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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차르’ 푸틴

  • 윤성학 |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21세기 차르’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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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1세기 차르’로 불리는 푸틴을 너무 모른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오바마의 비아냥거림처럼 석유와 가스나 팔아먹고 불량 가짜 보드카로 수십 명의 국민이 죽어가는 무지와 야만의 나라에서 활개 치는 독재자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주도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신기술이나 글로벌 자본이지 국가주의나 종교적 에너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난해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큰 충격을 받았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고 문제아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을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푸틴이즘의 힘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미국의 정치학자 후쿠야마는 자유민주주의는 역사의 마지막 형태라고 선언했다. 후쿠야마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가 생각한 자유민주주의는 겨우 20년 정도 존재했다. 미국 주도의 단극 체제, 글로벌스탠더드는 점차 붕괴돼가고 있다. 이것을 극적으로 주장한 사람이 바로 푸틴이다.

‘포브스’는 2013년부터 무려 4년 연속 푸틴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선정했다. 세계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이나 신흥부자인 중국의 정상들은 그동안 한 번도 1등을 차지하지 못했다. 군사력에서는 미국에 훨씬 못 미치고 GDP(국내총생산)는 한국보다도 낮은 러시아의 대통령이 어떻게 4년 연속 1등을 차지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푸틴이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 때문이다.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 트럼프조차 푸틴에 동조하는 것은 푸틴이즘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에게 영감을 준 푸틴이즘은 2014년 10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외교전문가 포럼인 ‘발다이 토론 클럽(Valdai Discussion Club)’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012년 푸틴은 집권 3기를 시작하면서 세계를 보는 시각을 점차 수정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유럽이 가진 한계가 노출됐고 미국은 중동에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석유 가격의 폭락으로 경제위기 일보 직전까지 간 러시아에 대해 미국과 유럽은 나토를 통한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멈추지 않았다.



2014년 우크라이나의 친러 야누코비치 정권이 불법적으로 붕괴되면서 푸틴은 서방과의 모호한 관계를 확실히 할 필요를 느꼈다. 우크라이나의 폭력 시위를 배후 조종한 서방과는 단호한 선을 긋고 그동안 암묵적으로 추구해온 ‘유럽 속의 러시아’가 되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마침내 2014년 4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는 서방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합병됐다. 발다이 연설은 러시아의 크림 합병 이후 유럽과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고립이라는 상황에서 푸틴이 자신의 정당성을 제시하고자 하는 배경에서 나왔다.



미국 중심 ‘신질서’는 실패했다

푸틴은 1991년 소련의 붕괴 이후 미국 중심의 신질서가 성공하지 못했다고 규정한다. 세계 유일 패권국가가 된 미국은 통제가능한 세계질서와 조화, 균형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에서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지정학적 충돌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푸틴은 이론적으로도 영원한 패권국가는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냉전의 유일한 강대국으로 떠오르는 ‘단극의 순간(Unipolar Moment)’이란 개념을 제시한 찰스 크라우서머(Charles Krauthammer)조차 미국의 유일 패권은 길어야 25~30년에 불과하다고 했다.

푸틴은 미국의 패권이 실패한 이유로 모든 국가가 공감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을 꼽는다. 세계는 갈수록 행위 주체(국가, 기업, NGO 등)가 더 많아지고 있는데도 미국이 제시하는 ‘글로벌스탠더드’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푸틴은 미국 주도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게임하는 것을 거부했다. 크림 합병과 관련한 단호한 행동은 다른 나라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계없이 러시아의 이익이라고 생각한다면 강대국과의 충돌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준다.

푸틴은 발다이 클럽 연설에서 서방은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특정 국가들의 내부 불안정을 이유로 평화적 대화라는 방법 대신 폭력과 정부 전복 사태로 몰아갔다고 비난했다. 야누코비치 정권의 전복 이후 우크라이나는 경제와 사회 분야의 파국은 물론 내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은 러시아의 혼란으로 이어지고 지정학적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는 손을 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사태를 수습하는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 특히 러시아의 안보가 위협에 처하면 앞으로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푸틴은 밝혔다.

