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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그 완벽한 설계에 대하여

  • 조수철 / 일러스트·박진영

인간, 그 완벽한 설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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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는 약 2000억개의 신경세포가 생성되는데, 그 속도는 1분당 50만개의 뉴런을 만들 정도다. 임신 5개월이 되면 신경세포와 세포 간의 연결망이 형성되고 다른 세포와 연결망을 맺지 못하는 신경세포는 사망하는데, 이 과정을 세포의 자연사(아포토시스, apoptosis)라고 한다. 그 결과 약 50%(1000억개)의 신경세포만 살아남는다.

이 과정에서도 중요한 교훈을 읽을 수 있다. 하나는 필요한 수보다 많은, 충분한 숫자의 세포를 만들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초기에 비록 부실한 신경세포가 만들어진다 해도 뇌의 전체 기능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도태될 기회가 있기 때문에 정상적 발달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또 하나는 다른 세포와 관계를 맺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점이다. 즉 이 과정에서도 경쟁의 원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간의 연결망을 시냅스라고 한다. 시냅스는 생후 1∼2세에 최고치에 다다르고 성인의 약 2배가 된다. 한 개의 신경세포는 다른 신경세포와 1만∼1만5000개의 시냅스를 이룬다. 나이가 들면서 시냅스의 조정이 일어나는데,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지 못하는 시냅스는 없어지게 된다.

활발하게 생성되는 시기에는 1초에 1600만개의 시냅스가 형성된다. 이들은 유아기에서 사춘기에 이르는 사이에 죽는데, 매일 200억개의 시냅스가 없어져서 사춘기가 되면 거의 성인의 수준에 도달한다. 이 대목에서도 새겨봐야 할 점이 있다. 각각의 세포는 다른 세포와 매우 긴밀한 연결망을 가져야 살아남는다는 것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경쟁이다. 경쟁에서 지는 세포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하나의 세포가 홀로 살아남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

요즘 정부와 언론의 갈등이 심각하다. 우리 몸 안의 세포들은, 언론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사회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없다는 교훈을 준다.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간의 대화는 활발해야 하고, 열려 있어야 하며, 솔직하고 자유로워야 한다. 언로(言路)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혈관이 막힌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낳는다.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는 세포나 조직은 살아남을 수 없다.



세포가 죽음에 이르는 경로에는 두 갈래가 있다. 하나는 화상, 독성물질, 외상 등의 사고로 수동적으로 죽음에 이르는 괴사이며, 다른 하나는 세포의 유전자에 내재된 계획에 의해 능동적으로 사멸하는, 계획된 세포의 죽음(자연사)이다.

세포의 괴사가 오랜 시간에 걸쳐 무질서하게 일어나는 데 반해 아포토시스는 단시간에 조직적으로 일어난다. 단순히 외형의 특징으로 나눠보자면 세포의 괴사는 밖에서 수분이 유입되어 세포가 팽창해 파괴되고 자연사인 아포토시스는 세포가 축소되면서 시작된다. 이후 인접하는 세포 사이에 틈새가 생기고, 세포 내에서는 DNA가 규칙적으로 절단되어 잘게 나눠진다. 마지막엔 세포 전체도 잘게 부서져 일명 ‘아포토시스 소체(apoptosome)’로 된 다음 가까이 있는 식세포(phagocyte)에게 먹힘으로써 죽음에 이른다.

아포토시스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다세포 고등생물의 발생과 성장 과정에서 무질서한 초기 상태를 적절히 제거하고 팽창을 절제함으로써 몸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성장이 끝난 성체에서는 정상적인 전체 기능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상이 생기거나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는 일도 맡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손발의 발생과정이다. 태아의 초기에 손이나 발은 주걱 모양을 하고 있어 발가락이나 손가락 사이가 구분되어 벌어지지 않고 있다가, 후기에 그 사이에 있던 세포에서 아포토시스가 이뤄져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형태가 생기고 기능적 구조를 갖추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apoptosis’라는 말의 어원이다. ‘apo(낙엽)+ ptpsis(떨어지다)’, 즉 세포 자연사의 어원은 ‘낙엽이 떨어지다’이다. 자기가 할일을 다하고 물러서는 그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붙여진 이름이다. 할일을 다하고 나서 더 살겠다고 버티는 세포는 없다. 우리 사회에는 다른 사람은 모두 물러나야 된다고 생각하면서 오직 자신만이 할일이 더 남았다고 생각해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사명감도 지나치면 사회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 ‘물러날 때와 나아갈 때’의 교훈은 우리 몸 안에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거늘.

