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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술 이야기 ③

크리스털병에 담긴 최상급 코냑, 탐욕을 마비시키다

‘칵테일’과 ‘루이 13세’

  • 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크리스털병에 담긴 최상급 코냑, 탐욕을 마비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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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병에 담긴 최상급         코냑, 탐욕을 마비시키다

영화 ‘칵테일’

덕의 죽음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은 브라이언은 바로 조르단의 집으로 찾아가 그녀를 데리고 나온다. 같이 살고 싶으면 너희들 힘으로 살라는 조르단 아버지의 원성을 들으면서. 결국 둘은 그들만의 힘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죽은 덕이 생전에 만들어놓은 ‘칵테일과 꿈(Cocktails & Dreams)’이라는 상호로 바를 연다. 손님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조르단은, 자신의 배속에 쌍둥이가 들어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행복에 젖은 브라이언은 “오늘 술은 모두 공짜”라고 소리친다. 돈에 인색한 늙은 바텐더 삼촌은 경악하며 “노(No)! ”를 외친다.

영화 ‘칵테일’에는 제목에 어울리게 수많은 칵테일 이름이 등장한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레드아이(red eye)’를 필두로 ‘진 토닉’ ‘싱가포르 슬링’ ‘스크루드라이버’ ‘마티니’ ‘큐바리브레’ ‘벨벳해머’ ‘알라바마슬램머’ ‘엔젤리트’ ‘가미카제’에서부터 ‘오르가슴’ ‘죽음의 발작’이라는 이름의 칵테일까지 실로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물론 이들 칵테일이 모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코냑은 프랑스의 브랜디 산지 이름

대부분 고객이 주문하는 형식으로 이름만 표현되지만, 이름만으로도 주의를 끄는 것은 단연 ‘레드아이’일 것이다. 이 칵테일은 큰 컵에 맥주와 토마토 주스를 담뿍 담은 다음, 컵 모서리에 날달걀을 톡 쳐서 껍데기는 버리고 속만 넣어 그대로 마신다. 이 칵테일은 브라이언이 처음 덕을 만났을 때 덕이 한잔 만들어 마시는 장면을 시작으로, 둘이 사업을 구상하는 장면에도 등장하고, 오랜만에 자메이카에서 재회했을 때 덕이 처음 건네는 인사도 “레드아이를 만들 줄 아느냐”는 것이다. 그 후 배 위에서 브라이언이 덕 부부를 만나는 장면에서는 브라이언이 만든 ‘레드아이’를 마신다.

그러나 정작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하는 술은 칵테일이 아니다. 종반부에 등장하는 코냑(Cognac) ‘루이 13세’다. ‘루이 13세’는 새삼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세계 제2의 코냑 회사인 레미 마르탱(Remy Martin)의 최고급 브랜드다. 이 술은 우리나라에서 한때 뇌물사건에 연루돼 매스컴을 장식하면서 꽤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코냑은 브랜디의 일종이다. 브랜디는 포도로 만든 증류주를 말한다. 세상의 모든 술은 기본적으로 발효주와 증류주로 나뉜다. 곡물로 만든 발효주가 맥주이고 이를 증류한 것이 위스키라면, 포도로 만든 발효주는 와인이며 이를 증류한 것이 바로 브랜디다. 물론 브랜디란 명칭은 포도로 만든 증류주뿐만 아니라 다른 과일로 만든 증류주에도 사용될 수 있다. ‘칼바도스(Calvados)’로 대표되는 애플 브랜디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포도로 만든 브랜디가 가장 유명하면서도 보편적이기 때문에 그냥 브랜디라고 할 때는 보통 포도 브랜디를 자동적으로 의미한다.

브랜디는 이론적으로 와인이 생산되는 곳이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지에서 광범위하게 생산된다. 그러나 브랜디의 명산지로는 프랑스의 코냑 지방이 단연 으뜸으로 손꼽히고, 나머지 지역의 브랜디들은 코냑의 그늘에 가려 그렇게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오늘날 브랜디의 대명사로, 심지어 브랜디와 동의어로 혼용되는 코냑이란 명칭은 실상 프랑스의 브랜디 산지를 가리키는 것이고, 이 지방에서 나는 브랜디에 한해 코냑으로 지칭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코냑은 브랜디이지만 모든 브랜디가 다 코냑은 아니다’란 말이 있는 것이다.

코냑은 원래 많은 오드비(eau de vie·코냑의 원료가 되는 개별 증류액)를 적절히 혼합(블렌딩)한 술이기 때문에 초창기부터 숙성 연도 표시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 많은 오드비 중 법적 규정에 따라 최단 숙성 연도의 오드비만을 숫자로 표시할 경우, 그 밖에 사용된 더 오래 숙성된 오드비들의 가치가 묻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에 처음으로 해결책을 제시한 곳이 세계 최대의 코냑 회사 헤네시(Hennessy)였다. 1865년 당시 소유주였던 아구스테 헤네시(Auguste Hennessy)는 우연히 사무실 창문 걸쇠에 장식된 별을 보고 코냑의 숙성 연도에 별 문양을 이용하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star system’으로 별 하나는 최소 2년 숙성 제품, 별 두 개는 4년 숙성 제품, 그리고 별 세 개는 6년 숙성 제품을 가리켰다. 이보다 오래 숙성된 제품들은 모두 vieille(old)로 표시했다.

Hennessy는 이후 수십년에 걸쳐 ‘star system’을 VS, VSOP, Napoleon, XO 체계로 바꾸어나갔다.

① VS는 ‘Very Special’의 약자로 최소 3년 숙성의 오드비를 함유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입된 용어다.

② VSOP는 ‘Very Special(또는 superior) Old Pale’의 약자로 최소 5~6년 숙성된 오드비를 함유하고 있다. 이 용어는 1817년에 훗날 영국의 국왕 조지 4세가 되는 당시 섭정왕자(prince regent)가 헤네시사에 코냑을 주문하면서 특별히 ‘very special old pale’한 것을 원한 데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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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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