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헤엄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어찌 보면 춤춘다고 하는 것이 어울릴 정도다. 저렇게 힘들여서 겨우 몇 cm 정도 갈 바에야 그냥 생긴대로 기어가지 왜 그렇게 히스테릭한 몸놀림으로 시선을 끌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나름의 이치가 있다. 이놈의 행동도 우리가 이해 못하는 자연의 수많은 것들 중의 하나이리라.
흰턱수염갯민숭달팽이가 중층에 떠서 움직일 때는 볼썽사납지만, 돌이나 수초에서 움직일 때는 대단히 신중하여 걸음걸음이 매우 조심스럽다. 먹이는 수중의 작은 플랑크톤인 것으로 보인다. 파랑갯민숭달팽이와 달리 돌이나 수초에 붙어 있는 미세류를 잡아먹는 것으로 보이는데, 휴식을 취할 때는 사람이 허리를 구부리고 자듯이 몸을 구부리며 촉수는 언제나 서 있는 상태다.
일반적으로 갯민숭달팽이의 유생은 온도 변화에 민감해 온도가 내려가면 바로 모든 행동을 중지하고 온도 변화가 심하지 않은 바닥의 돌틈이나 모래 속으로 파고든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낸 후 온도가 상승하면 기어나와 활발히 움직인다. 기회가 있다면, 필자의 연구실을 방문해 이들의 아름다움을 직접 확인해보시라.
[일곱동갈망둑의 ‘安貧樂道’]

일곱동갈망둑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엔 몸통의 담황색보다 짙은 적담황색 줄무늬가 있고 등지느러미는 밑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그 끝이 뾰족해진다. 가슴지느러미는 아가미 바로 뒤부터 시작되고 배지느러미는 항문 끝에서 시작해 미병부 부근까지 이어진다. 가슴에 있는 빨판은 혼인 시기에 푸른색을 띠는데, 평상시엔 빨판을 사용하지 않고 보통 어류처럼 중층과 저층에서 산다.
이놈이 자연상태에서 노는 것을 보면 참으로 여유롭다. 돌무더기 부근에 산책을 나온 듯 자못 의젓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한가롭다. “바쁘다 바빠!”를 외치며 숨막히게 사는 우리 눈으로 보면 부러울 정도다. 남의 것을 탐내지 않고, 더 많이 가지려 욕심도 부리지 않고, 자신의 배와 어린 치어들의 배를 채울 만큼만 욕심 내는 이들은 수조에 적응을 잘한다. 무엇이든 잘 먹고 사람도 잘 따르며 놀기도 잘한다. 보통 망둑어와는 달리 벽면에 붙어 있지 않고 언제나 중층에서 생활하며 다른 종류의 물고기와 다투는 법이 없다. 저보다 덩치가 훨씬 더 작은 놈이 먹이를 뺏으러 와도 양보하는 걸 보면 참으로 순둥이다.
요즘 세상에 양보라는 말이 무색한 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이 일곱동갈망둑과 같은 사고방식으로 산다면 바보라고 놀림을 당할지도 모르겠다. 실제 수중에서도 한번 이놈을 무시해본 어종은 어느 경우든 다시 무시하려고 든다. 놀기도 잘하여 지켜보는 이가 외롭지 않게 놀아주며, 몸매와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데 건강미가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