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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화려한 외출?

  • 글: 남윤인순(여성연합 사무총장)

봄날의 화려한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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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대안사회는 정부의 정책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학교에서, 가족 안에서 구체적인 삶의 방식을 전환하고자 하는 다양한 실천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생활협동운동, 사회연대은행, 공동육아운동, 생태마을 만들기, 지역화폐운동, 대안학교 등 실험적이지만 거대 자본에 대항해 즐거운 생산과 소비를 할 수 있는 대안 만들기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가슴을 친다.

딸아이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아쉽게도 인식휴가가 많이 지나갔다. 뭐라도 한가지 배워야지 했는데…. 운전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계신 친정어머니 아프시기라도 하면 병원이라도 모시고 다녀야겠다는 동기가 강하게 발동했다.

그래서 운전전문학원에 등록했다. 학과시험을 준비하면서 기능훈련과정에 들어갔다. 학과시험을 보기 전에 도로교통안전협회에서 만든 비디오 교육이 있었다. 그 내용 중에 여성운전자의 특성이 나온다. 여성운전자는 집중력이 약하고 위기 대처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특히 안전운전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실제 상황처럼 보여주었다.

그 내용을 보면 여성운전자는 무시당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도로에서 남성 운전자들이 여성운전자를 무시하고 비하하는 데는 이런 교육도 영향을 미치지 않나 싶었다.

그리고 학과시험을 보기 위해 도로교통에 관한 책을 사서 공부를 하는데, 도로 위 안전표지에 대한 내용이 있다. 그 중 ‘보행자’란 표지를 보면 남자와 어린이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다. 반면 ‘어린이 보호’란 표지는 여성이 어린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다. 이런 표지는 어린이 보호는 여성의 역할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물론 초·중등 교과서에서는 고정적인 성역할 분담에 대한 그림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한다. 그런데 운전면허시험에서 반드시 통과해야 할 학과시험과 교육에서는 여성비하와 성차별적인 내용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아마 이것은 여성주의적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인지 모른다. 일상 속에서 여성에 대한 비하와 차별은 곳곳에 숨어 있을 것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그런 현상이 지속돼왔기 때문에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뿐이다.

일상에서 성차별을 말하면 그런 시시한 것까지 따지냐고 한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건다”며 시민운동을 하는 남성들도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일상이 변하지 않으면 제도가 바뀌고 정책이 바뀐들 무엇하랴. 관행과 인습이 바뀌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차별과 비하로 여성들은 숨막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교육과 미디어에서 생산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너무나 변하지 않은 남녀 역할

요즈음 인기드라마인 ‘인어아가씨’를 보자면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구도다. 남편, 시아버지는 모두 너그러운데 시할머니와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구박한다는 식이다. 그 동안 여성단체에서 성차별적 법과 제도를 바꾸려고 많은 투쟁을 해왔지만 일상에서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안식휴가 동안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요즘 학과시험을 통과한 후 기능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 기능 훈련을 담당하는 남자 강사가 무시하는 말투로 야단치는 것을 참아가면서 운전면허를 취득하려고 애쓰고 있다. 친정어머니께 효도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일상에서 여성들이 겪는 무시와 편견을 겪으면서 여성운동이 어디에 천착해야 하는지 온몸으로 느낀다. 화려한 나의 안식휴가는 이렇게 끝나고 있다. 거제도 지심도의 동백꽃도 그립고 섬진강과 산수유 마을도 가보고 싶었는데, 처절한 여성의 일상을 느끼며 내가 보아야 할 것들을 제대로 본 것 같아 다시 길 나설 채비를 한다.

나의 봄맞이 외출은 화려하진 않지만 푸른빛으로 반짝인다. 딸아이와 나눈 대화, 여성운동에 대한 성찰, 운전연습 등 그 동안 미뤄두었던 일들을 하면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다.

신동아 200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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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남윤인순(여성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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