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호

사주학 박사 1호 윤태현이 풀이하는 ‘사주와 인생’

  • 안영배 ojong@donga.com

    입력2006-07-28 13: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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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어가는 말

    인간의 운명을 예측하는 상수역(象數易) 연구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박사가 탄생했다. 최근 동국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윤태현씨(尹太鉉·52·혜성역학원장)가 그 주인공. 17년간 서울시 공무원으로 재직하며 국내 최초의 역학소설 ‘팔자(八字)’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윤씨의 학위논문은 ‘경방(京房) 역(易)의 연구’. 경방(기원전 77∼37년)은 음양오행으로 인간의 운명 변화를 예측하는 방법을 집대성한 중국 한(漢)나라 초기의 상수 역학자다.

    국내에서 주역을 의리역 입장에서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많지만 상수역으로 학위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행설 사주 관상 등 상수 역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분야를, 의리역 학자들이 술법 혹은 미신으로 치부해 배척해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윤씨는 상수역으로 학위를 받는 과정에 오해와 편견에 시달렸다고 고백한다. 윤씨가 상수역학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도전해 논문을 낸 것은 지난해의 일. 그러나 논문통과가 좌절돼 대폭 수정을 해야 했다. 그러다가 올해 논문심사에서도 심사위원이 3명이나 교체되는 등 진통을 겪으면서 통과됐다.

    윤씨는 “기존 학계에서는 주역을 이론적으로 연구하는 의리학(義理學)만 중시하고 실생활에 더 필요한 운명과 사주팔자 등의 상수학을 천시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라고 주장하면서 “상수역은 응용 역학으로 귀납적이나 통계학적으로 충분히 증명될 수 있으며, 학계에서 이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나도 팔자대로 살아”

    윤씨의 운명학에 대한 연구는 그 개인사적 뿌리가 깊다. 그가 사주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충남대 1년생이던 68년 친구들과 계룡산에 놀러갔다가 그곳의 사찰에서 한 스님을 만나 우연히 ‘명리’라는 책을 접하면서부터. 그는 사주팔자를 풀이한 이 책에 푹 빠져 들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에도 전국의 유명하다는 역학가를 찾아다니면서 ‘수련’에 들어갔다. 이름난 정치가나 군인들의 사주를 애써 입수했고 지나가던 거지에게 돈을 주고 사주를 사서는 분석하고 연구했다.

    그는 먹고 살기 위해 대학졸업 후 잠시 학원강사를 하다 서울시 7급 공무원으로 채용돼 서울시청에 몸담았다. 공직생활을 하면서 윤씨는 재미삼아 동료들의 사주를 봐주기 시작했다. 윤씨의 풀이가 신통하게 맞아떨어지자 갖가지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들었다. 윤씨는 본업보다는 곧 ‘인생 상담자’로 유명해졌다.

    그러다가 93년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공무원 생활을 청산, 본격적으로 운명학 연구의 길로 들어섰다. 이 행동을 두고 그 자신은 ‘팔자소관’ 이라고 말한다.

    “내 사주에는 문성(文星)이 들어 있어서, 문서와 글을 다루는 교사·공무원·작가가 적합한데 이 모든 것을 다 거쳤으니 이것을 보더라도 사주가 맞는 것 아닙니까.”

    사실 그가 본격적인 역학의 길로 들어선 데는 계기가 있었다. 사주와 주역을 공부하면서 그가 늘 궁금하게 여기던 것은 주역에는 상괘(上卦)가 8, 하괘(下卦)가 8, 변효(變爻)가 6 해서 총 384수(8×8×6=384)가 있는데 비해, 토정 이지함 선생이 썼다고 전해지는 ‘토정비결’에는 왜 144수(8×6×3=144)밖에 없느냐는 것이었다.

    의문에 사로잡혀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충남보령에 있는 토정의 묘소에 참배하고 잠이 들었다. 이때 믿어지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토정이 꿈에 나타나 그에게 ‘대동야승’을 보라고 권유한 것이다. 잠에서 깬 그는 바로 그 책을 찾아 읽었다. 거기에는 토정에 관한 비화인 ‘청홍도 사건’이 언급돼 있었고, 그는 마침내 비밀을 풀어냈다.

