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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인권에 대한 진지한 공론장이 되기를 ‘인권평론’

  •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평화연구 kwkoo@kyungnam.ac.kr

인권에 대한 진지한 공론장이 되기를 ‘인권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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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세계화시대의 FTA는 헌법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NAFTA 이후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공영역의 축소 및 국민이 공공영역을 결정할 권리를 상실해가는 과정은 FTA를 신헌정체제(new constitutionalism)로 부르는 것이 과언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한미 FTA 협상에서 국내협상, 즉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생략됐다는 것은 정치적·시민적 권리의 심각한 침해일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전체적으로 국익이 증대될 수 있다면 한미 FTA로 인한 국내 소수집단의 손실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개발독재 시기의 정치로 복귀하는 것이고, 사회적 권리의 심각한 침해를 낳을 수 있다.

둘째, 인권의 하나로 평화권을 설정하는 것은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 더불어 한반도 특수적 시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정전(停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한반도 주민에게 평화권은 다른 어떤 권리보다 절실하다. 평화권은, 발전권이나 환경권과 같은 집단적 권리로 자유, 평등, 박애 가운데 박애를 실현하기 위한 연대의 권리이기도 하다. 특히 국제관계를 무정부상태로 가정하는 서구중심주의적 이론이 내포한 불가피한 폭력을 제어하기 위해서도 평화권의 설정은 국제관계의 패권적 질서를 민주적 질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평화권을 쟁취하는 과정과 방법이다. 9·11 이후 전개되고 있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 세계시민의 평화권을 위협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거기에 대한 대응이 또 다른 힘의 정치를 통해 전쟁의 부재상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때, 평화권은 냉전시대 핵억제에 의한 공포의 균형과 다를 바 없다. 북한의 핵실험과 핵무기 보유가 “그 목적이 타국의 영토나 정치적 독립에 대한 침해에 있지 않고 또한 방어수단을 활용할 때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만 충족시킨다면 유엔 헌장 제2조 4항을 비롯한 국제법에 대한 위반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다. 평화권이 연대의 권리로서 의미를 가지려면 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해 평화적 방법에 의한 평화의 길을 통해 획득되어야 한다. 이 맥락에서 아시아 차원의 지역인권협약을 만드는 작업은 평화권을 확보하는 정당한 경로일 수 있다.

인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

셋째, 미국의 관타나모 기지에 대한 유엔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대한 분석과 테러와의 전쟁이 초래한 인권 침해에 대한 분석은, 미국 인권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글들이다. 두 글을 통해 우리는 테러와의 전쟁이 오히려 세계시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역설적 현상을 보게 된다. 관타나모 기지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또한 테러와의 전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야기한 인권 침해는 미국이 북한인권 문제를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미국은 한때 ‘깡패국가’로 규정했던 파키스탄과 군사적·경제적 협력을 하고 있고, 동티모르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를 자행한 인도네시아군과도 협력을 시도하고 있으며, 심각한 인권 침해국의 하나로 선정된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원조를 늘리고 있다.



물론 미국의 인권정책이 보편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북한인권 문제에 눈을 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기획좌담의 참석자들이 이야기하듯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은 “눈앞에 드러난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의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실상을 짚”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북한인권의 실상은 물론 개입의 철학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라며, ‘인권평론’이 그러한 공론장을 제공해야 한다.

‘인권평론’이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내는 공간이기를, 인권 침해가 발생하는 현장을 지구의 중심으로 만드는 매체이기를, 생활세계의 인권은 물론 국제사회의 인권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통해 지구시민사회의 연대를 만들어간다는 사회운동의 문제의식을 가지기를 기대한다.

신동아 200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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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평화연구 kwkoo@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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