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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훈의 書海 유람

性·사랑·외도…인류 最古의 주제

  • 글: 표정훈 출판칼럼니스트 medius@naver.com

性·사랑·외도…인류 最古의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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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피우는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애인의 체취다. 숯과 분사식 탈취제 등이 해결책이다. 숯은 강한 냄새를 빨아들이는 데 더없이 좋다. 차 안이나 사무실 책상 아래 숯을 두면 냄새를 없애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준비성이 없는 사람이라면 담배 연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담배 연기는 한 시간 이내에 진한 향수 냄새까지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 결국 담배 연기 자욱한 레스토랑이나 술집에 앉아 있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책의 내용을 뒤집어 생각하면 배우자의 행실을 체크하는 리스트로 써먹을 수 있다. 예컨대 성관계 중 평소 안 하던 행위를 하거나 새로운 체위를 요구한다면, 다른 사람과의 경험에서 배운 것일 가능성이 있다. 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휴대전화에 잠금장치를 해놨거나 한밤중에 굳이 거실로 나가거나 한다. 회식이 있다면서 늦게 들어왔는데 술을 마신 것 같지 않고 오히려 깔끔하며 별로 피곤해하는 것 같지도 않다. 자신의 옷을 직접 세탁하거나 세탁소에 맡기는 일이 많아진다. 갑자기 몸에 대해 타박이 심해진다. 예컨대 엉덩이가 처졌느니 배가 나왔느니 하며 다른 남성 혹은 여성과 비교한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앞선다. 만일 이 책을 보관하고 있다가 배우자에게 들킨다면? 저자들이 그 점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책의 크기가 비디오테이프 크기와 같다. 그러니 비디오 케이스에 책을 넣어두면 된다. 더구나 이 책의 표지를 벗겨 뒤집어씌우면 제목도 따분한 ‘아름다운 우리 강 우리 산’이란 다른 책이 된다. 이 책과 관련해 정작 중요한 건, 우리 사회가 이런 성격의 책도 용납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말이다.

여자에겐 두 남자가 필요하다?

28세부터 71세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의 기혼여성 23명의 연애 이야기를 담은 책도 있다. ‘나에게는 두 남자가 필요하다’(마음산책)가 그것인데, ‘우리나라 주부들이 큰 일이다’라고 개탄하긴 이르다. 마르티나 렐린이라는 독일 저자가 엮은 독일 여성들 얘기니 말이다.



이 책에 실린 여성들 가운데 그저 일상이 권태롭고 심심해서 애인을 사귀는 여성은 한 명도 없다. 모두 자기 일을 갖고 있는 그들은 애인은 현재 그대로 애인으로 남아 있는 것이 최선이며, 낮에 곁에 있으면서 일상을 지탱해줄 남자와 열정적인 밤을 함께 보낼 남자, 그래서 남자가 둘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심지어 ‘나는 남편에게서 아무 것도 빼앗는 것이 없다’고 자신한다. 오히려 잃어버린 설렘과 강렬한 열정을 찾은, 그래서 더욱 자신감 있고 삶에 만족하는 아내와 어머니를 통해 남편이나 가족 전체가 수혜자가 된다는 주장까지 펼친다.

물론 모든 여성이 애인과의 관계를 통해 일종의 자기 발전과 가족에 대한 기여까지 달성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책에도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애인을 가질 수 없다는 걸 안다고 고백하는 여성, 실제로 애인 때문에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아픔에 빠진 여성이 등장한다. 저자의 견해는 어떨까? 독일에선 부부의 3분의 1이 이혼한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일부일처제가 기존의 사회 전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면서도 실제로는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제도라면, 그 보완책으로 남녀간의 좋은 친구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 남녀간의 좋은 친구, 하지만 말처럼 쉽진 않을 것 같다.

예술? 외설? 보면 안다

마지막으로, 소장 가치가 큰 책이지만 어린 자녀의 눈길이 닿지 않도록 주의해서 소장해야 하는 책이 있다. ‘SXE: 잃어버린 자유, 춘화로 읽는 성의 역사’(해바라기)다. 그리스, 로마, 중국, 인도, 일본, 페르시아 등 각 지역의 노골적인 성 풍속화, 고대의 춘화부터 오늘날의 사이버 섹스 장면까지 담은 200여 장의 훌륭한 도판과 만날 수 있다. 책제목 ‘SXE’는 오기(誤記)가 아니며 ‘SEX’의 순서를 일부러 바꿔 완곡하게 표현한 것. 동아시아 전통 사회에서도 춘화를 운우도(雲雨圖)라 하여 은근하게 일컫기도 했다.

이 책과 관련해 아주 오래된 질문을 던져본다. ‘예술이냐 외설이냐.’ 물론 이 책은 예술도 외설도 아니며 차라리 문화사에 가깝다. 하지만 책의 절반은 독자가 만든다는 말이 있다. 요컨대 이 책의 성격은 독자의 태도에 따라 결정된다. 음란성의 기준을 놓고 토론하던 미국 대법원 판사들 중 한 사람은 ‘보면 안다(I know it when I see it)’는 의견을 내놓았다던가.

성, 사랑, 외도. 이것은 인류 최고(最古)의 주제이며 적잖은 사람들에게 최고(最高)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시대와 사회, 개인에 따라 그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대하는 태도가 천차만별일 것이다. 각자의 방식과 태도가 무엇이든, 그 천차만별의 양상을 확인해보는 건 누구에게나 유익할 것이다.

신동아 2003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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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표정훈 출판칼럼니스트 medi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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