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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취재

성황 이룬 평양예술단 첫 호주 공연

“요참엔 거저 호상간에 안면이나 트려 했는데…”

  • 글: 윤필립 재(在) 호주 시인 phillipsyd@naver.com

성황 이룬 평양예술단 첫 호주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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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무대의 막이 올랐다. 녹색 계통의 한복을 차려입은 성악배우 신정애가 “이역만리 호주 땅에서 자나깨나 조국의 품을 그리며 살아가시는 호주 동포 여러분…” 하며 북한 여성 사회자 특유의 오프닝 멘트를 하자 좌석 여기저기에서 작은 술렁거림이 일었다. 이질적인 억양과 익숙하지 않은 용어가 생경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시 후 공훈배우 오란희 등 5명이 나와 동포들의 귀에도 익숙한 ‘반갑습니다’를 열창하자 분위기는 곧 반전됐다. 특히 남성고음 독창가수(테너)인 공훈배우 김익이 ‘선구자’를 힘차게 부른 데 이어 뜻밖에도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루치아노 파바로티 못지않은 기량으로 부르자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공연을 관람한 교민 김재원씨는 “김익씨의 기량이 놀랍다. 그가 서구에서 활동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할 정도다”는 반응을 보였고, 테너로 활동하고 있는 교민 조종춘씨는 “창법이 러시아나 중국 스타일이지만, 타고난 성량과 열정적인 공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평했다.

‘아리랑’ ‘양산도’ ‘도라지’ 등의 민요와 북춤 등으로 민족의 향취를 고취시킨 평양예술단은 ‘우리는 하나’ ‘다시 만납시다’를 열창하며 역사적인 호주 공연을 마무리했다. 청중들은 환호했고 공연자들은 10여차례의 커튼 콜에 응했다. 이어 한인회 인사들이 무대로 올라가 꽃다발을 전하고 공연자들과 어깨를 감싸안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목청껏 불렀다.

여기까지는 평양예술단의 한국공연을 중계한 TV 프로그램과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많은 좌석을 차지하고 있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눈물을 훔쳐내는 장면까지도. 조금 특이한 광경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공연이 끝난 뒤 식사가 제공되고 여기저기서 술잔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공연을 평가하는 대화들이 오갔다.



“한 자리에 하나씩 박으라우!”

“와, 테너는 정말 아깝다. 저 정도면 어디다 내놓아도 손색이 없겠는데….”

“남남북녀라더니 역시…. 꽃미녀 정도가 아니라 꽃꽃미녀로구먼.”

‘꽃미녀’가 화제에 오르자 구석진 자리를 배치받은 ‘해병전우회 호주지회’에서 농반진반의 불평이 터져나왔다.

“사무총장, 우리를 왜 이런 구석자리에 앉혀서 꽃미녀 구경도 제대로 못하게 한 거야?”

마침 한인회 조양훈 사무총장과 함께 그곳을 지나던 북한 관계자가 그 얘기를 듣고 한마디 했다.

“사무총장 선생, 한 자리에 하나씩 박으라우!”

성황 이룬 평양예술단 첫 호주 공연

평양예술단 호주 공연 프로그램과 티켓.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어디에다 뭘 박으라는 말인가. 그 뜻은 잠시 후 명료해졌다. 공연을 끝낸 단원들이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무대 아래로 내려와서 테이블마다 한 명씩 앉아 동포들과 함께 어울린 것.

“아니,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박으라는 거야?”

환영행사가 끝날 즈음 남자청중들 사이에서 나온 우스갯소리다. 잠깐 동안의 만남이지만 그만큼 허물이 없어졌다는 의미다.

“북한이 변하고 있다”

불과 4년 전인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이 철저하게 2인1조 혹은 3인1조로 움직이던 것을 기억하는 호주 동포들은 예술단원들이 각 테이블에 한 사람씩 앉아 대화를 나누는 광경을 보면서 북한의 대외적인 태도가 크게 변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북한을 자주 왕래하는 재오련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북한이 내부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1996년 북한을 방문한 이후 북한의 대외정책에 관심을 가져온 호주노동당(ALP) 소속의 메리디스 버그만 NSW주 상원의장도 평양예술단의 유연한 태도를 ‘변화의 조짐’이라고 해석했다. 환영만찬에 참석한 버그만 상원의장은 천재홍 주호주 북한대사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공연을 관람한 후 “북한 방문을 통해 한민족의 통일염원이 얼마나 강렬한지 잘 알고 있다”면서 “여러분의 성공적인 공연과 즐거운 호주여행을 기원한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북한을 방문한 몇 안 되는 호주 정치인 중의 한 사람인 버그만 상원의장으로부터 북한에 관한 견해를 들어보기 위해 6월4일 의사당으로 전화를 걸어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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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필립 재(在) 호주 시인 phillipsy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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