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호

도심 속 ‘자동차 테마파크’ 교육·관광·홍보 1석3조 마케팅

독일 자동차시티를 가다

  • 독일 슈투트가르트·뮌헨·볼프스부르크 = 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입력2014-08-21 17:3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도심 속 ‘자동차 테마파크’ 교육·관광·홍보 1석3조 마케팅

    1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 생산된 벤츠가 ‘레전드 룸’에 전시돼 있다. 2 전시 공간이 미로처럼 흩어져 있는 BMW 박물관.

    바닥에서 분수가 시원하게 솟아오르자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아이들이 일제히 분수 속으로 달려든다. 춤추듯 이 모양 저 모양으로 하늘 높이 치솟던 물줄기 사이로 순간 ‘펑!’ 소리를 내며 물폭탄이 연달아 터져, 지나던 이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백발의 노부부가 다정히 산책을 즐기고, 어린아이들은 강을 향해 설치된 높은 그네를 탄다.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자유로우면서도 질서 있게 자리 잡은 이곳은 아우토슈타트(Autostadt·자동차도시)다.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고속철도로 1시간, 유럽 허브 공항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서 3시간이면 도착하는 볼프스부르크(Wolfsburg)에는 아우토슈타트가 자리 잡고 있다. 아우토슈타트 한 켠에는 지금도 하루에 4000여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공장이 있고, 다른 한 켠에는 유리벽으로 된 두 동의 거대한 자동차타워가 있다. 투명한 유리 타워에 24시간 이내에 출고될 800대의 신차를 고객에게 선보인다. 그밖에 폴크스바겐 자동차 변천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이트하우스(Zeithaus·시간의 집)와 폴크스바겐 그룹에서 생산하는 7종의 개별 자동차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아우토슈타트에 들어서면 맨 먼저 어린이를 위한 특별관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자동차학교를 운영하는데, 기초 교육을 이수하면 자동차 면허증을 발급해 미니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게 한다. 부딪혀도 다칠 위험이 없도록 곡선으로 마무리된 파스텔 톤의 깜찍한 놀이시설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아이들이 맘껏 뛰노는 동안 느긋하게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기 때문.

    아우토슈타트 곳곳에는 폴크스바겐이 만든 베스트셀러 카가 투명한 유리관에 전시돼 있는데,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를 방문한 날은 마침 토요일 오후라 주말 나들이를 나온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다. 휴양지에서 쉬고 있는 듯 한결같이 편안하고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신차 전시관에서는 최신형 폴크스바겐 자동차를 직접 시승해볼 수 있는데, 아버지가 시승한 아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조부모와 함께 3대가 차를 둘러보는 등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았다. 아우토슈타트는 일일 방문카드 외에도 연회원 카드와 단체 카드를 발급하는데, 연회원이 7만5000명을 넘는다고 한다. 볼거리, 체험거리가 많은 아우토슈타트에서 하루 이틀 더 머무르고픈 관광객과 새 차를 인수하러 먼 곳에서 찾아온 고객을 위해 아우토슈타트 안에는 특급 호텔까지 들어 서 있다.



    아우토슈타트는 개장 10년 만에 명실공히 자동차를 매개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체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독일의 10대 관광 명소로 꼽힐 뿐만 아니라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체험형 테마파크로 자리매김했다. 10년간 이곳을 찾은 방문객 수가 2000만 명을 돌파했고, 하루 평균 방문객이 5000명에 달한다. 아우토슈타트가 들어선 이후 독일 중소도시에 불과했던 볼프스부르크는 유럽은 물론 세계적인 유명 도시가 됐다.

    도심 속 ‘자동차 테마파크’ 교육·관광·홍보 1석3조 마케팅

    3 포르셰가 마치 레이싱 하듯 전시돼 있다. 4 아우토슈타트를 찾은 관람객이 분수 터널을 지나고 있다.



    도심 속 ‘자동차 테마파크’ 교육·관광·홍보 1석3조 마케팅

    1 벤츠 박물관은 DNA의 이중 나선구조를 형상화했다. 2 벤츠 박물관의 마지막 전시장인 ‘기술의 매혹’코스. 3 2차대전 때 벤츠가 만든 항공기 엔진들.

