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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에세이

매미의 추억

  • 글: 손해일 농민신문 편집국장 sohnhi@nongmin.com

매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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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털매미 〉 “씨-”로 시작해 1초에 2~3회 정도 “씩 씩 씩” 하다가 2~4회 “씨-익” 한 후 다시 “씩 씩 씩” 하면서 수십 분간 계속.

〈 유지매미 〉 기름이 끓듯 굵은 톤으로 “지글 지글 지글” 하다 클라이 맥스 조절해가며 한 곡 마친 후엔 “딱 따그르르---” 다음곡 준비.

〈 쓰름매미 〉 “쓰-름 쓰-름” 계속, “스데-욜 스데-욜” 반복하기도.

〈 소요산매미〉 짧은 전주 후 “지-임 맴! 지-임 맴!” 연속, “타카 타카 타카”로 마무리.

〈 호좀매미 〉 1초에 5~8회 정도로 “칫 칫 칫” 계속하다 중간중간 “쩍--” 하다가 “칫 칫 칫”.



〈 참매미 〉 “끄--”로 시작해 “밈 밈 밈 밈--미” 반복 후 “밈---” 마무리.

〈 애매미 〉 뭐니해도 ‘곤충문화재 으뜸소리꾼’은 애매미렷다.

*도입부 : “씨유- 쥬쥬쥬쥬쥬---”

*제1주제: “쓰와 쓰와 - 쥬쥬쥬쥬--- 오-쓰 쥬쥬쥬 오-쓰 쥬쥬쥬 오-쓰 오-쓰”

*간주 : “히히히쓰 히히히히히---”

*제2주제: “씌오츠 씌오츠 씌오츠---”

*종결부 : “츠르르르르---” (한 곡이 30초 내지 1분 가량)

궁상각치우! 향단아, 냉큼 다음 곡 준비하렷다.

어쩌다 이런 천상의 소리꾼이 태풍 이름에 붙어 누명을 뒤집어쓴단 말인가. 태풍이름은 호주의 예보관들이 처음 붙인 이래,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1978년까지는 미 공군과 해군에서 공식적으로 여성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2000년부터는 아시아 태풍위원회에서 14개국이 10개씩 제출한 이름을 국가명의 알파벳순에 따라 조별로 붙인다.

한국은 ‘개미 나리 장미 수달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나비’ 등 10개를 제출했다. 북한도 ‘기러기 도라지 갈매기 소나무 버들 봉선화 매미 메아리 민들레 날개’ 등 10개의 이름을 제출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매미’다. 이 추억 어린 이름들이 태풍 올 때마다 또 얼마나 구설수에 오를꼬.

매미의 추억과 함께 영화 ‘살인의 추억’이 생각난다. 올해 관객 510만명을 기록한 최대 히트영화라는 ‘살인의 추억’은 경제적 부가가치가 303억원이란다(한국은행 분석). 중형승용차 EF소나타 2800대 생산과 맞먹을 정도라는 것.

하지만 ‘매미의 추억’의 부가가치를 어찌 돈으로 환산할 수 있으랴. ‘태풍 매미’의 인명, 재산피해를 따지는 것도 매미에 대한 명예훼손이요, 무고죄에 해당하니 생략하자.



지금쯤 매미 애벌레는 몇 년 후, 길게는 17년 후에 소리꾼으로 환생할 것을 꿈꾸며 목청을 가다듬고 있을 것이다. 매미소리 없는 농촌을 상상할 수 없듯, 어린애 울음소리 그친 농촌은 얼마나 삭막한가. 요즘 너도나도 농촌 경승지를 찾지만 농민들이 줄지어 떠나고 팽개쳐진 자연은 적막강산일 뿐이다. 지난해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소득의 73%에 불과했다. 고령화된 우리 농촌은 2000년에 이미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4.7%를 넘어섰다.

희망을 잃은 농민, 개방 태풍에 무력한 농업, 공동화하는 우리 농촌을 누가 어떻게 지키고 살릴 것인가. 이 시대의 우리 모두가 후손에게 진 채무요, 숭고한 사명이다.

신동아 200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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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해일 농민신문 편집국장 sohnhi@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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