    “정초에 신수를 보는 ‘토정비결’은 사실 토정이 지은 책이 아닙니다. 토정 사후에 누군가가 지은, 주역을 해설한 것에 지나지 않는 책인데 천문과 지리와 복서에 뛰어났던 토정의 이름을 빌려 유포한 것입니다.

    토정이 살던 시대의 생활풍습을 기록한 ‘동도잡기(東都雜記)’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그 시대에 정초가 되면 명리학(사주학)인 오행으로 점을 쳤다는 얘기는 있으나 ‘토정비결’로 1년 신수를 보았다는 기록은 없어요. 그러다가 토정 사후 200여년이 지나서야 정초가 되면 ‘토정비결’로 한해의 운수를 점쳤다는 기록이 나와요. 이를 보아도 ‘토정비결’이 토정의 저서가 아님은 분명하지요.”



    토정을 스승으로 삼아

    윤씨는 토정이 직접 저술한 책은 ‘토정가장결’과 ‘월영도’ 뿐이라고 말한다. 병란 등 나라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두고보라고 지은 ‘토정가장결’은 윤씨가 이미 해석한 바 있다. 또 주역과 홍연진결을 종합한 ‘월영도’는 미래를 아는 책 중에서 최고수준이지만 푸는 방법이 어려워 보통사람은 접근조차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평. 시중에 나도는 ‘토정비결’은 토정의 ‘월영도’를 모방한 주역서를 만들어 토정의 이름을 가탁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게 결론이다.

    아무튼 윤씨의 토정선생에 대한 애정은 신앙에 가깝다. 동국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을 때도 ‘토정의 사회개혁사상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취득했을 정도다. 그리고 그의 사무실(02-707-3488) 역시 토정이 말년에 지냈다는 마포에 자리잡고 있다.

    그는 역학을 단지 점치는 기술이라거나 비과학적인 술수로 비난하면 참지 못한다. 그러나 무속인들이 횡액을 막아준다며 부적을 쓰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눈살을 찌푸린다.

    토정선생의 ‘적선사상’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그는 사주풀이를 즐긴다. 그간 윤씨의 고객은 줄잡아도 5만여명. 국회의원에서 시 고위간부까지 유명인도 수두룩하다.

    그는 역학가로서, 사주를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지만 사주에만 기대는 것은 금물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고 말한다.

    “좋은 사주를 타고나도 배움이 없거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윤씨는 각고의 노력 끝에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상수역학 연구에 대한 열정은 조금도 식지 않고 있다. 조만간 홍콩, 대만 등지에서 유행하는 ‘철판신수(鐵板身數)’가 어떤 역학체계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홍콩으로 떠날 예정이다.

    ‘신동아’는 학문적 태도로 역학에 접근하고 있는 윤씨에게 사주 역학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접근 태도를 공개해달라고 부탁했다. 독자들이 일상사에서 궁금하게 여길 내용들을 모아 ‘문답 형식’으로 진행한다.

    Q 인간의 운명을 예측하는 역술계에서는 사주학이 운명을 점치는데 제일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고, 관상을 최고로 치는 사람도 있고, 풍수가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 자기가 선호하는 것을 제일로 치는 바람에 혼동이 오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A 저는 인간의 길흉을 결정하는 운명적인 요소가 다섯가지가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주 즉 선천적인 운명이 35% 정도, 후천적인 요소인 노력 즉 심상(心相)이 30% 정도, 당사자의 주변 환경이 15%, 관상이 15%, 성명학(이름)이 5%정도라고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종합하여 100점 만점에 한 사람이 90점 이상이 되었을 때 출세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제 아무리 사주와 관상이 좋다고 해도 노력을 안할 경우 총점이 60점 대에 머물러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아무리 노력을 해도 운이 나쁜 사람은 실패를 피할 수 없다는 것도 오랜 역학생활에서 관찰한 결과입니다. 이렇게 운수는 총체적으로 봐야지 어느 한 가지만 보면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어떤 사람의 경우 본인의 사주나 관상이 궁상(窮相)으로 굶을 팔자인데, 형제나 처덕이나 자식덕이 있어 호의호식하는 것을 보면 저의 말에 공감을 하실 겁니다.

    참고로 손금을 보는 수상(手相)은 관상의 한 부분으로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관상(觀相)에서 수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미미하므로 저는 수상은 아예 보지 않습니다.

    Q 연월일시를 이용해 인생의 운명을 푼다는 사주학은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이며, 언제 어떻게 성립됐나요?

