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호

환상과 마법이 주는 카타르시스

  • 강수진·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입력2004-11-09 16: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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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해리 포터’의 열기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해리 포터에 대해 그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비틀스 이후 영국이 낳은 최고의 상품’이라는 ‘해리 포터’.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소년인 ‘해리 포터’는 지구촌에 ‘해리 피버(Fever, 열풍)’를 넘은 ‘해리 신드롬(Syndrom, 현상)’까지 불러일으키며 전세계 사람들을 마법에 빠뜨렸다.

    2001년 11월16일 영국과 미국에서 전세계 언론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개봉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미국에서 개봉 3일간 최고 흥행기록(9300만달러)을 세운 데 이어 영국, 대만, 독일, 싱가포르, 브라질, 호주, 일본, 스페인, 태국, 이스라엘, 멕시코, 그리스, 아이슬란드, 포르투갈 등 지구촌 곳곳에서 개봉 및 흥행기록을 갱신중이다.

    12월14일 개봉한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례적으로 한달 전부터 예매를 받기 시작, 사전 예매만 20만 장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웬만한 영화의 흥행 성적과 맞먹는 분량을 시작하기 전부터 확보해놓고 개봉한 셈이다.

    마법에 빠진 세계



    도대체 왜 ‘해리 포터’를 놓고 이 난리일까. 일단 영화 ‘해리 포터’의 열풍은 원작소설의 폭발적인 인기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총 7편까지 나올 예정인 ‘해리 포터’시리즈는 지금까지 4편이 출간됐다. 가장 마지막에 출간된 것이 ‘해리 포터와 불의 잔’.

    이 책의 출간을 앞두고 각국에서는 서점이 문을 열자마자 책을 사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져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는 아직 제목조차 정해지지 않고, 단 한 줄도 씌어지지 않은 제5권마저도 미리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인터넷서점 아마존 측이 지난해 주문을 받기 시작한 후 수천 건의 선(先)주문이 이뤄졌고 대금도 이미 지불됐다는 것.

    TV와 컴퓨터를 끼고 자란 아이들이 수백 페이지 분량의 책을 기꺼이 읽는다는 사실 때문에 ‘해리 포터’ 열풍은 지구촌 출판계의 최대 화제가 됐다. 마우스를 쥐던 손에 책을 들려주다니! 사실 이 소설은 고아 소년이 우연히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마법학교에 입학해 갖가지 모험을 겪으며 영웅이 된다는 줄거리다. 어찌보면 단순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해리 포터’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첫째, 권선징악이라는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주제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에게나 가장 익숙하면서도 통쾌함을 느끼는 주제가 바로 권선징악이다. 둘째는 현실 도피다. 마법학교에서 마법 수업을 받으며 마법사가 되고, 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현실속의 ‘따분한’ 수업과는 거리가 멀다. 가난하고 구박받던 고아가 하루아침에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마법세계의 영웅이 된다. 이런 설정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현실의 지루함에서 벗어나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여기에 풍부한 상상력이 뒷받침된다. ‘퀴디치’경기가 그 예다. 하늘을 날면서 공을 갖고 벌이는 퀴디치는 폴로와 풋볼, 비행과 스피드라는 스포츠의 매혹적인 요소를 골고루 갖춘 경기다. 뿐만 아니라 비밀을 밝혀가는 과정은 추리문학의 성격도 지닌다. 이런 점들 때문에 ‘해리 포터’는 아동 도서임에도 독자의 40%가 성인일 만큼 어른들까지 열광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1997년 처음 출간된 이후 세계적으로 무려 1억3000만 권 이상 판매됐다. 이 책을 쓴 영국의 여성작가 J.K 롤링은 세계에서 최초로 억만장자 작가가 됐다. 딸 하나를 둔 무일푼의 이혼녀였던 롤링은 ‘해리 포터’ 시리즈와 캐릭터 판권 등으로 돈방석에 앉았다.

    원작의 인기가 탄탄한 만큼 할리우드가 눈독을 들인 것은 당연한 일. 가장 먼저 영화로 만든 것은 시리즈 1편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영국에서는 1편의 제목이 ‘해리 포터와 철학자의 돌’이다. 국내에서는 영화를 만든 미국의 제목을 따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됐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7편까지 모두 영화로 만들 예정이다.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제작단계부터 숱한 관심을 모았다. 따라서 영화 개봉 후의 뜨거운 열기 역시 ‘당연히’ 예견됐던 일이다. 결국 영화 개봉 후의 뜨거운 열기는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인물이나 장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열망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의 경우 사회적 분위기마저도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9·11테러’ 이후 충격에 빠진 미국사람들의 마음을 비현실적인 마법의 세계를 다룬 ‘해리 포터’가 파고들었다는 것. 큰 충격을 겪은 사람들은 현실적이고 진지한 영화보다는 비현실적이고 동화 같은 영화를 찾으려는 심리가 깔려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1960년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사건 이후 ‘메리 포핀스’가 빅히트를 기록한 것도 비슷한 예다.