2014년 크림 합병 이전 러시아는 ‘유럽 속의 러시아’를 지향하면서 미국과 나토의 동진과 공격에도 인내심을 발휘하며 조심스럽게 대응해 왔지만 이후 전혀 다른 자세를 취한다. 냉전 이후 ‘유럽 속의 강대국’으로 축소됐던 러시아가 다시 국제무대에 복귀해 자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푸틴의 발다이선언

푸틴의 발다이선언은 더 이상 미국의 패권이 작동하지 않는 다극체제하에서 국제관계의 새로운 규칙을 제시한다. 앞으로 러시아의 이해가 걸려 있는 일이라면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직접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푸틴의 말대로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도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또한 나토가 동쪽으로 확장하는 것에 대해 단호한 대처로 방향을 바꾸었다. 나토의 새 미사일 기지가 들어서는 폴란드와 발틱 3국에 대해 러시아는 노골적인 적대와 압박을 가하고 있다.

푸틴은 크림을 넘어 러시아의 지정학적인 이해라고 간주한 중동 문제에도 과감히 개입했다. 2015년 11월 이집트 휴양지 샤름엘셰이크를 출발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러시아 여객기가 IS가 설치한 폭탄에 의해 공중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즉각 전략 폭격기 ‘Tu-160’, ‘Tu-95MS’를 동원해 IS가 점거한 이라크와 시리아의 도시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했다. 이후 러시아는 지상군까지 동원해 시리아 내전에 적극 가담했다.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기 전까지 서방은 IS의 발흥을 지켜보기만 했다. 오바마는 더 이상 중동에 발을 담그는 것을 꺼려했고 유럽은 지상군 참전을 거부했다. 여기에 반(反)인권적인 아사드 정권에 대한 혐오감이 더해지면서 시리아와 이라크는 힘의 공백 상태가 발생했다. 이 틈을 타 IS는 중동 전역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만약 러시아가 이때 적극 개입하지 않았다면 IS는 중동을 넘어 유라시아와 유럽까지 퍼져나갔을 것이다.

 푸틴은 시리아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확실한 메시지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 시리아와 중동, 나아가 아프리카와 유라시아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워 정권 교체를 추진하는 미국과 달리 러시아는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심지어 독재자라도 존중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중동과 유라시아 독재자들에게 이만큼 매력적인 메시지도 없을 것이다.

2015년 9월 유엔 총회에서 푸틴은 미국이 중동에서 정권 교체를 추구하다가 국가기관이 붕괴됐고 권력 공백이 생겼으며, 그 공백을 즉시 극단주의자와 테러리스트들이 메웠다고 비난했다. 반면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은 국가 기능을 보존함으로써 사담 후세인(이라크)과 무아마르 카다피(리비아)의 몰락에 따른 것과 같은 무정부 상태를 예방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사태 개입’ 그 이후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 개입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중대한 전략적 이익을 얻었다. 서방은 말로만 인권을 외치고 평화를 강요하지만 러시아는 실천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푸틴의 성공적인 시리아 사태 개입 이후 러시아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서방에서는 여전히 러시아를 국제적 규범과 관례를 무시하는 나라로 비난하지만 자국 내의 심각한 문제로 고민하는 독재자들에게 러시아야말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였다. 터키의 에르도안, 중앙아시아와 중동의 독재자들도 러시아에 호감을 보였으며 심지어 필리핀의 두테르테와 북한의 김정은도 푸틴을 좋아하게 됐다.

세계의 스트롱맨(독재자)들은 글로벌스탠더드로 자신을 괴롭히는 미국보다 독재체제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러시아의 우산 아래 들어가고자 했다. 개발도상국의 독재자에겐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미국보다 러시아가 더 친구처럼 보였을 것이다.

푸틴의 친구들은 동유럽에서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과거 소련 연방에 속했던 동유럽 국가들에서 친러시아를 내건 정당이 집권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0년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반러시아를 고수하던 바키예프 대통령이 시민혁명으로 축출됐다. 2016년 우즈베키스탄에도 반러시아주의를 외친 카리모프가 죽은 후 친러시아에 가까운 미르지요예프가 집권에 성공했다.