    A 좋은 물음입니다. 어떤 해의 간지(干支), 예를 들어 갑자 을축 등을 연주(年柱)라 하고, 어떤 달의 간지를 월주(月柱)라 하고, 어떤 날의 간지를 일주(日柱)라 하고, 어떤 시의 간지를 시주(時柱)라고 합니다. 이렇게 연원일시 네 개의 주(柱)가 있어 사주(四柱)라고 하고, 각각의 기둥(柱)에는 2개의 글자가 있어 모두 8개의 글자이므로 8자(八字)라고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좋습니다.

    연주는 흔히 세차(歲次)라고도 하는데, 1980년의 연주는 경신(庚申)이고 올해 2000년은 경진(庚辰)이 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어요. 사주학에서 따지는 연주는 양력 1월1일이나 음력 설 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입춘을 기준으로 합니다. 입춘은 반드시 양력 2월4일, 아니면 2월5일인데 이 날이 넘어야 비로소 연주가 바뀌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양력으로 2000년 1월15일생의 연주는 경진이 아니라 그 전 해인 1999년 기묘(己卯)가 되지요.

    즉 사주학은 태음력이 아닌 태양력을 채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동양 최고(最古)의 의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 인간의 체질을 따질 때 쓰는 오운육기(五運六氣)도 태양력입니다.



    60갑자 탄생의 비밀

    그러면 여기서 갑자(甲子)년이니 을축(乙丑)년이니 하는 한 해의 연주는 어떻게 정했을까? 이것은 역법(曆法)에서 기원합니다.

    태양 주위에는 여러 행성이 돌고 있습니다. 태양 가까이로부터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순으로 태양을 따라 돕니다. 그런데 이런 행성들은 크기와 질량이 달라 공전 주기도 다릅니다. 그렇다보니 이런 행성들이 어느 시기에는 일직선을 이루는 수가 있습니다. 바로 이때를 동양의 천문학에서는 갑자년으로 잡은 것입니다.

    1984년 갑자년에도 태양계의 행성들이 일렬(一列)로 배열된 적이 있었으며, 이런 행성들은 위치에 따라 기(氣)를 받는 정도가 달라 황제내경에서도 오운육기를 정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또 태양의 행성들이 일직선이 되는 주기는 180년입니다. 60갑자가 3번 있는 셈이지요. 그래서 흔히 처음 60년을 상원(上元)갑자, 다음 60년은 중원(中元)갑자, 마지막 60년은 하원(下元)갑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같은 갑자년이라고 해도 상원 갑자년과 하원 갑자년을 다르게 봅니다.

    이렇게 중국 하나라 이전의 전설적 임금인 황제시대에 이미 상원, 중원, 하원 갑자가 생겼다고 하니 그 당시 천문학이 얼마나 발달했었나를 추측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60 갑자 중에 개인의 운명에 관여하는 8자를 선택해 풀이하는 사주 역시 따지고 보면 동양 천문학에 근거한 것이지요.

    사주학의 근원은 아마 당나라 시기부터일 것입니다. 이때는 연지(年支), 즉 그 해의 띠를 중심으로 하는 당사주가 유행했어요. 쥐띠는 천귀성(天貴星), 소띠는 천액성(天厄星), 호랑이띠는 천권성(天權星)이라 하여 그 길흉을 따졌고 다음에는 태어난 달로 역시 해당 띠를 따져 길흉을 판단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이는 주로 신살(神殺)을 위주로 하는 것으로 이론적인 근거는 약합니다.

    그러다가 송나라 초기(서기 950∼970년대)에 서자평(徐子平)이라는 인물이 태어난 날의 천간(天干), 즉 일주(日柱)를 중심으로 오행의 상생상극(相生相剋) 이론에 따라 길흉을 판단하는 사주학(四柱學)을 창안했고, 오늘날까지 우리가 이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과학적이며 인간의 대운(大運)까지 따지는 것으로 사람들의 운명을 아는데 신기할 정도로 적중률이 높습니다. 미래를 아는 학문 중에서 사주학 즉 명리학을 능가할 이론은 없다고 저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Q 서양 점성학에서는 사람이 태어난 시간대 뿐만 아니라 공간(태어난 장소)도 따지는데, 사주에는 그런 요소가 없나요? 없다면 사주가 점성학보다 부정확하지는 않을까요?