    그러나 ‘해리 포터’의 영화화가 결정됐을 때 일부에서는 ‘영화화 반대운동’도 일었다. 모처럼 읽는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한 아이들의 상상력을 영화가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원작자인 J.K 롤링 역시 ‘해리 포터’ 영화가 원작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을 극도로 우려해 ‘원작과 똑같이’를 영화화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원작에 충실한 영화

    이 때문에 영화 ‘해리 포터’는 “영상으로 보는 소설 ‘해리 포터’같다”는 평을 받을 만큼 소설과 똑같다. 460여 페이지 분량의 두 권짜리 소설을 2시간32분의 영화로 옮겨온 셈이다. 이처럼 ‘해리 포터’가 원작에 충실하다는 사실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물론, 애초에 이 영화는 원작을 그대로 영상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만큼 영화의 오리지널리티가 없다는 비판은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두 권짜리 분량이 부담스러워 ‘해리 포터’를 읽기는 싫지만, 대화에는 끼고 싶다는 사람은 영화만 봐도 큰 무리는 없다. 순서부터 구성, 심지어 대사까지 소설과 거의 똑같으니까.

    아이들은 ‘해리 포터’의 영화포스터만 보고도 이건 누구, 이건 누구 하는 식으로 캐릭터들을 귀신같이 맞춘다. 이는 영화 속 캐릭터가 책 속에 묘사된 캐릭터들에 얼마나 성공적으로 가깝게 다가갔는지를 증명한다. 영화를 본 롤링 역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원작에 충실했다”며 흡족함을 나타냈다.

    다만, 영화는 시간 제약상 소설 내용의 일부를 생략하거나 대폭 줄였다. 예를 들어 소설에서는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입학하기 전, 이모집에서 구박받으며 생활하는 부분까지가 전체 분량의 20%쯤 차지하지만 영화에서는 그 비중이 10%도 채 안될 만큼 상당히 압축돼 전개된다. 대신 호그와트 마술학교에 진학한 이후의 이야기에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밖에도 사냥터지기 해그리드가 숨겨 키운 용을 해리 포터와 친구들이 교수들 몰래 루마니아로 보내주는 부분은 덤블도어가 보낸 것으로 처리됐다. 빗자루를 타고 ‘퀴디치’경기를 하는 부분도 줄었다. 소설 속 주요 장면은 대부분 포함하고 있지만, 한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해리 포터가 ‘마법의 돌’을 훔치려는 사람으로 지목했던 스네이프교수가 왜 해리를 마땅찮게 여겼는지, 왜 그렇게 수상한 행동을 보였는지,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해리를 구해줬는지에 대해 영화에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소설 속에서는 스네이프교수와 해리의 아버지가 마법학교를 같이 다닐 때부터 라이벌 관계였으며 스네이프교수가 해리 아버지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는 점 때문에 해리에 대해서는 묘한 애증의 감정을 갖고 있었다는 설명이 후반부에 나온다.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는 재미

    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떻게 느낄까. 소설과 영상을 비교하는 재미를 느낄 수 없는 관객들에게도 이 영화는 무난히 볼 만한 한 편의 판타지 어드벤처다. ‘인디애나 존스’의 ‘어린이 버전’쯤으로 생각될 만큼 끊임없는 모험과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나홀로 집에1, 2’ ‘그렘린’ ‘구니스’ ‘미세스 다웃파이어’ ‘바이센테니얼 맨’ 등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볼 만한 가족영화를 만들어온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답게 이 영화 역시 성인과 어린이 모두가 즐겁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소 긴 러닝타임 때문에, 오로지 자녀들의 ‘방학 선물’로 극장을 찾은 부모 중에서는 한 시간쯤 지나서 몸을 틀거나 조는 사람도 있겠다.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래픽이다. 영화는 고전적인 내러티브를 취하고 있지만 컴퓨터 그래픽으로 환타지의 세계를 재현하는 등 화려한 볼거리로 가득 채웠다.

    공중에 촛불이 둥둥 떠있는 기숙사 만찬 장면, 우편물을 배달하는 부엉이, 세 개의 머리를 가진 커다란 개, 마지막에 해리 포터와 친구들과 한판 대결을 벌이는 살아있는 체스판, 그리고 하늘을 나는 빗자루와 퀴디치 경기 등은 컴퓨터 그래픽이 없이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상상의 세계들이다.

    이번에 영화화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해리포터 시리즈 중 1편이다. 국내에서도 1, 2권으로 나뉘어 출간됐다. 두 권을 합쳐 460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이어서 바쁜 직장인들이 시간을 쪼개 읽기에는 사실 쉽지 않다. 미처 책을 읽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소설 속의 주요 인물 및 용어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줄거리를 요약, 소개한다.

    ◇해리 포터 : 훌륭한 마법사로 꼽혔던 포터 부부의 외동아들. 볼드모트가 부모를 죽이자 이모네 집에 맡겨져 자란다. 이마에는 볼드모트가 남긴 번개모양의 흉터가 나 있다.

    ◇론 위즐리 : 해리 포터의 단짝 친구. 가난한 마법사 집안 출신으로 형들의 뒤를 따라 마법학교에 입학한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 : 해리 포터의 단짝 친구.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는 모범생. 처음에는 해리와 론에게 잔소리가 심해 미움을 받았으나 나중에는 친해져 함께 모험의 세계에 뛰어든다.

