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호

제41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 입력2005-11-11 13:0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제41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신동아’ 회의실에서 논픽션 공모 본심 심사를 하고 있는 심사위원들.

    우수작 3편(고료 각 500만원)

    ‘실크로드에 묻힌 조선족 화가 한낙연’이종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한 독립운동가의 운명’류일엽 (중국 길림성 연길시 우의로)

    ‘너무나 추웠던 그해 여름’채문수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 당선작은 신동아 2005년 11월호부터 매월 1편씩 게재됩니다.



    심사 경위

    ‘신동아’ 논픽션 공모가 올해로 41회를 맞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난해에 이어 이번 공모에서도 최우수작이 뽑히지 못했다. 대신 우수작 3편이 선정됐다.

    응모 작품수는 총상금을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올린 첫 해인 지난해의 82편에는 크게 못 미치는 42편에 그쳤으나, 평년 수준은 유지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7편으로, 본심 심사위원 3명이 2∼3편씩 돌려가며 읽는 방식으로 이들 작품을 검토했다. 9월29일 ‘신동아’ 회의실에서 열린 본심 최종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은 응모작의 수가 많지 않음을 아쉬워하며, 최우수작 후보로 올릴 만한 탁월한 작품이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심사위원들은 고심을 거듭한 끝에 이종한씨의 ‘실크로드에 묻힌 조선족 화가 한낙연’, 류일엽씨의 ‘한 독립운동가의 운명’, 채문수씨의 ‘너무나 추웠던 그해 여름’ 3편을 우수작으로 뽑았다.

    심사위원

    본심 : 하응백(문학평론가) 정길연(소설가) 전진우(동아일보 논설위원)예심 : 이상락(소설가)

    ◇ 심사평

    [하응백] 자료 발굴 통한 간접 형상화 두드러져

    제41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논픽션은 픽션과 다르다. 이 말은 아주 단순하게 들릴지 몰라도 논픽션이 갖춰야 할 요건을 상당 부분 함축하고 있다. 흔히 픽션은 허구라고 말하고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한다. 이 말을 뒤집으면 논픽션은 사실에 근거한, 허구와는 다른 장르라 할 수 있다. 논픽션은 그 신빙성과 진실성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해야 한다는 말이다.

    과거의 논픽션이 대개 자신의 체험을 형상화했다면, 올해 응모한 작품에는 자료 발굴 및 조사를 통한 간접적인 형상화 경향이 두드러졌다. 간접 형상화는 신빙성과 진실성 확보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떤 문헌에 근거를 뒀는지, 어떤 방식으로 대상 인물에 접근했는지, 대상과 글쓴이의 관계맺음은 어떤 연유로 이뤄졌는지 등이 명확해야 하는 것이다.

    ‘한 독립운동가의 운명’(류일엽), ‘실크로드에 묻힌 조선족 화가 한낙연’(이종한), ‘너무나 추웠던 그해 여름’(채문수), 이 세 작품을 심사위원들은 우수작으로 낙점했다. 그러나 어느 작품도 최우수작으로 선정될 만큼 뛰어나지는 못했다. “올해는 최우수작이 나와야 한다”는 ‘신동아’ 편집진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은 최우수작을 뽑지 못했다.

    ‘한 독립운동가의 운명’과 ‘실크로드에 묻힌 조선족 화가 한낙연’은 간접체험이며, 자료의 조사와 발굴을 통해 각기 한 독립운동가의 파란만장한 삶과 조선족 화가 한낙연의 삶을 재조명한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좀더 엄밀한 고증이 수반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나 추웠던 그해 여름’은 88서울올림픽 당시의 체험을 형상화했는데, 자신을 객관화하는 노력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런 연유로 최우수작이 탄생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수작으로 당선된 작품은 당연히 뛰어난 작품들이다. 세 분에게 축하 인사를 보낸다.

    [정길연] 자기변명, 과장, 왜곡 경계해야

    제41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본심에 오른 7편의 작품 가운데 마지막까지 남은 원고는 ‘한 독립운동가의 운명’(류일엽), ‘너무나 추웠던 그해 여름’(채문수), ‘실크로드에 묻힌 조선족 화가 한낙연’(이종한) 세 편이었다.

    ‘너무나 추웠던 그해 여름’은 서울올림픽 당시 중계분야에 투입된 통신전문가가 직접 겪은 진행상 애로사항과 기술적 문제 해결의 과정을 기술한 내용이다. 자칫 건조할 수 있는 소재임에도 의외로 지루하지 않게 읽히는 맛이 있다. 다만 사적(私的) 감정의 토로가 거북하게 다가오는 점이 결점으로 지적됐다. ‘한 독립운동가의 운명’은 일제 강점기와 분단이라는 우리의 신산한 역사와 맞물린 개인사를 다뤘는데, 취재의 성실성과 불과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과거에 대해 집단 기억상실증에 걸린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점을 높이 샀다. ‘실크로드에 묻힌 조선족 화가 한낙연’은 우리 역사에서 소외된 국외자의 삶을 발굴한 점이 돋보였다.

    최우수작 없는 우수작에 그치긴 했지만, 세 편 모두 나름대로 그 취지와 의의가 만만치 않은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라 믿는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논픽션이라는 장르의 글쓰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 지나친 자기변명, 과장, 일방적 주장이나 의도적 왜곡, 그리고 편향된 시각과 사료의 부정확성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다.

    [전진우] 親日·抗日의 물음표 던진 두 작품

    제41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한국사회는 불과 반세기여 동안 광복, 전쟁과 분단, 독재와 산업화, 저항과 민주화란 압축된 역사의 과정을 밟아왔다. 따라서 그동안 ‘신동아’ 논픽션 응모 작품들도 대개 이런 굴곡의 현장에 맞닿은 것이었다. 그러나 과거를 기억하는 세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젊은 세대는 인터넷 문화에 익숙해져 책읽기나 글쓰기를 멀리한다. 그 결과가 ‘신동아’에 응모하는 논픽션의 양과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러나 특별한 경험이나 흥미로운 소재가 논픽션의 절대 조건은 아니다. 일상의 삶에서도 얼마든지 담백한 감동을 주는 논픽션이 나올 수 있다.

    ‘한 독립운동가의 운명’(류일엽)은 오늘날 친일(親日)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사회에 무엇이 친일이고 항일(抗日)인가, 그것을 후대 사람들이 과연 두부모 자르듯이 가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질문은 친일파 청산보다 중요한 것은 묻힌 항일 독립운동가를 찾아내 그들의 공적을 평가하고 역사에 기록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근본적인 물음이기도 하다. ‘실크로드에 묻힌 조선족 화가 한낙연’(이종한)도 같은 맥락에서 소중한 기록이다. 다만 검증의 문제에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격암유록(格菴遺錄)의 실체를 밝힌다’(허춘회)는 그 점에서 아쉬운 작품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