    A 서양의 점성술은 월을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그 달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같은 운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동양의 명리학(命理學)에 비해 적중률이 5분의 1 수준이라 판단됩니다.



    쌍둥이의 운명도 달라

    Q 같은 연월일시에 태어난 사람들은 사주가 같습니다. 그런데도 왜 그들의 인생행로는 다를까요? 또 같은 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앞에서 운명을 좌우하는 요소는 다섯가지가 있으며, 그중에서 사주는 35% 정도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사주가 같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나 운명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인 관상, 부모와 처 등 가족 환경, 이름까지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사람도 없습니다. 그래서 같은 사주라도 인생 행로가 같다고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Q 쌍둥이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사주가 같고 환경이 유사하지 않습니까?

    A 쌍둥이의 사주를 볼 때는 일반 사람과 달리 합사주(合四柱)를 봐야 합니다. 전문적으로 해석하자면 이때 대운이 상반되므로 운명도 판이할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1944년 음력 5월24일 신(申)시(오후 3시~5시)에 태어난 쌍둥이가 있습니다. 먼저 태어난 형의 사주는 연주는 갑신(甲申), 월주는 신미(辛未), 일주는 기묘(己卯), 시주는 병신(丙申)이 됩니다. 반면에 동생은 연주는 갑신에 영향받는 기사(己巳), 월주는 신미에 영향받는 병오(丙午), 일주는 기묘에 영향받는 갑술(甲戌), 시주는 병신에 영향받는 신사(辛巳)가 되어 사주가 전혀 다릅니다.

    실제로 두 사람의 인생도 아주 달랐습니다. 형은 돈이 없고 직장 생활을 하는 반면 동생은 사업에 투신하여 100억원을 벌었습니다. 그러나 형제간에 우애가 없어서 동생은 가난한 형을 도와주지 않않어요. 이는 두 사람이 어렸을 때 부모가 말을 잘 듣고 공부를 잘하는 형만 귀여워하는 바람에 동생이 이기적인 성격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Q 태어난 시를 모르면 사주를 풀 수 없습니까? (태어난 시를 아는 법)

    A 사주는 태어난 날의 천간(天干)을 중심으로 하여 보는 것이므로 시를 모른다고 사주를 풀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이 지내온 과거와 현재 상황을 보면 그 사람이 태어난 시를 잡아낼 수 있습니다.

    Q 대운(大運)에 소운(小運)이 꺾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IMF 같은 대형 사건에 휩쓸려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거나 경제적 고통을 겪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A IMF 같은 국가의 대형사건을 논하려면, 이는 국운(國運)과 당시 대통령의 사주를 보아야 합니다. IMF가 일어나기 1년 전부터 저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고 여러 곳에서 강의하여 빈축을 샀습니다. 후에 이것이 사실로 들어맞아 놀라기도 했지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경(庚) 자가 들어간 해가 되면 큰 변동이 있었습니다. 8·15 광복부터 따지기만 해도 1950년 경인년에 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 전쟁이 발발했고, 1960년 경자년에는 이승만 정권에 대항하여 4·19 혁명이 있었습니다. 1980년 경신년에는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Q 요즘 인터넷을 보면 개인의 사주에 맞추어 주식 종목을 골라주는 등 사주와 주식투자를 접목시킨 웹 사이트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주와 주식투자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요?

    A 주식의 등락은 귀신도 모른다고 합니다. 국내외 정치나 사회 변수, 기관투자가나 개인투자자들의 성향에 따라 종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므로 귀신도 모른다고 하는 것입니다. 저도 저의 사주상 일진(日辰)의 길흉에 따라 시험삼아 주식투자을 해보았으나, 성공률은 50%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그 전날 꿈의 길흉에 따라 매매를 하였더니 성공률이 상당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저는 7월에 이미 주식에서 손을 뗐습니다.

    Q 요즘 이혼문제는 더 이상 뉴스가 되지 못할 정도로 흔한 상황이 됐습니다. 결혼을 두 번 이상 해야 하는 사주팔자란 게 따로 있는 겁니까?

    A 사주와 관상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 출세 여부, 섹스의 강약, 대운의 유무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랑과 신부감의 사주로 이런 요소들을 비교해보면 천생배필인지 이혼할 부부인지 알 수 있습니다.

