 때까지의 운명”이라고 말한다. 유엔 내부에는 ‘총장이 유엔 조직을 관리하는 데 집중하지, 왜 그리 회원국을 순방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 반 총장의 해외 순방이 잦다보니 뉴욕에 부임한 지 반 년이 지나도록 총장과 면담 한 번 못한 특파원이 있을 정도다.

유엔 총장실에 따르면, 반 총장이 취임 후 지금까지 세계 각국을 순방한 거리를 환산하면 한 달에 지구를 한 바퀴씩 돈 셈이라고 한다. 그는 지진 피해를 당한 아이티, 내전 상태에 빠진 코트디부아르, 수단의 다르푸르 등 역대 총장이 가기를 꺼린 재난 현장을 꾸준히 살펴왔다. 알랭 르 로이 유엔 평화유지활동 사무차장은 “반 총장은 자신을 원하는 곳에는 언제나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토록 잦은 해외 순방의 편의를 위해 유엔 예산으로 총장 전용기 한 대쯤은 마련했을 줄 알았는데, 그는 회원국으로부터 편의를 제공받거나 직접 항공권을 예약하는 방식으로 세계를 누비고 있었다.

반 총장은 연임이 확정된 뒤 2011년 6월 뉴욕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수많은 인재(人災)를 볼 때마다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그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2013년 9월 중순, 시리아 사태 악화로 반 총장을 맹폭한 해외 언론들은 불과 한 주 뒤 반전을 보게 된다.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으로 미국 정부가 단독 무력 개입을 심각하게 검토하자 반 총장은 연일 “유엔의 승인 아래 무력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러고는 유엔의 틀 안에서 외교적인 해법을 찾도록 설파했다. 결국 미국은 무력 개입을 포기하고 이를 받아들였다.

이란 핵협상 단서 마련



이어 9월 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선 시리아의 화학무기 철폐를 위한 결의안이 처음으로 통과됐다. 이 결의안은 시리아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주재하에 화학무기 폐기 절차를 밟도록 했으며 이를 어길 경우 무력 개입을 허용한 유엔헌장 7장에 따라 무력조치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반 총장은 지난 11월에도 시리아 과도정부 수립을 위한 회담을 제안해 존 케리 미 국무장관 등 국제사회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를 위한 일정은 현재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반 총장은 2013년 9월 유엔총회 때도 막후협상 끝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중동 문제에 관한 기조연설을 하도록 이끌어냈다. 이를 기점으로 ‘P5+1(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 간 핵협상이 타결되면서 중동 정세는 해빙 무드로 접어들 조짐을 보였다. 핵협상을 극구 반대해온 이스라엘도 최근 태도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12월 초엔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이 “이란 대통령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집권 2기 중반을 맞으면서 골치 아픈 국제사회 현안에서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는 반 총장. 그는 그간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LA타임스’ 논설실장을 지낸 프리랜서 작가 톰 플레이트가 2013년 출간한 저서 ‘반기문과의 대화’에는 반 총장의 속내가 일부 녹아 있다. 반 총장과 관련한 책이 여럿 나왔지만 그가 직접 얘기한 내용을 담은 것은 이 책이 유일하다. 반 총장은 조용한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국제사회에서는 특정 인물이 강력한 슬로건 또는 신념을 내세우거나 소위 리더십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역동적으로 이끌어주길 바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지지를 받을 때에만 지도력이 힘을 발휘한다.”

이어 그는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과 개발도상국, 선진국 등 각각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유엔에서는 이를 균형 있게 조정하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런 외교를 매번 조용한 외교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항변한다.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언제든 융통성을 발휘해 이해관계를 모두 충족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도 있지만, 특정 사안과 연관된 회원국을 위해 카리스마를 드러내지 않는 것 또한 외교적 스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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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동아일보 뉴욕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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