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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훈 시인의 작가 열전

상처의 거울, 고통의 예방주사 공지영

“눈빛 없는 눈빛을 갖고 싶어요, 모든 걸 받아들이고 내는…”

  • 원재훈 시인 whonjh@empal.com

상처의 거울, 고통의 예방주사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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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의 거울, 고통의 예방주사 공지영
반대로 어떤 친구는 땅딸보에다 외모가 별볼일 없었는데, 다시 만나 보니 너무 잘생겨져서 놀랐다고 했다. 그동안 참 잘 산 거다. 얼굴은 그 사람의 이력서이고, 그 사람이 갈 길의 이정표다. 그녀는 요즘 무척 행복하다고 했다. 이렇게 자유로운 시간을 두고 그간 자신이 왜 그리 안달복달하면서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무서운 마음도 들어요. 거울을 보면서 내 얼굴을 잘 살펴보는 거죠. 책상 앞에 거울을 놓고 내 눈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봅니다. 눈빛이 반짝반짝 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정말 경지를 이룬 눈빛엔 눈빛이 없대요. 그냥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내는 거죠. 그런 눈빛을 가졌으면 해요.”

그런 의미라면 그간 공지영은 참 잘 살았다고 볼 수 있다. 어떤 구설이 있어도 그것의 진위는 바로 그 사람의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얼굴 이야기를 하다가 장편소설 ‘고등어’ 쓸 무렵을 생각해냈다.

공지영이 ‘고등어’를 낼 때 나는 그 출판사의 팀장이었다. 책 표지에 쓰기 위해 공지영의 사진을 찍은 사진부장이 말하길, “사진 찍기 참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웅진출판사에서 나온 그 책을 보면 공지영이 차 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컷이 뒷표지에 실려 있다. 그 사진은 공지영이 촬영을 마치고 차를 타고 가기 전에 별 생각 없이 찍은 것이었다. 결국 그 사진을 표지 사진으로 골랐다. 그녀는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말했다.

“그땐 사진 찍기가 싫었어요. 너무 속을 앓아서인지 내 얼굴이 내 얼굴이 아닌 거 있죠. 아직도 불뚝불뚝 그 시절 생각이 나면 화가 나요.”



평범함과 비범함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 피부에 난 상처는 의학적으로 완전히 지울 수 없다. 그저 가릴 뿐이다. 그녀의 문학과 인생은 상처를 통해서 말할 수 있으리라.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지만, 그녀를 알기 위해선 우선 상처와 치유를 알아야 한다.

“가끔 저에게 묻지요. 너 누구니? 그리고 내가 대답하죠. 너 참 못 사는구나.”

그래도 힘든 걸 잘 견딘 삶이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 오름의 힘듦은 견딜 만한데 누가 앞에서 밀면 더 힘들잖아요. 그럴 때 가끔 그런 생각이 들곤 하죠.”

이 문장은 그녀의 생활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바위덩어리를 밀어 올리면서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그 앞을 가로막거나 오히려 밀어버린다면 신화 속의 천하장사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는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를 놓고 얘기했다. 한 기자가 “당신은 평범하지 않은 청년기를 보냈다고 들었다”고 하자 코엘료는 이렇게 말했다.

“열일곱 살 때 나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때 난 체 게바라와 같은 급진적인 혁명가에 심취해 있었다. 엄격한 부모는 그런 나를 미쳤다고 판단했다. 퇴원한 뒤 내 마음은 황량했다. 부모조차 사랑해 주지 않은 자식이라면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약에 손댔고 자살을 시도했다. 네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을 경험했다. 이 정도면 평범한 것 아닌가(웃음).”

그 정도면 평범한 것인가. 그런가 싶기도 하다. 오히려 작가로서는 나 같은 범생이가 처참하게 비범한 것이 아닌가 싶다. 평범함과 비범함은 작가의 생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소설가라면 소설로, 시인이라면 시로, 화가라면 그림으로 나오는 것이다. 모든 인간의 삶은 그저 평범한 것이다. 그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꾸는 것이 그 사람이 하는 일이다. 예술가에게는 더욱 그렇다. 소설가로서 공지영은 비범하지만, 사생활은 아주 평범한 여자다. 주위를 한번 객관적으로 돌아보라. 공지영의 사생활이 코엘료나 황석영 선생에 비해서 그리 비범한가. 그리고 헤세, 브레이트, 릴케, 상드에 비해서 그리 비범한가. 이들의 평범한 삶은 우리들에게 사랑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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