    남자가 정력이 강한데 여자가 섹스를 싫어한다거나, 여자가 음기가 아주 강한데 남자가 정력이 약하다면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결혼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결혼 후 비록 성격이나 부부생활이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심성, 즉 노력하고 인내를 하면 그 부부는 해로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심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Q 결혼을 해서는 절대로 안되는 궁합이 있습니까? 반대로 가장 이상적인 궁합이란 게 있습니까?

    A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했고,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타계한 우리나라 고승인 탄허 스님은 한나라 왕충(王充)의 ‘성(性) 3품설’ 이론에 따라 성선, 성악, 환경에 따라 변하는 보통, 이렇게 세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본질적으로 성품이 악한 사람이 있긴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앞에서 논한 환경, 즉 성장한 과정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도벽이 있거나 변강쇠나 옥녀의 사주를 타고난 사람이 있습니다. 궁합이 맞다면 모르지만 이런 사주와는 되도록이면 결혼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관상과 사주를 같이 보아야지, 사주만 본다거나 관상만 보아서는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반면에 이상적인 궁합이란 성격이 맞고 속궁합이 맞는 사주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주만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의 관상을 보아야 합니다. 사람은 활동을 하는 존재이고, 자기 자신이나 시대가 항상 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는 상대가 보잘 것 없다고 해서 관상학적으로 장차 용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미꾸라지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Q 아이에게 좋은 사주를 주기 위해 출산 날짜를 고르는 임산부들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을 경우에도 그 아이의 사주는 맞습니까?

    A 20여년 전에 제 친구 처가 임신을 하여 아이를 낳으려는데, 병원에서 태아가 너무 커서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기에 기왕 그럴 바에야 저에게 수술 날짜를 잡아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좋은 날짜를 잡아주며 이 아이는 커서 S대 법대로 진학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얼마 전에 S대 법대는 아니지만 K대 법대에 특차로 들어갔습니다. 또 그와 비슷한 시기에 저의 친척은 자연 분만을 하였는데, 태어난 아이는 국(國)자 이름이 있는 대학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언을 했는데, 과연 그렇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사례를 볼 때 제왕절개하여 태어난 아이도 사주가 맞는다는 것을 20여년이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그런데 조심해야 할 점은 시중에는 제왕절개 날짜를 잘못 잡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역학을 많이 연구하고 양심적인 사람에게 날짜를 잡아야 합니다.

    Q 흔히 삼재수에 들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삼재란 무엇이며, 얼마나 참고할 만한 것입니까?

    A 삼재(三災)란 천재(天災) 지재(地災) 인재(人災), 세 가지 재앙을 말하는 것으로 당사주에서 기원한 말입니다. 당시 당나라 등 큰나라에서는 전쟁을 1년간 치르고 3년 쉬고, 다시 다음 해에 전쟁을 치르는 일을 하였기 때문에 이런 말이 생긴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원숭이띠·쥐띠·용띠는 인묘진(寅卯辰)이 들어간 해가 삼재가 됩니다.

    이는 주로 무당 등 역학 이론이 약한 사람들이 손님들에게 겁을 주어 부적을 쓰거나 굿을 하라고 위협할 때 많이 들먹거리는 신살(神殺)입니다.

    저는 삼재를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쥐띠인데 1986년이 병인년으로 삼재가 시작되고 당시 제 나이는 39세였습니다. ‘삼재에 아홉 수’가 든 것이지요. 이는 무당들이 제일 겁주고 금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해 양력 4월에 ‘팔자’라는 소설을 써서 10여만 부가 팔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그 이후 유명 역학인이 되었습니다. 이로 보아 삼재는 믿을 만한 것이 못되는 것입니다. 또 삼재론과 같은 당사주는 이론에 맞지 않아서 서자평이 명리학을 창안한 것입니다.



    사주와 직업운



    Q 사주와 직업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습니까. 예를 들어 재벌, 정치인, 연예인 등 특정한 직업군의 사주에 공통점이 있는지요?

    A 사주는 태어난 날인 일주(日柱)를 중심으로 사주의 격국(格局)을 정하여 용신(用神)을 잡는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 풀게 됩니다. 그래서 개인개인이 경우의 수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공통점을 짚어 말하기 곤란한 점이 있습니다.

    다만 용신이 강력하고 대운이 좋아야 재벌이나 유명 연예인, 정치인, 장군 등이 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사주를 볼 때는 타고난 그릇이라고 하는 ‘격국’과, 용이 물을 만나야 승천하듯 ‘대운’이라는 때를 살펴봐야 합니다.

