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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같은 사진도 보는 맛이 다르게 만드는 ‘교양의 즐거움’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khhan21@hanmail.net

같은 사진도 보는 맛이 다르게 만드는 ‘교양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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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적인 교양, 문화

새로운 기술은 여러 예술을 결합시키고 있다. 수없는 이종(異種)배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의 공간과 놀이의 공간이 하나로 합쳐짐에 따라 인간은 일하면서 예술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컴퓨터로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다가 바로 일로 전환할 수 있다. 또 일을 하면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즐기기도 한다.

문화는 이제 누구나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교양이 되었다. 교양 없는 인간은 어디에서도 소통하기 어려워졌다. 단 한 건의 비즈니스를 위해서, 사교계에서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서 문화라는 교양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 면에서 ‘문화적 교양인이 되기 위한 20가지 키워드’란 부제를 달고 있는 ‘교양의 즐거움’은 눈길을 끈다.

이 책은 5장으로 되어 있지만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1, 2장과 3∼5장은 각각 이론과 실제처럼 읽힌다. 1, 2장은 오늘의 예술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 교양을 다루고 있다. 르네상스 문화, 구조주의, 심리철학, 사서(논어, 맹자, 대학, 중용)를 다룬 1장 ‘인간의 근원, 학문의 근원’과 중남미, 일본, 한국, 프랑스의 문학을 다룬 2장 ‘문학, 세계의 반영’은 그야말로 문사철(文史哲) 교양이다. 이것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기반학문이기도 하다. 마치 일식집에 가면 처음에 내오는 죽 같은 냄새가 난다.

3∼5장은 각각 시각예술, 청각예술, 몸의 예술을 다룬다. 시각예술로는 사진, 만화, 현대미술, 조선 후기의 진경풍속과 건축을 다뤘고, 청각예술로는 서양음악, 현대음악, 재즈, 판소리 열두 마당이, 몸의 예술로는 발레와 뮤지컬, 유럽영화가 선택됐다. 모두 요즘 각광받는 문화 코드들이다.



각 코드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 분야의 역사와 기본개념, 한국적 상황이 잘 정리되어 있다. 가령 사진예술을 다룬 꼭지에서는 사진예술이 등장한 배경부터 언급한다. 사진예술은 어느 한 사람의 독특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1789년을 기점으로 하는 프랑스혁명(계몽과 근대를 아우르는 시점인)과 19세기 초반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혁명(인간이 기계와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에서)의 진행과정이 빚어낸 시대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사진의 역사가 다뤄지면서 각 시기를 대표하는 주요한 사진작가들에 대한 간략하지만 명쾌한 설명이 이어진다.

리얼리즘 시기를 대표하는 으젠느 아트제,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하인리히 칠레 같은 작가들은 사진을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 몸부림쳤던 사람들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급속하게 발전한 광학과 기계학으로 인해 소형 카메라가 등장했고, 소형 카메라의 달인도 나타났다. 바로 ‘결정적 셔터 찬스’라는 사진미학을 구현한 카르티에 브레송이다. 현대사진을 대표하는 로버트 프랭크는 이전까지의 리얼리즘적인 사진 재현 태도를 주관적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든다. 작가 자신이나 주변 친구들이 사진의 대상이 되는 포스트모더니즘 정신을 구현한 신디 셔면이나 낸 골딘 같은 사진가는 사진을 더욱 전투적인 예술로 만들었다.

학문적 역량 총동원

정리해놓고 보니 지나치게 소략하다. 이런 정도의 지식으로 교양까지? 하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나는 앞에 열거한 작가들의 이름을 인터넷에서 하나하나 검색해보았다. 그곳에는 그들의 대표작과 작품 활동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사진의 ‘톨스토이’로 비견되는 카르티에 브레송의 대표작을 그곳에서 보는 맛은 색다르다. 이를 통해 글의 의미를 더욱 깊게 깨우칠 수 있었다.

나는 2002년에 ‘21세기 지식키워드’라는 책을 기획한 적이 있다. 이 책은 키워드별로 200자 원고지 10매 분량의 설명과 키워드와 관련해서 꼭 읽어야 할 책 다섯 권의 목록에 대한 설명 5매, 이에 보태어 더 읽어야 할 책 10권의 목록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을 기획하게 된 동기는 ‘검색’이라는 습관이 책을 어떻게 변모시킬 것인가를 생각해보기 위해서였다. 사실 우리는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인터넷에 접속해 그곳에 펼쳐진 ‘인류가 생산한 모든 지식’을 맛보며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상상하고 있다.

‘교양의 즐거움’ 또한 그 같은 시스템에 어울리는 책이다. 더구나 이 책은 영화 ‘스타워즈’의 선지자 ‘요다’ 같은 능력을 겸비한 필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역량을 총동원해 잘 요약해놓지 않았는가. 그래서 이 시대가 요구하는 기본교양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꽤 맞춤한 책이다.

신동아 200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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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khhan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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