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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역자 김석희의 번역인생 20년

“성실한 추녀보다 불성실한 미녀를!”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로마인 이야기 역자 김석희의 번역인생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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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 결혼은 언제 했습니까.

“일찍 했어요. 75년에 서울대가 관악산으로 옮긴 다음, 거기서 언어학과 1년 후배를 만나 연애하고, 아들 낳고 잘 살아왔죠. 우리 아들놈이 76년생이에요.”

▼ 신춘문예 당선되기 전까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했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컸겠네요.

“근근이 먹고살았어요. 1년 넘게 제주도집에 내려가 살기도 하고, 촉탁직도 좀 하고, 오래 있은 데는 한 1년쯤… 삼성출판사에서 ‘제3세대 한국문학’ 24권짜리 전집을 진행했는데 ‘대박’이 났어요. 사장이 기획실장까지 시켜줬는데, 얼마 못가 사장하고 다퉈서 나와버리고….”



▼ 부인이 잘 참아주셨나봐요.

“젊을 땐 많이 다퉜죠. 이혼하잔 얘기도 나왔으니까. 경제적으로 어렵고, 무엇보다 전망이 없으면 부부싸움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제대로 된 길을 밟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해 내 스스로 분노를 만들어내니까, 곁에서 누가 조금만 잘못 얘기해도 ‘욱’했죠. 인생이 아주 막막해서 술도 많이 먹고, 심하게 아파도 하고, 명절에 집에도 안 내려가고요. 친척들이 취직 안 하냐고 묻는 게 꼭 ‘서울대 나와 하릴없이 지내고 있냐’며 욕하는 것 같아서. 미래가 없다는 것만큼 사람을 아프고 힘들게 하는 게 없죠. 그렇다고 소설가의 꿈을 버리면 그건 너무나 치명적인 상실이고. 문득문득 ‘87년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죠.”

수줍게 웃으며 망고주스를 내놓던 그의 아내는 인터뷰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방 쪽 방에선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나직하게 들려왔다. 그는 “아내와 ‘공동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 공동작업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책의 성격에 따라 다르죠. 왔다갔다.”

▼ 같은 책을 나눠서 번역하는 건가요? 아니면….

“급할 땐 그렇게도 하고요.”

▼ 부인 이름으로 나온 책도 있습니까.

“아뇨.”

▼ 부인이 억울하겠습니다.

“본인이 원한 거예요. 우리로선 전략이죠(웃음). 소설가 김석희 이름으로 나가는 게 나으니까. 또 결국은 다 내 손을 거쳐서 나가요.”

▼ 서로 해놓은 일에 대해 의견 다툼도 있겠네요.

“그럼요. 초기엔 더 많았죠. 내가 맞네, 네가 맞네 하면서. 읽는 방식이라는 게 자기가 갖고 있는 어휘의 세계, 감수성의 세계에 따라 아주 다르거든요.”

▼ 솔직히 누가 더 많이 번역합니까.

“집사람이 더 많이 하죠. 난 밖에 나가서 술도 먹고 하니까. 그러나 어쨌든 ‘최종 OK’는 내가 해요. 아내가 1차 번역을 하더라도 글 쓰는 사람이 최종적으로 감수를 해야죠. 부부가 같은 공간에서 이만큼 오래 부대끼며 산 집이 또 있을까 싶어요. 우리는 안방에서 나와 난 내 방, 아내는 아내 방에 가면 그게 출근이죠. 이런 콤비네이션, 파트너십이 아니면 얼굴 맞대고 30년 살기 힘들었을 거예요. 만날 집에서 밥해 먹는 게 귀찮아 하루 한 끼만 먹은 지도 15년 됐어요.”

‘시간과의 싸움’

▼ 나머지 두 끼는요.

“정확히 얘기하면 밥 있는 한 끼, 밥 없는 한 끼죠. 오후 대여섯 시에 밥 있는 한 끼 먹고, 다른 한 끼는 떡이나 라면 같은 것… 사먹을 때도 많고요.”

처음 그의 집에 전화했을 때, 아내는 남편이 자고 있다면서 전화번호를 남겨 놓으라고 했다. 오전 10시 무렵이었다. 그리고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시각은 오후 1시가 조금 못 됐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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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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