    예를 들면 격국은 좋으나 대운이 없다면 영웅이 달빛을 보면서 신세를 한탄하는 격이지요. 반면에 용신은 약하지만 대운이 좋다면 그 사람은 그 분야에서 대성(大成)은 못할지라도 소성(小成)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박정희 전대통령의 사주를 한번 볼까요? 박정희의 사주는 정사(丁巳)년, 신해(辛亥)월, 경신(庚申)일, 무인(戊寅)시입니다. 지지에 인신사해가 있어 사주에서는 귀격(貴格)이라 봅니다. 즉 그릇이 아주 좋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육군 소장으로 정권을 잡아 우리나라 경제를 이 만큼 발전시키는 기반을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인신사해는 여자 관계가 매우 복잡한 사주이기도 하지요.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김구의 사주는 병자(丙子)년, 병신(丙申)월, 기사(己巳)일, 갑자(甲子) 시입니다. 용신은 병화(丙火)로 천간에 두 개나 있고 강하여 격국이 아주 큰 사주입니다. 그러나 때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대운이 용신인 병화와는 맞지 않는 금수(金水)운으로 흐르다가 병화에 도움되는 인(寅) 대운에 이르러서야 임시정부 주석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진(甲辰) 대운에 해당하는 기축년(1949)에 시운이 불길하여 흉사를 당한 것입니다. 이렇게 용신과 대운을 보면 그 사람의 길흉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Q 액막음용 부적은 효력이 있나요, 없나요?

    A 사람은 수도를 하면 누구나 도를 통할 수 있습니다. 이를 불교에서는 부처가 된다고 하고, 예수교에서는 성령을 받는다고 하고, 무당들은 신을 받았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도가 통하면 미래를 예측하고 자기 법신(法身)이나 화신(化身)을 만들어낼 수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신(神)입니다.

    그런데 이런 신은 절대적이며 남의 길흉을 좌우할 수는 없는 신이며, 무엇을 창조하거나 흉을 길로 바꿀 수는 없고, 기도를 하면 좋은 길로 인도할 수 있으나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세상은 흉한 일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아, 길흉이 있어 변화가 일어난다는 주역의 원리에도 어긋나는 것입니다.

    만약 부적을 써서 남의 흉을 길로 바꿔주는 그런 신통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기자신에게 부적을 써서 자기 운명부터 바꿔 장관이 되거나 재벌이 되지 남에게 부적을 써줄 리가 있습니까? 그래서 그런 신통한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부적이나 굿은 어쩌다가 들어맞을 수는 있으나, 실제로는 부적을 썼기 때문에 잘될 것이라는 믿음 같은 심리적인 효과가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명학은 다릅니다. 이름이 나빠 고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름은 옷과 같으므로 좋은 옷을 입으면 신수가 훤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피흉추길론

    Q 미래의 운세가 나쁘게 나온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A 역학의 목적이 흉한 것은 피하고 좋은 것을 추구하는 것, 즉 피흉추길(避凶吉)입니다. 좋다는 괘가 나왔으면 방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여 자기가 원하는 목표를 완성해야 하고, 흉하다는 괘가 나왔다면 인내를 가지고 근신하여 수양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입니다.

    인생은 항상 변화합니다. 항상 좋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항상 나쁜 일만 있는 것이 아니고, 길흉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좋을 때는 나쁠 때를 대비하여 대책을 세우고 흉할 때는 인내하고 절약하며 좋을 때를 기다리고 참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Q 진짜와 가짜 역학인을 구별하는 법은?

    A 현재 시중에는 몇 개월 또는 수년간 역학을 배우고 자기가 역학에 통달한 척 사람들을 현혹하는 사이비 역술인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 때문에 신성하고 심오한 역학을 불신하는 풍조가 있습니다. 필자도 10년 역학을 하니까 비로소 개안(開眼)하기 시작했고 17년째 되던 해에 소설 ‘팔자’를 써서 역학이 미신이 아니라는 것을 홍보하는데 일조를 한 사람입니다. 금년이 역학에 입문한 지 33년째지만 아직도 실수를 범할 때가 있습니다.

