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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 12

학교 밖 아이들아, 배움은 의무 아닌 권리…몸으로 깨닫고 즐겨라!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학교 밖 아이들아, 배움은 의무 아닌 권리…몸으로 깨닫고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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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와의 싸움

학교 밖 아이들아, 배움은 의무 아닌 권리…몸으로 깨닫고 즐겨라!

벼를 베는 데 한껏 욕심을 부리는 승수(왼쪽). 허리가 아픈지 벌떡 섰다.

가족과 대화가 잘 풀리지 않으면 때로는 술을 마셔보기도 했고, 친구들과 싸우기도 했다. 그러다 집을 나간 적도 있다. 그렇다고 아이가 어디로 가겠는가. 아는 형 집에 머물며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독립을 꿈꾸어보았지만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승수는 뼈저리게 체험한다. 그 무렵 승수가 고민한 문제는 ‘자기와의 싸움’이었다. 자신의 앞날에 대해 누구와도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었다. 어머니도 누나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 친구도 자신일 수는 없다.

그러면서 조금씩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차츰 자기다운 생각을 정리해간다. 자신을 되도록 있는 그대로 보려 하고, 자신을 좀더 사랑하게 된다.

“그전에는 제 모습이 너무 초라했기에 자신에게 자꾸 싸움을 걸었던 거 같아요. 이제는 제 안 좋은 점을 힘들게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제 장점을 찾으려고 해요. 한동안 노는 게 좋았는데 이제는 노는 것도 지겹더라고요. 지금은 놀더라도 특별한 걸 하면서 놀아요. 기타를 친다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을 한다거나, 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하려고 해요. 공부도 기본적인 거는 해야겠지만 제가 원하는 교육은 나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배우는 것이거든요. 앞으로도 많은 걸 보고 싶어요. 그리고 예전보다 참을성도 많이 생겼고, 이제 저는 방황하지 않아요.”

승수는 우리 집에 머물며 뭐든 다 해보고 싶어 했다. 우리 집에서 잠을 자려면 군불을 지펴야 한다. 군불을 지피자면 나무를 자르는 톱질과 자른 나무를 쪼개는 도끼질을 해야 한다. 남이 대신해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잠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승수는 호기심을 갖고 톱질과 도끼질을 열심히 했다. 눈치껏 설거지도 잘 했다. 우리 식구 누구하고도 잘 어울렸다. 승수에게는 선배이자 누나인 우리 큰애와 어울리면서도 작은애가 고스톱을 같이 치자면 이것 역시 마다하지 않았다.



아이도 가르칠 때 행복하다

나는 우리 집에 오는 손님들로부터 뭐든 한 가지라도 배우기를 좋아한다. 어른이건 아이건 상관이 없다. 손님 처지에서는 우리 식구가 필요해서 찾아오지만 우리 식구는 어떤 손님이든 그에게서 뭔가 배울 게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승수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아이랑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우리 식구가 승수에게 배울 수 있는 게 브레이크댄스였다. 물론 승수가 춤을 잘 추진 않는다. 한 5개월 해보았단다.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

우리 식구 역시 춤을 깊이 배울 생각은 없다. 그냥 춤 동작 하나라도 익히면 좋지 않겠나. 승수를 따라 좁은 거실에서 몇 가지 동작을 배워보았다. 한참을 했더니 무릎이 다 시큰거린다. 주제 파악이 필요한 시점. 승수에게 춤을 좀 보여달라고 했다. 아이가 보여주는 몸짓은 서툴렀지만 그 속에는 억압된 에너지를 발산하고자 하는 몸부림 같은 게 보였다. 춤을 잘 춰야 맛인가. 몸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 자체가 좋을 뿐이다.

“승수야, 우리 서로 가르쳐줄 수 있는 것들은 아낌없이 나누자.”

“하하하, 좋아요.”

승수 얼굴이 갑자기 환해진다. 꼭 전문가만이 가르치라는 법은 없다. 또한 아이들이라고 배우기만 하라는 법도 없다. 누구든 자신이 잘하는 걸 남에게 가르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이런 가르침은 청소년들에게 공부 이상으로 자기 존재감과 희열을 주는 또 다른 배움이라고 나는 믿는다. 우리 식구가 승수한테 배우는 게 있듯 나 역시 승수한테 뭔가를 가르쳐주고 싶다. 집짓기에 대한 간단한 기초 이론. 한옥을 지을 때 수직과 수평을 어찌 보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하니 승수는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나타냈다. 이 이론을 기초로 이튿날 간단한 목공 실습도 했다. 기회가 되면 집짓기를 더 배우고 싶단다.

승수가 우리 큰애에게 기대하는 건 대학에 가지 않고도 사회생활 해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거란다. 이건 한두 마디 말로서 되는 건 아닐 테다. 그리고 틈틈이 우리 큰애한테 태극권도 배웠다. 태극권을 하려고 간단히 몸 풀기를 하는데 승수는 쪼그리고 앉는 걸 잘 못한다. 저런, 관절이 굳었나 보다. 자기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다. 승수말고도 몇몇 청소년이 우리 집에 온 적이 있는데 대부분 비슷하게 몸이 굳었다. 어떤 친구는 아예 쪼그리고 앉아 김매는 자세 자체가 되지를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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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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