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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미술관

오슬로 부두에 정박한 현대미술의 최고봉

아스트룹 피언리 현대미술관

  • 최정표|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jpchoi@konkuk.ac.kr

오슬로 부두에 정박한 현대미술의 최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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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아티스트 제프 쿤스

오슬로 부두에 정박한 현대미술의 최고봉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에 설치된 제프 쿤스의 작품인 ‘세이크리드 하트’.[뉴시스]

마이클 잭슨은 팝의 황제라고 불릴 만큼 팝송의 아이콘이다. 그는 또 침팬지를 아주 좋아했다. 쿤스는 마이클 잭슨의 이런 배경을 절묘하게 활용해 이 조각을 내놓으면서 작가로서의 위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 작품은 도자기 기법으로 침팬지(버블스)를 안고 있는 잭슨을 만들어 하얀 색과 금색을 입혔다. 지금은 이런 조각 기법이 보편화되고 대량생산도 가능해졌지만 옛날에는 왕이나 귀족들만 향유할 수 있었던 조각 기법이었다. 아스트룹 피언리 미술관은 거금을 들여 이 작품을 사들일 정도로 매우 공격적인 경영을 하기 시작했다.

쿤스는 그림보다 조각으로 더 잘 알려진 예술가다. 대중적 인기도 매우 높아 그의 작품은 아주 비싼데도 세계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한국에도 여러 점 들어와 있는데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6층에 설치된 ‘신성한 마음(Sacred Heart)’은 한번 감상해볼 만한 작품이다. 작품 가격은 30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쿤스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태생이고 뉴욕 시에서 활동하는 미국인 예술가이다. 그는 10대 때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1904~1989)에 매료되어 그가 뉴욕에 왔을 때 다짜고짜 호텔로 찾아가 그를 만난 일화가 유명하다. 달리로부터 많은 용기를 받았다고 그는 술회한 바 있다. 쿤스는 달리를 흉내 내어 연필로 콧수염을 그리고 다니기도 했다.

앤디 워홀이 그림의 팝 아티스트라고 하면 쿤스는 조각의 팝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조각은 풍선, 개, 보자기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것들을 소재로 하고 있어서 매우 친근감이 간다. 그의 인기 있는 작품 중 하나인 ‘풍선 개(Balloon Dog)’는 반짝이는 스테인리스에 색깔을 넣어 풍선 모양을 만들고 이들을 조합해 개 형상을 만든 조각이다. 전 세계 미술관이나 백화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다른 조각들도 소재만 바꾸어 이런 스타일을 응용하고 있다. 그래선지 그의 작품은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



쿤스의 작품은 상반된 평가를 받는다. 한쪽 비평가들은 재치가 빛나는 새로운 영역이라고 칭찬하는가 하면, 다른 쪽 비평가들은 아주 저속하고 예술성이 없다고 비난한다. 쿤스는 이들의 비난에 개의치 않으면서 자기 작품에는 아무런 의미가 들어 있지 않고 그냥 보이는 그대로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수요는 많고 가격도 높다. 

2013년 11월 뉴욕 크리스티에서 그의 작품 ‘풍선 개(Orange)’는 무려 5840만 달러(600억 원)에 팔렸다. 생존 작가의 작품으로는 최고 가격이었다. 이 가격은 독일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가 그해 5월에 세운 최고가 기록 3710만 달러(400억 원)를 거뜬히 넘어선 것이었다. 쿤스는 현재 최고의 컨템퍼러리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많은 예술가가 그렇듯 그의 사생활은 다소 복잡하다. 대학 시절에 딸을 낳았는데 아기 엄마는 자기가 너무 어리다면서 결혼을 거부하고 아기를 입양시켜 버렸다. 이 딸은 1995년에야 쿤스에게로 돌아왔다. 1991년에는 이탈리아의 포르노 배우와 결혼해서 아들을 얻었지만, 100만 달러를 들이며 10년여를 끈 이혼 소송 끝에 갈라섰다. 그 이후 작업실 조수였던 여자 예술가와 결혼해 여섯 아이를 낳았다. 이제 쿤스는 돈방석에 앉은 작가가 돼 시가 4000만 달러가 넘는 뉴욕의 대저택에서 살고 있다.


오슬로 부두에 정박한 현대미술의 최고봉

루이비통과 ‘마스터즈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인 제프 쿤스.[뉴스1]

안셀름 키퍼

아스트룹 피언리 미술관은 안셀름 키퍼의 ‘고위 여사제(The High Priestess/Zweistromland)’도 소장하고 있다. 키퍼는 독일인이지만 1992년부터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키퍼는 역사에서 터부로 여겨온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나치 시대 사건들도 주제로 등장한다.

‘고위 여사제’는 두 개의 커다란 책장으로 구성된 하나의 조각 작품이다. 높이는 3.7m이고, 길이는 7.8m이다. 폭은 50cm이다. 책장에는 200권의 책이 얹혀 있다. 책은 모두 납으로 만들어졌고 한 권의 무게가 100kg에서 300kg이니 작품의 크기와 책장의 스케일을 짐작할 수 있다. 각 책은 모두 유일본이고 같은 책은 없다. 책장은 4m 높이의 유리창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작품은 1985~89년 작이다. 작품 제목은 영어와 독일어로 두 개가 붙어 있다. 독일어 제목 ‘즈바이스트롬란트’는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 사이에 있는 지역 명칭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으킨 곳이다. 문명의 요람이라는 의미다. 책들은 바빌론 도서관을 뜻한다. 전체적으로 현대 문명의 기원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도서관과 책이 문명의 기원이라는 의미다.

영어 제목 ‘고위 여사제’는 타로 카드에 나오는 인물인데 지혜를 상징한다. 지식은 책에 들어 있지만 이 작품 속의 책은 사용되지 않는 지식만 보존하고 있다. 창고에 들어앉은 지식이라는 의미다. 책과 도서관에서 현대 문명이 발전했지만 그런 지식도 이제는 무의미하거나 잘못 사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는 지혜가 그립다는 뜻이다.

키퍼는 법대를 3학기 다니다가 늦게 예술로 전향했다. 그러나 게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1932~),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1938~)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독일 컨템퍼러리 작가의 선두주자다. 2011년에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의 작품이 360만 달러(40억 원)에 낙찰될 정도로 미술시장에서도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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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표|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jpchoi@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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