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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창조주에 도전하는 유전자 조작 ‘말하는 생쥐’ 출현한다면?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창조주에 도전하는 유전자 조작 ‘말하는 생쥐’ 출현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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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의 위험성

인간의 몸도 다를 바 없다. 인간의 몸 속에는 자체 세포수의 10배에 달하는 미생물이 살고 있다. 입에는 500~600종, 창자에는 400여 종의 미생물이 있다. 우리 몸은 ‘미생물들의 도시’나 다름없다. 몸 속 미생물들은 소화를 돕고 필수 비타민을 만들어내는 등 다양한 일을 한다. 그 가운데 우리가 현재 파악한 미생물은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가 정체조차 모르는 수많은 미생물이 지금도 우리 몸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좋은 일, 혹은 나쁜 일들을 수행하고 있다. 외계인이 볼 때 인간은 하나의 개체가 아닐 수 있다. 수십 조 또는 수백 조 개체의 집합체다.

더욱이 인간의 유전체에는 외부에서 온 DNA가 섞여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일부 학자는 우리 유전체 중 세균에서 온 유전자가 100~200개 된다고 주장한다. 바이러스에서 온 DNA가 약 8%를 차지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연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곳곳에서 종합을 도모하고 있다.

인간은 자연의 생명체 종합 속성까지 모방하려 한다. 자연에는 자손에게 유전자를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물에게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하는 이른바 ‘수평 유전자 전달’ 방식이 존재한다. 세균 같은 원핵생물들은 그 방식을 널리 활용하고 있다. 세균들은 플라스미드 같은 원형 DNA를 주고받는 방법을 써서 항생제 내성(耐性)을 금방 획득한다. 이들은 힘든 시기에는 서로 결합해 유전자를 주고받기도 한다. 박테리오파지나 바이러스도 수평 유전자 전달을 매개한다. 인간은 이런 수평 유전자 전달 방식을 활용해 의약 분야에서 각종 유용한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원핵생물과 달리 진핵생물들에게서는 수평 전달이 드물다는 것이 기존 학설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학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과학자가 늘어나고 있다. 유전체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진핵생물에서의 수평 유전자 전달 사례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공생을 통해 진핵세포로 들어온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자신의 유전자를 핵 속의 염색체에게 넘겨왔다. 공생이 시작됐을 때 서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든지, 아니면 공생체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었든지 간에 두 세포소 기관은 많은 유전자를 세포핵으로 넘겼다. 그 과정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일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부 연구자는 여러 식물의 미토콘드리아 DNA에 수평 유전자 전달이 일어났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공생과 수평 유전자 전달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하나의 줄기가 뻗어 올라가면서 가지들이 하나씩 갈라져 나가고 그 가지가 더 작은 가지들로 갈라져 나가는 식의 생명의 나무를 그린다. 수평 유전자 전달이 생각하던 것보다 더 왕성하게 일어났다면 발견되지 않은 유전자가 많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방식의 원핵생물 분류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진핵생물의 수평 유전자 전달에 관해서는 연구가 미진한 상태다. 그러나 연구가 계속될수록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수평 유전자 전달은 환경 및 건강 측면에서 관심의 대상이다. 병충해에 저항성을 띠는 외래 유전자를 넣은 이른바 ‘유전자 변형 작물’ 논란도 사례 중 하나다.

삽입된 유전자가 수평 유전자 전달을 통해 토양 미생물이나 다른 작물로 넘어간다면? 어쩌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병충해에 저항성을 띤 유전자가 제왕나비의 먹이가 되는 유즙식물로 전달되어 해충이 아닌 제왕나비에게 피해를 준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뉴질랜드의 한 연구자는 수평 유전자 전달 빈도가 현재 추정하는 것보다 훨씬 낮은 상태에서도 환경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전자 변형 작물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그것도 자연 현상의 하나일 뿐이라고 본다. 어쨌든 양쪽 모두 ‘특정 생명체의 유전자를 변형하면 예상치 못한 다른 생명체로 수평 유전자 전달이 일어난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하는 듯하다.

‘지적 생물체’를 합성하나

유전자 적중법 등을 통해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삽입하는 것은 넓게 보면 수평 유전자 전달에 속한다. 그러니 인간은 또 다시 자연을 흉내 내고 있는 셈이다. 현재 대중의 판단은 그것이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시도하는 어설픈 모방이라는 쪽이 우세한 듯하다.

인간의 유전체에 관한 지식이 늘어나면서 10만 개로 추정되던 인간의 유전자 수는 어느새 2만 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중 절반은 어느 정도 파악된 상태다. 나머지 절반을 파악하는 데에도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유전자들이 서로 그리고 RNA, 단백질 등 다양한 세포물질과 상호 작용하는 양상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연구에는 인간의 유전자를 지닌 생쥐 같은 실험동물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유전자를 이렇게 저렇게 조합하여 넣는 과정에서 인간의 재능, 특히 지적 재능을 지닌 동물들이 생겨나지는 않을까? 인류가 없애버린 네안데르탈인처럼 인류에 맞먹는, 혹은 버금가는 능력을 지닌 생물들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말하는 생쥐를 앞에 놓고 “인류의 위생을 위해 네가 죽어야 한다”고 이유를 설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창조주에 도전하는 유전자 조작 ‘말하는 생쥐’ 출현한다면?
이한음

1966년 서울 출생

서울대 식물학과 졸업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과학평론가, 전문번역가

저서 및 역서 : ‘신이 되고 싶은 컴퓨터’ ‘인간 본성에 대하여’ ‘조상 이야기’ ‘복제양 돌리’ ‘미리 보는 2050년 신세계’ ‘굿바이 프로이트’ ‘해변의 과학자들’ ‘만들어진 신’ 등


인류의 자연 모방은 끝이 없을 것이다. 자연의 실험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 유전자를 통째로 바꾸는 엉성한 수준을 넘어 DNA에 콕 찍어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방식이 동원될 수도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그것은 새로운 생명을 합성하는 단계가 된다. 인간 유전체 계획에 뛰어들어 경쟁을 부추긴 바 있는 크레이그 벤터는 인공 염색체를 합성하여 새로운 세포를 만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합성 생물학’이라는 이름하에 말이다.

지구가 생성된 뒤 자연이 실험을 통해 생명을 탄생시키기까지는 10억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야 했다. 그 뒤로 다세포 생물이 생성되는 데에도 그에 못지않은 세월이 흘렀다. 그 기나긴 세월과 비교하면 인류는 조급증에 걸린 것 같다.

신동아 200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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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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