    세계사 속 벤츠

    세계 최고의 명차 메르세데스 벤츠는 독일 남부 바덴 뷔텐부르크 주도(州都) 슈투트가르트(Stuttgart)에서 만든다. 벤츠 본사 한쪽에는 인간의 유전자 정보가 담긴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형상화한 외관의 벤츠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벤츠 박물관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간 뒤 아래로 걸어 내려오며 관람하도록 구성돼 있다. 엘리베이터는 마치 타임머신을 떠올리게 하는데, 8층으로 향하는 동안 창밖 맞은편 벽에 벤츠의 역사를 스케치한 영상물이 상영된다. 8층에 도착하면 백마 한 마리가 관광객을 맞는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 말이 교통수단이었던 때로부터 벤츠의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나선형으로 돌아 내려오도록 구성된 전시장 왼쪽 벽면에는 시대별로 이슈가 된 역사적 장면이 담긴 사진이 연대기별로 전시돼 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발발’, 1969년 ‘인간의 첫 번째 달 착륙’, 1982년 ‘ET가 극장을 강타하다’ 식으로 제목이 붙어 있다. 오른쪽 주 전시장 역사관(레전드 룸)에는 벽면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 당시의 벤츠 모델들이 전시돼 있다. 조명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자동차들은 마치 형형색색의 보석처럼 눈부시다.

    벤츠 박물관은 층마다 여행, 짐차, 보조차, 셀레브러티(유명인) 등 테마별로 특별 전시관을 두고 있다. 셀레브러티 전시관에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탔던, 방탄유리가 설치된 의전용 벤츠부터 영국 다이애너비가 탔던 붉은색 벤츠까지 세계 각국 유명인사가 탔던 벤츠를 볼 수 있다. 그중 단연 인기 있는 차종은 1974년산 ‘메르세데스 벤츠 320’ 버스다. 1974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서독 선수들이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할 때 탔던 차량이다.

    독일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또다시 우승했기 때문일까. 이 버스는 관람객 누구나 직접 타볼 수 있도록 차문을 개방했다. 특히 버스 안에는 당시의 신나는 응원가도 틀어놓아 탑승객의 흥을 돋웠다. 러시아에서 왔다는 블라드미르(14)는 흥겨운 음악에 맞춰 한참동안 운전석에 앉아 운전하는 시늉을 하며 즐거워했다.

    벤츠의 마지막 전시관은 ‘기술의 매혹’ 코스. 벤츠 경주용 차량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준다. 마치 자동차 경주장에 와 있는 듯한 효과음이 현장감을 더한다. 벤츠 박물관 주차장에는 중국과 유럽 관광객을 태우고 온 대형버스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 뮌헨(Munich)에 위치한 BMW 박물관은 커다란 실린더 형상이다. 자동차 출고에서 시승까지 이루어지는 BMW 벨트 바로 옆에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도심에 위치해선지 박물관은 하루 종일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단체로 박물관을 찾은 독일 학생들이 특히 많았다.

    도심 속 ‘자동차 테마파크’ 교육·관광·홍보 1석3조 마케팅

    1 뮌헨에 위치한 실린더 형상의 BMW 박물관. 2 BMW가 만든 오토바이들. 3 차 문이 앞쪽에 달린 BMW.



    도심 속 ‘자동차 테마파크’ 교육·관광·홍보 1석3조 마케팅

    1 포르셰 박물관 로비에서 관람객이 휴식을 취한다. 2 각종 자동차대회에서 포르셰가 거머쥔 우승 트로피들.

    BMW 벨트

    BMW 박물관에 들어서면 구슬이 우주를 유영하듯 공중에서 움직이며 자동차 형태를 만들었다가 흩어지는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이어 벽면 한쪽에 두 바퀴 오토바이들이 공중에 떠 있는 듯 상하 벽면을 가득 채운 모습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초창기에 오토바이를 주로 만들었던 BMW답게 오토바이를 종류별로 전시해놓았다. 하얀 LED 등을 길고 짧게 설치해 전시물을 돋보이게 하는가 하면, 칠판에 기록하듯 해당 차에 대한 정보와 기록, 그래프, 사진을 정지 영상 혹은 동영상으로 보여줘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관람객이 직접 반응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스크린 테이블도 있다. 시대를 대표하는 BMW 차종을 하나하나 살펴보다보면 자동차 내부와 외관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BMW 전시장은 미로에서 숨바꼭질을 하듯 전후좌우에 전시관이 흩어져 있어 볼거리가 풍부한 것이 특징적이다. 또한 자동차들이 벽에 거미처럼 붙어 있거나, 층층이 매달린 재미있는 광경도 볼 수 있다. 테마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종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것도 인상적이다.

    층과 층 사이에는 차량 로고를 빈틈없이 전시해 홍보물 변천사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자동차의 진화 과정을 금방 알 수 있다. BMW가 만든 연대기별 엔진의 변화 과정도 일별할 수 있다. BMW가 인수한 영국 롤스로이스 전시관도 따로 마련돼 있고, 박물관 맨 아래층에는 수소자동차, 전기자동차 등 미래를 이끌어갈 차들이 전시돼 있다.