    이들 햇병아리 역학인들은 수입이 안되니까 손님을 협박하여 부적을 써라, 기도를 드려라, 무조건 이름을 고치라 하면서 상당한 금품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거의 사이비라고 보면 됩니다.

    사주나 역학이 100% 맞을 수는 없습니다. 100% 다 맞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신입니다. 역학자(易學者)는 수도하는 자세로 역학을 먼저 배웠다는 입장에서 손님과 상담하는 자세가 절대 필요한 것입니다.

    Q 연말 연초에 보는 토정비결은 얼마나 믿을 수 있습니까?

    A 저는 시중에 나도는 ‘토정비결’은 토정선생이 지은 것이 아니라고 이미 밝혔습니다. 주역은 총384수인 반면에 토정비결은 144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토정비결은 주역의 일종이면서 주역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길흉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러나 제가 240수를 더 보충해 개발한 384수의 ‘신(新)토정비결’은 정확도가 높은 편입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적중률이 높은 책으로 토정이 지은 ‘월영도(月影圖)’를 꼽습니다. 이 책은 생년월일시만 대면 본인의 성씨, 어머니 성씨, 출생지, 직업, 수명, 처궁, 자손 등까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신비한 책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제대로 풀 수 있는 사람이 드문 편입니다.

    Q 사주학과 주역의 관계는 어떤 것입니까?

    A 사주학은 천문과 계절과 음양오행 등 자연과학을 중심으로 인간의 운명을 예측하는 응용이론이라면, 주역은 음양을 중심으로 자연의 이치를 가미한 것입니다. 그러나 주역에서도 길흉의 점을 치고 있습니다.

    특히 주역에서는 길흉을 파악하려면 작괘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원래 작괘는 시초(蓍草)를 구해 정하는 것이 원칙이나, 시초는 봄에 구하기 힘들고 크기가 다르고 지저분하여 후에는 대나무를 균등하게 깎아 50개를 만들어 이것으로 점을 쳤습니다. 이를 서죽(筮竹)이라고 하는데 서죽법(筮竹法)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본축법, 중축법, 약축법, 간략법, 8괘법 등이 있습니다.

    이런 방법은 의리역 측면에서 괘를 정하는 법이고, 상수역 측면으로도 괘를 잡을 수 있습니다. 시계로 괘를 잡는 단시법(斷時法), 옷색깔이나 바람의 방향 혹은 책을 펼칠 때 나오는 페이지 숫자 등으로 괘를 잡는 물상법(物象法), 상대방의 말을 분석하여 괘를 잡는 언어법 등 다양합니다. 이렇게 상수역의 작괘법은 무궁무진하므로 자기가 좋은 방법이나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임의대로 정하면 됩니다.

    의리역에서는 서죽이 없으면 괘를 잡을 수가 없지만, 상수역에서는 자유자재로 얼마든지 잡을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효험이 없는 것이 아니고 중요한 것은 정신자세인 것입니다.

    한편으로 의리역은 어떤 사건에 대하여 길흉을 아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사람됨이나 처한 상황은 상수역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또 상수역이나 의리역으로도 그 사람의 성격 귀천 부모 자손관계 직업 수명 처궁 남편궁 진로 직업 등은 알 수 없습니다. 이는 사주학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진정으로 우리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역학은 주역보다는 사주학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음양론과 오행설의 계보

    Q 주역의 음양설과 사주학의 오행설은 그 계보가 다른 것입니까?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매우 고차원적인 질문이군요. 한마디로 말해 주역은 음양론(陰陽論)입니다. 다시 말해 2의 승수로 나가는 학문입니다. 음양이 발현(發現)하지 않는 것을 태극(太極)이라 하는데, 숫자로 2의 0배수인 1이라 합니다. 태극에서 음과 양이 나뉘면 양의(兩儀)라고 하여, 숫자로 2의 1배수인 2가 됩니다.

    중국의 ‘설문해자(說文解字)’를 보면 음이란 어둡고 닫는다는 말이고 산의 북쪽을 가리키며, 양은 높고 밝은 것이고 산의 남쪽을 가리킵니다. 세상만물은 모두 음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남자만 있다든지, 낮만 있다든지 하면 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여자가 있어야 자식을 낳을 수 있고, 밤이 있어 휴식을 취해야 다음 날 일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양의는 사상(四象)을 낳는데, 숫자로 2의 2배수인 4입니다. 흔히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태양, 소양, 태음, 소음과 같은 개념입니다. 사상에서 더 나아가면 2의 3배수인 8로, 8괘가 등장합니다. 이 8괘를 중첩하면 64괘가 되는데 작괘하여 64괘로 길흉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 64괘는 다시 각 6개효가 변하여 384효가 되어 이를 주 문왕과 공자가 연구하여 주역을 집대성한 것입니다.

