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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화려한 한국의 海水魚

귀족과 선비, 승부사와 개그맨 어우러진 개성만점 세계

  • 글: 최현호 한국어류 연구가 c113719@chol.com

아름답고 화려한 한국의 海水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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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턱수염갯민숭달팽이는 몸이 우윳빛이다. 다만 등쪽에 붉은 실선이 어지럽게 그어져 있다. 길이는 4cm 내외이며 몸은 직경 3∼4mm 내외의 원통형이다. 주둥이 앞쪽 양 끝에는 5∼6개의 촉수가 수염처럼 길게 뻗어 있고 머리의 꼭지 부분에도 양쪽으로 뿔 모양의 촉수가 나 있다. 또 등과 허리와 미추(尾椎) 부분에도 각기 두 쌍의 촉수가 나와 있다. 이들은 좌우로 움직이기가 마땅찮을 때는 꼬리 부분을 발로 삼고 우뚝 일어나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적당하다 싶은 곳으로 방향을 잡고 옮기는데 간혹 헤엄을 쳐서 장소를 이동할 때도 있다. 이 경우 그 자세가 기괴할 정도인데, 몸을 구부렸다 펴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옆으로 이동한다. 몸놀림은 크지만 이동거리는 짧아서 대단히 고통스러워 보인다.

사실 헤엄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어찌 보면 춤춘다고 하는 것이 어울릴 정도다. 저렇게 힘들여서 겨우 몇 cm 정도 갈 바에야 그냥 생긴대로 기어가지 왜 그렇게 히스테릭한 몸놀림으로 시선을 끌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나름의 이치가 있다. 이놈의 행동도 우리가 이해 못하는 자연의 수많은 것들 중의 하나이리라.

흰턱수염갯민숭달팽이가 중층에 떠서 움직일 때는 볼썽사납지만, 돌이나 수초에서 움직일 때는 대단히 신중하여 걸음걸음이 매우 조심스럽다. 먹이는 수중의 작은 플랑크톤인 것으로 보인다. 파랑갯민숭달팽이와 달리 돌이나 수초에 붙어 있는 미세류를 잡아먹는 것으로 보이는데, 휴식을 취할 때는 사람이 허리를 구부리고 자듯이 몸을 구부리며 촉수는 언제나 서 있는 상태다.

일반적으로 갯민숭달팽이의 유생은 온도 변화에 민감해 온도가 내려가면 바로 모든 행동을 중지하고 온도 변화가 심하지 않은 바닥의 돌틈이나 모래 속으로 파고든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낸 후 온도가 상승하면 기어나와 활발히 움직인다. 기회가 있다면, 필자의 연구실을 방문해 이들의 아름다움을 직접 확인해보시라.

[일곱동갈망둑의 ‘安貧樂道’]



아름답고 화려한 한국의 海水魚

일곱동갈망둑

내가 상당히 애정을 가지고 돌보는 물고기에 일곱동갈망둑이 있다. 원래 망둑어류는 성격이 난폭하고 행동도 거칠기 때문에 다른 어종과 같이 놔두면 적잖이 문제가 생기는데, 일곱동갈망둑은 이런 일반적 견해와 큰 차이가 난다. 몸 크기는 10cm 정도이고 머리는 약간 납작하며 입은 크다. 몸은 원통형이며 전체적인 색상은 짙은 담황색에 눈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검은띠를 비롯해 아가미 뒤와 등지느러미, 꼬리가 시작되기 전 미병부까지 8개의 검은 줄무늬가 상당히 굵게 쳐져 있어서 몸을 일곱 마디로 구분하고 있다.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엔 몸통의 담황색보다 짙은 적담황색 줄무늬가 있고 등지느러미는 밑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그 끝이 뾰족해진다. 가슴지느러미는 아가미 바로 뒤부터 시작되고 배지느러미는 항문 끝에서 시작해 미병부 부근까지 이어진다. 가슴에 있는 빨판은 혼인 시기에 푸른색을 띠는데, 평상시엔 빨판을 사용하지 않고 보통 어류처럼 중층과 저층에서 산다.

이놈이 자연상태에서 노는 것을 보면 참으로 여유롭다. 돌무더기 부근에 산책을 나온 듯 자못 의젓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한가롭다. “바쁘다 바빠!”를 외치며 숨막히게 사는 우리 눈으로 보면 부러울 정도다. 남의 것을 탐내지 않고, 더 많이 가지려 욕심도 부리지 않고, 자신의 배와 어린 치어들의 배를 채울 만큼만 욕심 내는 이들은 수조에 적응을 잘한다. 무엇이든 잘 먹고 사람도 잘 따르며 놀기도 잘한다. 보통 망둑어와는 달리 벽면에 붙어 있지 않고 언제나 중층에서 생활하며 다른 종류의 물고기와 다투는 법이 없다. 저보다 덩치가 훨씬 더 작은 놈이 먹이를 뺏으러 와도 양보하는 걸 보면 참으로 순둥이다.

요즘 세상에 양보라는 말이 무색한 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이 일곱동갈망둑과 같은 사고방식으로 산다면 바보라고 놀림을 당할지도 모르겠다. 실제 수중에서도 한번 이놈을 무시해본 어종은 어느 경우든 다시 무시하려고 든다. 놀기도 잘하여 지켜보는 이가 외롭지 않게 놀아주며, 몸매와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데 건강미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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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현호 한국어류 연구가 c113719@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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