지난해 불가리아와 몰도바에서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친러시아 성향 후보들이 당선됐다. 불가리아에서는 집권 친유럽 성향의 정당이 패배하고 친러시아 성향의 무소속 후보인 루멘 라데프가 대통령이 됐다. 전 공군 조종사인 라데프는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에 부과된 서방의 경제제재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친러시아 사회당의 강력한 지원을 받았다.

루마니아계와 러시아계로 분열돼 있던 동유럽 소국 몰도바에서도 친러시아 노선으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사회주의자당’의 이고리 도돈이 대통령이 됐다. 도돈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2014년 EU와 체결한 협력협정을 무효로 하겠다고 주장했다. 루마니아에서는 2016년 12월 총선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사회민주당이 승리했다

아시아에서도 푸틴의 친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시진핑 주석은 누구보다도 푸틴을 닮고 싶어 한다. 푸틴과 같이 국민적 인기를 누리며 장기집권을 하고 싶은 것이다. 푸틴은 총리직과 개헌을 거쳐 2024년까지 24년 권좌를 확보했다. 중국의 일부 언론들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선 시 주석이 최단 20년 집권해야 한다”는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

중국은 2014년 러시아가 고립됐을 때 다른 어떤 나라보다 러시아에 대한 투자와 경제협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야쿠츠크의 가스를 중국으로 연결하는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 건설이 2014년부터 시작됐고 이후 러시아와 중국 국경을 연결하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중국 여론도 미국과 맞짱 뜨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푸틴에 대한 호감이 높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또한 러시아의 대외정책에 공감을 표시하며 올해에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마약과의 전쟁’에서 오바마의 충고에 화가 단단히 난 두테르테는 푸틴을 자신의 ‘영웅’이라고 부르며 공공연한 존경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또한 시진핑보다는 푸틴을 더 좋아한다. 북한 매체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연하장을 보낸 각국 지도자들을 열거할 때,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러시아를 중국보다 먼저 호명했다. 푸틴과 김정은은 2015년 정상회담을 추진한 적도 있다.

푸틴의 최고 친구는 트럼프다.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푸틴이 오바마보다 훨씬 나은 리더십을 가졌다. 푸틴은 오바마보다 더 일을 잘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를 20일 남기고 러시아에 초강경 제재를 가했지만 정작 푸틴과 트럼프의 밀월은 강도를 높이고 있다.

언론에서는 두 사람을 ‘트럼푸틴(TRUMPUTIN)’이라 부르며 향후 국제관계의 새로운 구도를 점치고 있다. 트럼푸틴은 미국 외교정책의 ‘러시아 회귀(pivot to Russia)’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노선이 트럼프의 ‘러시아 회귀’로 대체될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힘을 합쳐 미국의 실질적인 경쟁자로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갈수록 푸틴의 친구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푸틴의 매력을 잘 분석하면 푸틴 리더십의 특징을 알 수가 있다. 무엇보다 푸틴은 강력한 실천력을 갖고 있다. 문제가 있으면 회피하지 않고 곧 행동에 돌입한다. 푸틴은 오바마와 같이 민주적인 리더십보다는 카리스마형 리더십에 가깝다. 민주적 리더십은 지루하고 답답하다. 반면 카리스마형 리더십은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와 같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과정은 전광석화와 같았다. 야누코비치 정권의 축출로 위기에 빠졌던 러시아가 곧바로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러시아는 2014년 이후 유가 하락과 서방의 경제 제재로 환율이 폭락하고 성장률이 마이너스 상황이다. 경제 수준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러시아 국민의 87%가 푸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세계의 다른 정치지도자들이 푸틴 리더십을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세계는 오랜 경기 침체와 테러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로봇과 인공지능(AI) 등 일자리를 위협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닥치고 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불안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유약해 보이는 민주적 리더십보다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스트롱맨(strongman)을 선호한다.

푸틴 리더십의 또 다른 특징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푸틴은 다른 국가에다 인권, 자유시장, 민주주의, 환경 등에 관해 충고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은 지난 몇십 년 동안 글로벌스탠더드로 세상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세계 문제에 힘을 쏟다 보니 미국은 정작 자국민을 챙기지 못했다. 이 틈을 타고 중국은 값싼 상품을 만들어 미국 시장을 장악했다.

