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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IMF 사태’ 10년 | 타릭의 Outsider’s Insight

아직도 머나먼 개혁, 개방… 10년 전으로 돌아가려는가

  • 타릭 후세인 경제칼럼니스트 tariq@diamond-dilemma.com

아직도 머나먼 개혁, 개방… 10년 전으로 돌아가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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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당면한 이해집단의 병폐를 타파하려면 시장 개방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또 하나의 중대한 오해, 즉 ‘글로벌화’에 대한 잘못된 정의를 바로잡아야 한다. 내가 한국에 와서 처음 배운 단어는 ‘세계화’였다. 너도나도 ‘세계화’를 외치는 사람들, 현대식 빌딩과 첨단 기술, 사람들의 세련되고 모던한 옷차림에서 한국은 굉장히 ‘세계화’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한국의 ‘글로벌화’는 해외여행이나 수출시장 확대, 혹은 특정 산업이나 영역에서의 ‘세계 최고, 최대, 최초’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진정한 글로벌화는 시장 개방이 ‘윈-윈’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수용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글로벌 기준을 따르며,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외국인 오너 혹은 상사, 동료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열린 자세가 돼야 한다.

일부에선 한국이 지난 10년간 충분히 시장을 개방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여전히 폐쇄적인 국가 중 하나다. 예를 들면, 한국의 GDP 대비 해외직접투자(FDI·Foreign Direct Investment) 비중은 일본을 제외하고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2006년 9월까지 한국은 고작 75억달러의 해외직접투자를 유치했으며 그나마 2005년 동기 대비 2% 감소했다.

반면 한국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처음으로 해외투자 유입액을 크게 넘어섰다. 중국에는 한국이 유치한 투자액의 10배가 유입되고 있으며, 세계 챔피언인 영국은 한국의 22배에 달한다. 한국 경제를 영국이나 아일랜드, 혹은 네덜란드 수준으로 개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다이내믹 코리아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아직 한국은 갈 길이 너무도 멀다.

한국의 재벌이 초기 경제 발전의 기반을 닦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다. 제대로 된 자본시장과 노동시장, 수요처가 없는 상황에서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은 성장을 위한 첨병으로 거대한 사기업 조직을 만들었다. 그의 뜻대로 재벌은 초기 산업화를 진두지휘했으나 너무 비대해지고, 복잡해졌으며, 막강해졌다. 한국 국민은 여전히 재벌을 경외시하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과 중앙일보가 공동 실시한 ‘파워기관 신뢰 영향력 조사’에 따르면 현대, 삼성, LG, SK와 같은 국내 재벌은 영향력과 신뢰도 면에서 여전히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시 돌아가려고?

따라서 그들은 한국의 경제 개혁을 선도하기 위한 중추적 역할과 책임을 담당해야 한다. 글로벌 수준의 제조업체에서 서비스 업체로, 관료적인 대기업 조직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유연한 조직으로,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 구조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자발적으로 경주해야 한다. 재벌이 한국의 경제 개혁을 다시 한번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재벌은 이처럼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은 어떤가. 삼성은 이미 글로벌 수준의 그룹이 되지 않았는가. 이미 그들은 세계 최고의 기업인 GE와 여러 면에서 경쟁할 정도로 성장하지 않았는가.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예스 or 노’이다. 삼성은 의심할 여지없이 한국에서 가장 선진화하고 성공한 기업이다. 삼성은 과거 한국의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지금도 그러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도 삼성의 가장 큰 성과는 삼성전자라는 초일류 기업을 만들어냈다는 데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조차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 핵심적인 이슈는 복잡한 지분구조와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다. 이는 삼성이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GE와 다른 글로벌 선진 기업과 비교하면 가장 뒤처진 부분이기도 하다.

보장된 미래는 없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GE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훨씬 크고 중요하다. 바로 이 때문에 삼성은 ‘한국주식회사’의 역할 모델이다. 동시에 삼성이 적극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다른 재벌이 핑계로 삼을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삼성은 한국이 진정으로 개방을 가속화하고 핵심 영역에서 ‘위’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매우 특별하고도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다.

한국과 한국이 이룩해낸 경제 발전에 대한 나의 경외심은 장하준 교수가 처음 나의 호기심에 불을 지폈던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어떤 면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개혁과 변화를 포용하고자 했던 한국 국민의 의지를 목격하면서 그러한 경외심은 더욱 커졌다. 외환위기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또 한번의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은 이젠 더 이상 정체되거나 혹은 구시대적 모델로 돌아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더욱 개방적이고 다이내믹한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모든 영역, 모든 집단, 모든 직급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아직도 머나먼 개혁, 개방…	10년 전으로 돌아가려는가
타릭 후세인

독일 출생

영국 런던정경대 경영학과 졸업,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석사

부즈앨런해밀턴 한국사무소 이사

現 Maxmakers 한국대표

저서 : ‘다이아몬드 딜레마’

수상 : 2006 Global Korea Award


내가 느낀 한국 국민의 추진력과 야망, 에너지와 결단력은 무서울 정도로 우수하다. 이러한 장점이 올바른 방향으로 분출된다면 그것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경우 엄청난 에너지는 오히려 소모적인 논쟁과 상호 비난, 혹은 이기적 투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는 심각한 국력손실로 이어질 것이다.

지난 십수년간 한국이 이룩한 경제 발전은 분명 놀라운 것이지만 그것이 미래를 자동으로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동아 200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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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릭 후세인 경제칼럼니스트 tariq@diamond-dilemm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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