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호

태어난 계절 따라 자녀 수 다르다

  • 글: 박미용 동아사이언스 기자 pmiyong@donga.com

    입력2004-06-01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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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난 계절 따라 자녀 수 다르다
    사주(四柱)로 인생을 점치는 것은 과학적인 일일까. 최근 태어난 달에 따라 신체나 심리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흥미를 끌고 있다.

    영국의 생식의학전문지 ‘휴먼 리프로덕션’ 4월29일자는 여름에 태어난 여성은 다른 계절에 태어난 여성에 비해 아이를 적게 낳는다는 연구결과를 게재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 연구팀이 자국의 45세 이상 여성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월에 출생한 가임기 여성의 평균 자녀수가 다른 달에 태어난 여성에 비해 적었다는 것. 특히 7월에 태어난 여성은 12월에 태어난 여성과 비교할 때 1인당 자녀수가 0.3명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 여성은 다양한 피임방법을 통해 임신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여성이 태어난 달에 따라 출산 횟수가 다르다는 점은 산업화 이전 연구결과와 별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과거 산업화 이전 캐나다와 네덜란드에서도 여름에 태어난 여성이 아이를 더 적게 낳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연구책임자인 주자너 후버 박사는 “온대지방에서는 계절에 따라 외부환경이 변한다”면서 “태아단계와 영아기의 조건이 장차 자녀 출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참고로 동시대 오스트리아 남성들의 경우 봄에 태어난 사람일수록 자녀가 많았으며 가을이 가장 적었다고 한다.



    태어난 달이 사람의 성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영국 개방대학의 카롤 조인슨 박사팀이 4월16일 영국 심리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10월~3월에 태어난 20~45세의 사람은 여름에 태어난 사람에 비해 위험할 수도 있는 행동에 대한 두려움이 적다고 한다. 반대로 46~69세에서는 여름에 태어난 사람이 더 과감한 행동을 선호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계절에 따른 일조량 차이가 두뇌의 화학적 반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했다. 나이가 들수록 초기 두뇌의 화학물질 균형이 달라지기 때문에 심리상태도 달라진다는 것. 그러나 앞서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태어난 달이 신체나 정신건강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못했다.

    과학자들에게 생명의 탄생은 여전히 버겁기만 한 신비스러운 영역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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