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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내 남자의 여자’ ‘내 여자의 남자’의 질투심리학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내 남자의 여자’ ‘내 여자의 남자’의 질투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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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질투심은 자기 짝을 지키려는 행동도 유발한다. 남성은 자기 짝이 매력적인 여성일 때 질투심이 더 발휘돼 지키려 애쓰며, 여성은 연인이 조건 좋은 남성일 때 지키려 더 애쓴다. 그리고 여성의 배란기가 가까워지면 성적 불륜의 위험이 커지므로 남성이 짝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남녀는 불륜의 단서를 눈치채고 마음에 담아두는 성향도 다르다. 남성은 성적 불륜에 관한 단서들을 더 잘 기억하며, 여성은 감정적 불륜의 단서들을 더 잘 기억한다.

불륜을 알았을 때 사람들은 드라마에서처럼 처음에는 날카롭게 감정 대립을 하다가, 용서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용서하든지 헤어지든지 할 것이다. 하지만 남녀는 거기에서도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드 섀클포드와 버스 연구진은 앞서 말한 버스의 첫 번째 실험에 어느 행동이 더 용서가 안 되고 갈라설 마음을 더 먹게 하는가라는 질문들을 추가했다. 그리고 자신의 짝이 누군가와 열정적인 성관계를 갖는 동시에 감정적으로도 몰입할 때에는 어느 측면이 더 용서가 안 되고 갈라설 마음을 먹게 하는가라는 질문도 던졌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남성은 짝의 감정적 불륜보다 성적 불륜이 더 용서가 안 된다고 답한 반면, 여성은 감정적 불륜이 더 용서가 안 된다고 답했다. 몸도 주고 마음도 준 상황에서도 여성보다는 남성이 몸이라는 측면이 더 용서가 안 된다고 답했다. 즉 불륜을 알아차렸을 때 남성은 감정적 불륜보다 성적 불륜을 더 용서하지 않으려 하고, 성적 불륜이 일어났을 때 결별할 가능성이 높다.

불륜을 용서할 것인지에 대한 남녀의 이런 반응 차이도 인류 진화의 산물이다. 성적 불륜이 저질러졌을 때 다른 누군가의 자식을 키울 위험이 커지는 쪽은 남성이며, 따라서 남성 쪽이 더 큰 비용 부담을 안게 된다. 그런 진화적 역사를 거쳤기에 남성이 성적 불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여성은 감정적 불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쪽이 남성이 장기간에 걸쳐 제공할 자원을 빼앗길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사실들을 그냥 나열한 듯하다.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지겹도록 보아온 연애나 불륜 이야기들이지 않은가. 하지만 진화심리학자들은 종잡을 수 없이 변덕스럽게 보이기도 하는 그런 현상들이 유전자의 생존과 번식이라는 진화 전략에서 비롯된 것임을 간파했다. 질투심 같은 심리적 현상들이 감정적으로 미숙해서 생기는 것도, 자제를 못해서 순간적으로 울컥하는 것도, 인성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 생기는 것도 아니라고 말이다.



허리와 엉덩이 비율 0.7의 비밀

진화심리학자들은 질투심뿐 아니라 남녀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다른 성향 차이들도 문화적 구성물이 아니라 선택을 거쳐 진화한 생물학적인 것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버스는 전세계 남녀의 성적 취향을 조사한 끝에 남성들은 원칙적으로 무한히 많은 자식을 가질 수 있으므로 여성보다 바람기가 더 다분한 반면, 여성은 평균적으로 한 해에 한 명밖에 자식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짝을 선택할 때 더 신중한 경향을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여성은 일반적으로 사회적 지위와 소득 수준과 지능이 높고 건강하며, 착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버스는 남성의 그런 특징들이 가족을 잘 부양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남성이 젊은 여성을 선호하는 현상도 본능적으로 여성의 번식 잠재력을 가늠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심리학자 데벤드라 싱은 전세계의 남성들이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이 0.7인 여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며, 그 비율이 여성의 번식 잠재력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보면 질투심도 바람기도 상대의 조건을 따지는 속물근성도 멋진 몸매를 선호하는 성향도 다 이유가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그것들이 때로 정도를 벗어나서 날뛰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드라마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종종 보듯이 질투심은 때로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드잡이질을 하는 수준을 넘어서 상대를 살해하는 지경으로 치닫곤 한다. 바람기는 심심치 않게 집안을 파탄내곤 하며, 요모조모 따지는 근성은 때늦은 후회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멋진 몸매를 따지다가 사회 전체가 비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본래 그것들이 진화의 산물로서 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면 과하지 않도록 막는 수단도 진화했어야 하지 않을까?

진화심리학은 현대 사회에서 그런 병적인 증상들이 나타나는 이유를 우리의 심리적 성향이 인류가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원시시대 환경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원시시대에는 그렇게 때로 과하다 싶은 행동을 하는 것이 나름대로 도움이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원시시대 이후로 인류는 급격히 발전해 수많은 사람이 우글거리는 현대 도시들을 건설했다. 질투심 같은 뇌의 특정 기능들은 그 변화를 미처 따라잡지 못했을 수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실험 대상자들에게 연인이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갖는 장면을 상상하도록 하면서 뇌를 촬영했다. 그러자 성적 행동 및 공격 행동과 관련이 있는 편도핵과 시상하부가 흥분하는 것을 발견했다. 즉 질투심은 공격성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것은 우리 뇌에 새겨진 본능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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