    ◇덤블도어 :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교장.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와 수염을 기르고 있다. 해리를 남몰래 도와준다.

    ◇해그리드 :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사냥터지기. 보통 사람 두 배의 키와 다섯 배의 몸집을 가진 거인. 착하지만 머리가 좋지 못해 ‘마법사의 돌’을 위험에 빠뜨린다.

    ◇볼드모트 : 모든 마법사의 두려움의 대상. 마법사들은 이름 부르는 것조차 두려워해 ‘그 사람’이라고 호칭한다. 해리 포터의 부모를 죽인 후 어린 해리마저 죽이려고 했으나 오히려 해리에 의해 힘을 잃었다가 다시 부활한다.

    ◇미네르바 맥고나걸 : 호그와트 마법학교 교감. 변신술 담당 교수. 자신은 종종 고양이로 변신한다.

    ◇세베루스 스네이프 : 호그와트 마법학교 교수. 해리 아버지와 라이벌 관계였기 때문에 해리를 아주 싫어하고 괴롭힌다.

    ◇퀴렐 : 호그와트의 교수. 말을 더듬고 겁많아 보이나 볼드모트의 추종자다. 그가 감고 있는 터번 속에 힘이 약해진 볼드모트가 숨어 있다.

    ◇머글 : 마법사들이 마법사 아닌 일반인을 지칭하는 말

    ◇퀴디치 경기 : 마법사 세계의 최고의 스포츠. 하늘을 나는 빗자루를 타고 다니며 공을 갖고 하는 경기. 폴로(Polo)경기와 풋볼 등을 합쳐놓은 듯한 경기다.

    ◇해그위드 : 해리포터에게 소식을 전해주는 하얀 부엉이.

    ◇그리핀도르, 후플푸르, 래번클로, 슬리데린 : 호그와트의 기숙사 이름.

    모두가 잠든 깊은 밤. 프리벳가 4번지에서 긴 수염에 망토를 걸친 덤블도어 교장과 맥고나걸 교감이 누군가를 초조히 기다린다. 공중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거인 해그리드가 도착한다. 해그리드의 품안에는 볼드모트에게 부모를 잃은 갓난쟁이 해리 포터가 자고 있었다. 세 사람은 해리를 이모인 더즐리 부부 집 문앞에 내려놓고 사라진다.

    10년 후. 해리는 이모네 집에서 이모와 이모부, 사촌 두들리의 온갖 구박과 멸시를 견디며 계단 밑 벽장 속에서 생활한다. 열한번째 생일을 며칠 앞두고 해리에게 편지가 오지만 새파랗게 질린 이모부에게 편지를 빼앗긴다. 그 순간부터 수백 통, 수천 통의 편지가 계속 날아들고 견디다 못한 이모네 가족은 해리를 데리고 섬 오두막으로 도망친다.

    그러나 해리가 꼭 11세가 되던 날 자정, 해그리드가 직접 해리를 찾아와 편지를 전한다. 이 편지는 호그와트 마법학교 입학장이었던 것. 해리는 해그리드로부터 자신의 부모가 마법사였으며, 나쁜 힘을 사용하는 볼드모트에 의해 희생됐다는 얘기를 듣는다. 해리 부모가 마법사인 것을 극도로 싫어했던 이모와 이모부는 해리가 마법사가 되는 것을 막으려 했으나 해리는 결국 마법학교에 입학한다.

    해리는 9¾정거장에서 호그와트 마법학교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열차 속에서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를 만나 친구가 된다.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와 같은 기숙사에 배정받는다.

    천부적인 비행실력을 갖춘 해리는 신입생으로는 100년 만에 처음으로 교내 ‘퀴디치’팀에 들어가 기숙사별 대항 경기에서 일약 스타 플레이어가 된다.

    어느날 해리는 호그와트 지하실에 영생불멸을 가능하게 해주는 ‘마법사의 돌’이 비밀리에 보관돼 있으며 볼드모트가 이 돌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하실 문앞은 머리가 세 개 달린 개가 지키고 있다. 이 돌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호그와트 내부인물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해리는 평소 자신을 미워하고 퉁명스럽게 대해온 스네이프 교수를 의심한다.

    해리는 해그리드가 술집에서 실수로 머리가 세 개 달린 개를 통과하는 법을 낯선 사내에게 알려줬다는 얘기를 듣고 ‘마법사의 돌’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에 덤블도어가 런던으로 출장갔다는 얘기를 듣자 이 틈을 타서 볼드모트가 마법사의 돌을 훔치려 한다고 확신한 해리는 론과 헤르미온느와 함께 이를 막기 위해 지하실로 간다.

    살아 움직이는 체스판에서의 싸움 등 갖가지 난관을 뚫고 해리는 마침내 볼도모트와 마주한다. 볼드모트는 놀랍게도 스네이프가 아닌 말더듬이 퀴렐 교수의 몸 안에 들어가 있었던 것. 볼드모트와 일대일 결전을 벌인 끝에 해리는 볼드모트를 쫓아버리고 마법사의 돌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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