푸틴은 외교란 ‘자국의 이익 실현’이라는 지극히 현실주의적 진리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자국에 이익이 된다면 옆에서 뭐라고 비난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푸틴은 크림 합병, 그리고 2008년 조지아 침공에 대한 세계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푸틴의 친구들이 주목하는 것은 적어도 국가 지도자라면 자국 이익을 위해 명분 같은 것은 따지지 말고 철저하게 현실주의자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가장 먼저 이것을 깨닫고 ‘America First’라는 구호로 미국의 대통령이 됐다.

마지막으로 푸틴은 소통과 경청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 보통 국가지도자가 되면 들으려 하기보다는 말하려 하고, 설교하려 하고, 설법하려 한다. 인류가 직면한 추상적인 고민에 몰두하고 서민의 고통에는 무감해진다. 푸틴은 2001년부터 매년 연말 ‘국민과의 대화’라는 생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3시간 이상 걸리는데 2013년에는 무려 4시간 47분을 쉬지 않고 국민들과 전화, 인터넷, 기자회견 등을 통해 소통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재미있는 것은 일반 시민들도 무작위로 출연해 대화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민원성 질문도 많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푸틴이 돌발 상황에 가까운 지엽적인 질문에도 거의 막힘없이 답변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국정 구석구석을 챙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푸틴은 2009년 총리 재임 시 철강재벌 데리파스카를 불러 합의문과 펜을 집어 던지며 임금 체불을 해결하라고 호통 쳤다. 푸틴이 장관이나 주지사를 불러 장시간 동안 현안을 토론하는 장면을 TV로 보는 것은 러시아에서는 일상이다.



북한 문제에서 충돌 가능성

푸틴과 트럼프가 앞으로 전개할 세계질서와 한반도 정책은 과거와는 전혀 다를 것이다. 트럼프는 오바마와 달리 북한 문제를 미국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북한 자체는 관심도 없고 미국의 이해에 영향력도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의미가 있는 것은 중국을 고립화하거나 한국에 더 많은 방위비를 올리는 조커로 사용될 경우다. 한반도에 긴장관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북한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생각한다. 북한이 5차, 6차 핵실험을 한다면 미국은 북한에 대한 과시성 무력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중국과의 극단적 마찰을 꺼려한 오바마와 달리 트럼프는 중국이나 국제사회를 무시하고 일방통행 식으로 북한에 대한 무력 제재를 주저 없이 진행할 것이다.  

트럼프와 달리 푸틴은 북한에 대한 어떠한 개입도 반대한다. 러시아가 시리아 사태에서 부패하고 반인권적인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였듯이 러시아는 김정은 정권이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외부에 의한 레짐 체인지는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와 푸틴의 의견 충돌이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극동 개발에 적극 참여해야

북한에 대한 무력 제재가 논의되는 순간부터 한국은 심각한 안보 리스크에 놓일 수밖에 없다. 북미 간 어떤 식으로든 무력 대결 양상이 나타난다면 한국의 경제나 안보는 절체절명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다. 미국의 무력 제재에 북한이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없는 북한은 한국에 주둔한 주한미군이나 한국을 상대로 반격에 나설 것이다.

북한을 국제문제화하지 않고 한반도에 긴장을 완화하려면 차기 정부는 러시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러시아가 한국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면 푸틴은 트럼프를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푸틴이 자신의 정책 트레이드로 생각하는 극동 개발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극동 개발이 구체화하고 성과가 있으면 러시아가 북한이 골칫거리가 되는 것을 꺼려해 미국을 설득하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에게 잘 보이려고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보다 러시아 극동 개발에 수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율성이 높다.

한국은 푸틴을 자국 영토 문제 해결의 파트너로 보고 전력을 기울이는 아베에게서 배워야 한다. 트럼프와 푸틴이 앞으로 세계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베는 지난 두 달 사이 푸틴과 트럼프를 모두 만났다. 트럼프에게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거부라는 딱지를 맞았고 푸틴에게는 북방 도서 하나도 얻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베는 올해 초에 또 이들과 각각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아베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외교를 주도하면 한국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빨리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할 이유가 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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