    그런데 오행은 주역과는 근원이 다릅니다. 오행(五行)이란 木(나무)·火(불)·土(흙)·金(쇠)·水(물) 등 다섯 가지 물질을 말하는데,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의 역서(易書)에 의하면 황제(黃帝)로부터 오행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또한 황제는 하늘의 천제(天帝)에 기도하여 10간(甲·乙· 丙·丁·戊·己·庚·辛·壬·癸)과 12지(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의 오묘한 이치를 받아내려, 이를 가지고 60갑자를 만들어 천하를 다스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황제내경(黃帝內經)을 보면 황제가 “하늘에는 오행(五行: 목화토금수)이 있어 오위(五位)에 임하여 한(寒)·서(署)·조(燥)·습(濕)·풍(風)을 생하고, 사람에게는 오장(五臟)이 있어 오기(五氣)를 화하여 희(喜)·노(怒)·사(思)·우(憂)·공(恐)을 생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천지 만물은 음양과 木·火·土·金·水 등 오행의 상생과 상극으로 생멸작용을 한다는 것이 음양오행설입니다.

    이렇게 주역과 오행설은 근원이 달라 각자의 고유 이론대로 발전하게 되는데, 한나라 무제 때 중요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무제가 아들을 어느 날 장가를 보내야 좋으냐고 질문하자 태을가, 감여가, 천인가, 총진가, 오행가 등 각 가(家)의 이론이 서로 달라 분분했습니다. 이때 무제는 당시 제상인 동중서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는 오행가의 이론을 따르라는 황명을 내렸고 이후 오행이론이 번창하게 됩니다.

    그리고 후대에 주역과 오행이론이 결합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학자가 바로 경방(京房)입니다. 제가 학위를 받은 연구논문이 바로 경방역입니다.

    방향 따지는 데 쓰는 기문둔갑

    Q 사람의 미래를 논하는 것으로 기문둔갑이나 자미두수 등 생소한 이론들이 있습니다. 이 이론들은 사주와 관련있는 것입니까?

    A 먼저 기문둔갑(奇門遁甲)을 보지요. 기문둔갑은 한고조 유방의 군사(軍師)였던 장량이 그의 스승 황석공(黃石公)으로부터 전수받은 비법으로, 어느 시점의 연월일시를 사주로 뽑은 뒤 천간의 수와 지지의 수를 더해서 9로 나눠 숫자를 구해 길흉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오행, 천문, 8괘 등을 응용하는데 ‘술수학의 제왕(帝王)’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판을 짜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적중률이 명리학보다 떨어집니다. 오히려 기문둔갑은 방위를 볼 때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전투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나 작괘하여 생로(生路)를 찾을 때 등 군사학에서 가르치는 것입니다. 개인의 운명으로는 특히 입학시험 때 어느 방향에 있는 학교를 선택할까 하는 데 유용한 편입니다.

    또 자미두수(紫薇斗數)는 송나라 초에 나온 것으로 사람의 운명을 12개 분야로 나누어 길흉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상수파역으로 분류되는데 지금까지 모두 17개 종류의 상수파역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로 의리역과 상수역은 옛날부터 적대 관계를 유지하면서 발달해왔습니다. 현대 중국에서는 상수역과 의리역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의리역이 강하여 학계에서 상수역 이론을 언급하면 사이비라고 멸시를 당합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사주나 관상 등 상수역을 신임하고 있는데 유독 학계에서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봅니다.

    주역으로 학위 논문을 받은 사람들조차 상수역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배타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고 어떤 교수는 오행이 없다고 말을 하니 정말 개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를 한의학자가 듣는다면 무식한 소치라고 일축하고 고소를 금치 못할 것입니다.

    상수역과 의리역은 실과 바늘 관계로 어느 하나가 빠지면 절름발이가 됩니다. 미술에도 순수미술과 응용미술이 있듯이 의리역이 이론적인 역학이라면 상수역은 응용적인 역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상수역이 학문적인 영역으로 당당히 자리잡을 때가 됐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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