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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원은 부서지지 않는다’

이방인의 눈으로 본 그들, 아메리카 원주민

  • 김진희 경희사이버대 교수·영미학 cliojhk@khcu.ac.kr

‘원은 부서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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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의 말타기와 하루 휴식이 반복되는 일정 속에서 원주민들은 낮에는 말을 타고, 밤에는 잊힌 역사와 문화를 배운다. 여기에는 젊은 세대들에 대한 정신교육과 역사교육뿐 아니라 ‘이니피’라고 하는 전통적인 정화의식이 포함된다. ‘땀막’ 속에서 진행되는 이니피는 명상과 노래, 고백의 시간, 영혼을 위한 기도로 이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원주민들은 잊고 지낸 조상의 역사와 조상이 누렸던 자유를 되새기고, 나아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분명히 이해하게 된다.

저자 손승현은 2003년에 인디언 보호 구역 중 하나인 파인리치 보호구역의 운디드 니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2005년 12월15일부터 2주간 ‘미래를 향한 말타기’에 참여했다. 작가는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지닌 라코타 족과 함께한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원주민의 삶의 모순과 애환을 책의 곳곳에 담았다.

마음을 움직이는 힘

원주민의 꿈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실상 그들 대부분은 그 ‘고향’이 어디인지, 혹은 조상이 누렸던 ‘자유’로운 삶이 무엇인지를 이미 잊었다는 것, 안정된 일자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그들이 ‘조국’으로 생각하지도 않는 미국을 위해 군인으로 자원입대하는 비율이 매우 높고, 그래서 보호구역마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 전사한 원주민이 많다는 것, 나바다 원주민 보호구역 안에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화력발전소가 있으나, 정작 그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력은 다른 주로 공급되고, 따라서 원주민 주거지역에는 전기와 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원주민의 삶이 바로 미국문명의 현주소다. 그것은 “미국 자체는 군사력, 질병, ‘불명예스러운 세기’의 조약 위반의 결합을 통해 토착 거주민들로부터 몰수한 영토 위에 세워진 백인 정착민 국가”라는 철학자 밀스(Charles W. Mills)의 지적과도 일맥상통한다(‘인종계약’, 아침이슬).



이 책의 백미는 원주민의 삶의 애환과 모순을 기술한 내용이 아니라 14일간 원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담아낸 생생한 사진들이다. 사진은 고단한 삶의 질곡이나 좌절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말을 타는 원주민의 건강한 웃음, 햇살에 반사되어 빛나는 눈보라를 헤치고 평원을 가로지르는 기수들, 마침내 운디드 니에 도착해 원을 지으며 춤을 추는 모습에서 작가는 희망, 곧 그들의 믿음을 포착했다.

“원은 부서지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그들의 믿음은 계속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계속 망령의 춤을 춘다면 들소가 다시 돌아올 거라는, 조상도 다시 보게 될 것이고, 다시 옛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

다큐멘터리 사진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경험 일부를 감지하고, 또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보고 느껴서 진실을 알아가게 하는 매개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사진이 지닌 보다 큰 가치는 역사가 뉴헐(Beaumont Newhall)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바로 그 힘”에 있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 사진이 지닌 힘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신동아 2007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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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경희사이버대 교수·영미학 cliojhk@kh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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