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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가 이오덕의 들판이야기

봄에 피는 꽃

  • 글: 이오덕 아동문학가

봄에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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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모두 그 버들강아지를 들여다보고 감탄한다. 두 손으로 감싸안고 살짝 손가락을 대보고 한다. 아, 네가 왔구나. 얼마나 보고 싶었던 너였던가. 정말 그것은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지냈던 그립고 그리운 동무였던 것이다.

버들강아지는 진정 봄의 선구자였다. 그리고 겨울 들판의 아이들은 버들강아지와 너무나 닮았다.

하지만 이제 그 버들강아지는 사라졌다. 버드나무와 함께, 피라미와 버들붕어들이 헤엄치던 냇물도 방천둑도 간곳이 없어졌다. 어쩌다가 썩은 물 개천가에 버드나무가 있어도 그곳엔 아이들이 없다. 아이들은 죄다 방 안에 갇혀 봄이 오는 것도 달력을 쳐다보고 머리로 알 뿐이다.

지난해 어느 자리에서 꽃다발을 받았는데, 그 꽃다발 속에 버들강아지가 있었다. 그런데 빛깔이 이상하다 싶어서 살펴보았더니 물감을 들여 놓은 것이었다. 그뿐 아니고 그 버들가지를 얇은 비닐로 온통 싸 감아 놓았다. 세상에, 이런 잔인한 짓을 하다니! 인간이 참으로 끔찍한 동물로 되어 버렸구나 싶어 어이가 없었다. 요즘 아이들은, 교과서에도 나오고 노래로도 부르는 버들강아지가 이런 것이라고 알겠지. 어른들이 읽는 책도 아이들의 동화집 동시집도 뻔질뻔질한 비닐로 겉장을 입힌 것이 잘 팔린다고 들었다.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포장한 상품과 도시와 인간! 정말 섬뜩한 세상이 되었다.

※ 남북한의 모든 사전에서 버들강아지를 ‘버들개지’라고 잘못 적어 놓았다. 버들강아지는 이른 봄에 피는 꽃이고, 버들개지는 늦은 봄에 흰 털이 달린 씨앗으로 바람에 날아다니는 것이다.



할미꽃

얼음이 다 녹으면 아이들은 산으로 짠대를 캐 먹으러 간다. 이 짠대는 지금 표준말의 ‘잔대’와는 다른 것이다. 이른 봄 잔디밭에 쑥빛으로 싹이 돋아나는데, 그 뿌리가 달근하다. 호미를 들고 짠대를 캐 먹으러 뒷산을 오르내린 지 며칠쯤 지나면 어김없이 할미꽃을 만나게 된다. 할미꽃도 양지바른 잔디밭 마른잎들 속에서 가장 먼저 피어나기 때문이다. 땅에 딱 붙은 키로 수줍은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 할미꽃은 피어나도 얼른 눈에 띄지 않는다. 혹시나 싶어 곁에 가서 보면 손가락 사이에 보드레한 꽃송이가 고개를 쳐드는데, 아, 그 고운 진자줏빛! 야, 할무대다, 할무대!(우리 고향에서는 할무대라 했다) 할무대 다! 내가 맨 처음 봤어! 이래서 할미꽃을 맨 처음 본 아이는 마을에 가서도 큰 자랑거리가 되었다. 그날부터 할미꽃은 며칠 사이에 여기저기 가는 곳마다 피어났고, 봄은 할미꽃과 함께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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