    BMW 박물관은 자동차 구석구석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연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박물관 전체를 둘러보고 나면 자동차 한 대를 입체적으로 독파한 듯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도심 속 ‘자동차 테마파크’ 교육·관광·홍보 1석3조 마케팅

    1 아우토슈타트의 명물 쌍둥이 자동차타워. 24시간 이내 출고될 차량을 투명한 유리를 통해 볼 수 있다. 2 1974년식 아우디가 아우토슈타트 주차장에 전시됐다.



    포르셰와 아우토반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포르셰 박물관은 TV를 통해 자동차 경주에서나 보았음직한 차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포르셰로 우승한 역대 자동차대회 우승컵과 우승 주역의 면면이 담긴 대형 사진이 눈길을 끈다. 경주용 스포츠카 내부를 들여다볼 수도 있고, 직접 타볼 수도 있다.

    박물관을 걷다보면 헬멧을 쓰고 마음에 드는 차를 하나 골라 곧바로 자동차 경주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다. 규모는 비록 크지 않지만, ‘더 빠르게’를 목표로 진화해온 경주용 차라는 특화된 영역을 전문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색다른 체험 공간이다.

    독일은 벤츠, BMW, 폴크스바겐 같은 세계 명차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덕에 자동차로 먹고사는 인구가 많다. 일례로 폴크스바겐이 위치한 도시 볼프스부르크는 폴크스바겐에 종사하는 인구가 도시 전체 인구의 70%에 달할 정도다. 벤츠와 폴크스바겐, BMW 박물관 등 어디를 가든 한국인과 중국인, 유럽 각국의 관광객이 눈에 띄었다. 기관이나 단체에서 견학을 온 경우도 많았다.

    굴뚝 없는 산업으로 고용유발효과가 큰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세계 각국이 사활을 걸고 뛰는 가운데, 독일은 자국이 강점을 가진 자동차를 매개로 다양한 박물관과 테마파크를 만들어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여한다.

    자동차는 이제 인간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인류 문화 발전에 중요한 축을 담당해 온 자동차는 누구나 보고 느끼고 공감할 많은 콘텐츠가 담긴 재미있고 유익한 소재다.

    그런 자동차를 테마로 한 박물관과 전시장은 세계 각국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관광상품이 된다. 독일이 자동차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자동차를 잘 만들어 많이 팔 뿐 아니라 박물관과 테마파크 등을 통해 미래 고객까지 선점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으로 부상한 우리나라에도 시민과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적극 소통할 수 있는 자동차 테마파크가 절실한 시점이다.

    현대차그룹, 한전 부지에 자동차 테마파크 건립 계획

    “문화·컨벤션 랜드마크 우뚝 세운다”


    도심 속 ‘자동차 테마파크’ 교육·관광·홍보 1석3조 마케팅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전경. 현대차그룹은 이곳에 자동차 테마파크를 조성하려 한다.

    “글로벌 5위 완성차 업체의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립해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한 그룹사를 통합 관리할 컨트롤타워 기능을 확보하고, 동시에 문화와 생활, 컨벤션 기능을 아우르는 랜드마크를 만들겠다.”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활용 방안을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룹 본사인 양재사옥 근무 인원이 5300명에 육박해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그룹 계열사가 수도권 여기저기에 산재해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임직원의 소통과 업무 조율 공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딜러와 고객 초청 등 280여 회에 달하는 행사를 해외에서 치렀고, 기아차 역시 연인원 2만 명이 참여한 각종 행사를 외국에서 치렀다. 본사는 국내에 있지만 숙박과 컨벤션 등을 일괄 처리할 충분한 인프라가 없기 때문. 현대차 측은 “서울 삼성동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세우면 그동안 해외에서 진행해온 크고 작은 행사를 국내에서 소화할 수 있어 매년 수백만 달러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한전이 삼성동 부지를 최고가 경쟁 입찰에 부쳐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현대차그룹의 인수계획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해외의 대규모 자본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입찰 가격을 높일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 지금까지 중국의 녹지그룹과 미국 라스베이거스샌즈그룹 등이 삼성동 한전 부지 입찰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부지 매각과 관련, 일각에서는 “해외 자본이 한전 부지를 인수하면 국부 유출 논란이 제기되는 것은 물론 제2의 론스타 사태와 같은 ‘먹튀’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삼성동 한전 부지는 7만9342㎡(약 2만4000평) 규모로 서울에 남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국부(國富)와 마찬가지인 이 땅이 누구 손에 넘어가 어떻게 활용될까. 과연 현대차가 삼성동 한전 부지 인수에 성공해 우리나라에도 독일 폴크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나 BMW의 BMW벨트와 같은 자동차 복합문화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