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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상락의 인도네시아 파푸아 요절복통 여행기

“돼지 두 마리 주면 처녀 하나 줄게”

  • 이상락 소설가 writersr@hanmail.net

소설가 이상락의 인도네시아 파푸아 요절복통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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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상락의 인도네시아 파푸아 요절복통 여행기

‘꼬데까(성기 가리개)’로 유명한 다니족. 벌거벗은 채 생활하는 이들은 돼지기름을 몸에 발라 추위를 이겨낸다.

창밖 풍광이 문어먹통 속이니 일행끼리 담소를 나눌 수밖에 없었는데, 일순위로 입에 오른 화제는 며칠 전에 있었던 아시안컵 축구경기. 요즘 이운재 선수 등이 몰래 숙소를 빠져나가 음주를 했다 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바로 그 경기다.

“7월11일 한국-사우디 경기에 교민들이 대거 응원에 나섰지요. 최성국이 한 골을 넣어서 1대 1 무승부가 됐어요. 꼭 이겨야 맛인가? 교민들이 함께했다는 게 중요하지.”

교민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승은호 회장의 얘기다. 하지만 정작 그는 일주일 뒤에 자카르타의 붕카르노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인도네시아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는 응원하러 가지 않았다. 대부분의 교민 역시 경기장에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의 8강 진출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경기였는데, 더군다나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였는데 왜 그랬을까?

“이 나라 사람들은 선거 때면 축제 분위기로 거리를 누비다가도 어느 순간에 성난 사자로 변할지 모릅니다. 1998년에 독재자 수하르토의 하야를 요구하는 정치집회가 열렸는데, 데모 군중이 갑자기 약탈자로 변해서 중국인 상점에 난입해서 방화와 약탈을 자행하는 등 분위기가 아주 살벌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중국계는 전체 인구의 6% 내외에 불과한데 그 ‘왕서방들’이 인도네시아 전체 자본의 70%를 넘게 점하고 있어서 평소 인도네시아 국민이 중국인에게 품고 있던 박탈감이 터져 나와 폭동으로 변한 것이다. 문제는 죄 없는 한국교민들이 중국인과 외모가 비슷해서 시위 군중의 타깃이 된 것. 교민회에서는 부랴부랴 대책을 논의한 끝에 교민들의 승용차 양쪽에 태극기와 인도네시아 국기를 나란히 달고 앞쪽 범퍼에는 ‘I Love Indonesia’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녀 위기를 모면했다. 중국교민들이 테러를 피하기 위해 우리 교민회에 와서 그 스티커를 얻어가기도 했다. 동티모르 파병이 현안으로 대두됐을 때 인도네시아의 한국교민들이 ‘정치적 오해’를 무릅쓰고 파병반대를 외친 것 역시 인도네시아인의 그러한 군중심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라우케의 마린족

정용칠 공사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희는 모름지기 한국대사관 직원인데 인도네시아 관중의 군중심리가 두렵다고 우리 국가대표 축구 경기에 응원 안 갈 수 있나요. 한국-인도네시아 전 때 대사관 직원이 모두 경기장에 나갔지요. 그래서 어떻게 됐느냐고요? 허허허, 우리가 김정우의 선취골로 인도네시아를 1대 0으로 이기자 인도네시아 응원석에서 온갖 물건이 우리 응원석으로 날아왔고 결국 대사관 직원 한 사람이 물병에 맞아서 눈자위가 찢어져서….”

인도네시아 주재 교민들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왜 ‘현지화’를 꼽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두 시간쯤 지났다. 비행기가 술라웨시 섬의 마카사르 공항에 착륙했다. 탑승객은 일단 모두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에서 대기했다가 안내방송에 따라 다시 탑승해야 한다고 했다. 한 시간쯤 기다렸다가 다시 탑승하여 두 시간 반 만에 또 내린 곳이 인도네시아의 동북단에 있는 비악(Biak) 공항. 이번에는 체류시간이 한 시간을 넘긴다. 인도네시아 터줏대감 격인 김문태 상무가 얘기한다.

“여기서 국내선 항공기를 탈 때에는 ‘정시에 뜨고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속 터져서 여행 못 해요. 한번은 이륙 예정시간이 한 시간도 넘게 지체돼 가서 따졌더니 조종사가 공항 휴게실에서 권투 중계를 보느라고 늦었다는 거예요.”

비악을 출발한 비행기는 한 시간여 만에 파푸아의 주도(州都)인 자야푸라(Jayapure)에 도착했고, 거기서 또 얼마를 머무르다 출발해 드디어 목적지인 머라우케 공항에 내렸다. 공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자카르타에서 보던 주민들과 아주 다른 모습의 얼굴들이었다.

인도네시아에는 300여 종족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카르타에서 만난 자바인들이 키도 작고 체구도 왜소하며 이목구비도 오밀조밀한 편이라면 머라우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마주친 마린족은 키도 훤칠하고 이목구비도 우락부락하여 억센 인상을 풍겼다.

“야, 무섭게 생겼네.” 일행 중 누군가가 그랬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우리 눈에 비친 모습이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우리가 일단 여장을 푼 곳은 공항 인근에 있는 코린도의 머라우케 출장소. 그 곳에서 코린도 합판공장이 있는 아시키까지는 자동차로 10시간 남짓 걸린다. 코린도의 임직원들이 자카르타 본사를 출발해 아시키의 생산본부까지 하루에 도착하기 어렵게 때문에 머라우케에 숙소를 갖춘 출장소를 따로 마련해둔 것이다.

머라우케에서 처음 관광 대상으로 삼은 곳은 바닷가 근처의 한적한 도로 한복판에 세워진 군인 동상. 붉은 베레모를 쓴 채 낙하산을 타고 금방 내려온 듯한 형상의 이 군인은 베니 모에르다니 장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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