암은 1988년부터 우리 국민의 사망원인 중 1위를 차지해왔으며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인체 내의 모든 세포는 숙명적으로 정해진 규칙에 의해 분열하며 치밀한 성장 및 쇠퇴의 과정을 거듭하며 조직과 장기를 구성한다. 이러한 조직과 장기들도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서로 협력, 보완 그리고 통합의 기능을 발휘하면서 개체가 생존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어떠한 원인으로 인해 정상세포의 불필요한 세포분열을 억제하는 정상적 세포분열 조절기능이 고장나면 이 세포들은 비정상적인 세포분열로 세포집단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곧 암세포 집단이 된다. 즉 통제 조절기능에서 벗어나 제 마음대로 행동하는 세포가 암세포이다.

형질전환(transformation)된 1개의 암세포에서부터 시작, 세포분열을 통해 새로 생겨나는 모든 암세포가 지속적으로 세포분열을 거듭한다고 가정하면, 암세포의 수는 10회 분열할 때마다 1000배씩 증가한다. 따라서 1개의 암세포가 30회 분열하면 그 수가 10억개에 이르게 된다. 이때 암의 직경은 약 1cm, 무게는 약 1g이 되고 임상적으로 의사가 처음 암을 발견할 수 있는 최소한의 크기가 된다.

이러한 암세포는 스스로는 기능을 갖지 않지만 다른 정상적인 조직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더 나아가 생체의 통제력을 벗어난 과잉성장은 한 곳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주위 조직을 침범하기도 하며, 혈관 또는 임파선을 통해 멀리 떨어진 장기나 조직을 침범해 그 조직이나 장기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이 과정을 암의 전이(metastasis)라 하며, 이렇게 전이가 일어나면 치료는 거의 불가능해진다. 즉 한없이 자기 세력을 넓혀 나가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속해 있는 생체를 죽이며, 따라서 자기도 죽게 하는 아주 어리석은 세포들이다. 다른 세포들과 조화와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세포, 자리만 차지하면서 일은 하지 않고, 다른 세포나 기관의 기능까지 마비시키는 세포가 바로 암세포인 것이다.

인간, 그 완벽한 설계에 대하여
조수철

1949년 출생

서울대 의대 졸업, 동 대학원 박사(신경정신과)

미국 예일대 소아연구센터 교환교수

現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과장), 전국 의과대학 정신과 주임교수 협의회장

저서 : ‘틱장애’ ‘소아정신병리의 진단과 평가’ ‘모차르트 이펙트’ ‘산만한 우리아이 어떻게 가르칠까’


‘낙하산 인사’ ‘코드 인사’가 논란을 낳고 있다. 문제를 삼으면 ‘낙하산이 뭐가 문제냐’는 집권층의 반사적 반론을 듣게 된다. 최소한의 능력이라도 갖췄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단지 ‘코드’가 맞는다고 중요한 자리에 앉혀 국민의 아까운 세금만 축낸다면 재고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세포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면 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인간을 이루는 기본 단위, 즉 각각의 세포를 하나의 별에 비유한다면 100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인간은 우주적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신경세포가 1만∼1만5000개의 연결망을 갖고 있는 점을 상기한다면 더욱 실감이 날 것이다.

개개인의 인간이 스스로를 우주적인 존재로 믿고 타인을 우주적 존재로 받아들여 그 존재의 소중함을 인식한다면 사회적 갈등을 쉽게 해소하고 이상적인 사회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신동아 200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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