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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와인-마지막회

샴페인 VS 스파클링

축하할 일이 있을 때 꼭 터뜨려야 하는 와인

  • 조정용│와인평론가 고려대 강사 cliffcho@hanmail.net│

샴페인 VS 스파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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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엣 헤네시는 최근 잇달아 프랑스 최대 와인박람회인 비넥스포에 참가하지 않았다. 보르도에서 열리지만, 세계 도처의 유명 양조장이 참가하는 박람회인데 왜 모엣 헤네시가 참가하지 않았을까. 이는 이제 그들 스스로 고객과 접촉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엣 헤네시는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기 위해 유통망을 자체 구축했다. 해당 지역에 수입상을 선정하는 게 아니라 아예 현지법인이나 지사를 설립하고 있다. 해외직접투자를 적극 실행하는 것이다. 장차 와인 소비가 늘 것을 예상해 마케팅 강화 차원에서 남의 잔치에 들러리로 참가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잔치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2006년 홍콩에서 열린 비넥스포에 갔을 때 모엣 헤네시 부스를 볼 수 있었다. 다른 부스와는 달리 이 회사는 거대한 구조물을 지어 내방객을 맞이했다. 와인을 사방에 펼쳐놓고 어지럽게 광고하는 게 아니라 미니멀하게 와인을 진열하고 있었다. 그냥 희멀겋고 덩그러니 홀로 있는 독립 부스이지만, 그 부스는 고급 와인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고가의 와인으로 채워져 있었다. 반면 독일이나 스페인, 이탈리아의 양조장 부스들은 저마다 시음 품목으로 스파클링을 갖추고 있어도 그 스파클링으로 입장객을 끌 수 없었다. 스파클링 자체가 해당 양조장의 간판이 아니라 부록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언제부터 모엣 헤네시가 고급와인의 구색을 갖추게 됐을까. 그들의 포트폴리오는 오래전에 구축된 게 아니다. 세계 주류시장의 흐름을 꿰뚫어본 결과 루이비통의 우산 아래 하나씩 차곡차곡 브랜드를 쌓은 것이다.

프랑스 500대 부자 중 와인 종사자 50여 명

LVMH 주식은 유럽에서 런던시장 다음가는 규모로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3개국 통합시장인 유로넥스트 시장에 상장되어 있다. 얼마 전 ‘디캔터’지에는 프랑스 최고 부자들을 분석한 잡지 ‘챌린저’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프랑스 500대 부자 중 와인 관련 종사자가 50여 명 있다.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와 샤토 라투르를 소유한 프랑수아 피노는 6위에 올랐고, 그의 라이벌인 LVMH의 오너 베르나르 아르노는 2위에 랭크되었다. 경기침체기인데도, 그의 재산은 무려 145억유로로 집계됐다.



글로벌 샴페인 시장은 모엣 헤네시, 니콜라 이얏트, 멈, 로랑 페리에가 과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각의 회사가 여러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어 다 모으면 브랜드 숫자가 열 개를 훌쩍 넘는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이 땅에 샴페인은 모엣 헤네시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한국 샴페인 시장은 어찌 보면 와인 시장의 태동기 상황 그대로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와인 수입 자유화 조치를 개시했을 때의 상황과 여전히 비슷하다. 당시 프랑스 와인은 우리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거의 대부분 프랑스산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우리 샴페인 시장은 모엣 헤네시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그중 모에 샹동이 베스트셀러인데, 전체 샴페인의 70%를 차지한다.

2002년부터 모에 샹동과 동 페리뇽의 브랜드 매니저를 맡고 있는 모엣헤네시코리아의 박수진 차장은 “15만원 이하의 일반 샴페인급 시장에서 모에 샹동 단일 브랜드가 70%를 차지하며, 우리 회사의 모든 샴페인을 다 합치면 시장의 9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장악력과 관련해 “본사의 오랜 마케팅 경험을 통해 샴페인은 품질보다는 이미지로 선택된다고 믿기에 우리는 럭셔리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9년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모엣 헤네시는 1996년 모엣헤네시코리아로 사명을 바꾼 뒤 활력을 얻었다. 때마침 일기 시작한 와인 바람을 타고 이 회사는 마케팅에 착수했으며 2000년대 초반부터는 럭셔리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모엣 헤네시의 회장 크로스토프 나바르가 한 인터뷰에서 말한 대로 “브랜드를 통제하려면 유통을 통제해야 한다”는 점을 철저히 실천한 셈이다.

스파클링 양조장들은 샴페인의 판타지를 부러워해도 정작 품질은 따라가지 못한다. 샴페인의 관능적인 특성 중 하나인 그윽한 이스트 맛을 다른 어떤 스파클링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샴페인에 도전장 낸 이탈리아

하지만 와인 산업에서 프랑스의 영원한 맞수 이탈리아에는 샴페인의 품질 수준에 근접한 스파클링이 있다. 프란차코르타. 이 스파클링은 특유의 익은 맛이 있으며 숙성력도 뛰어나서 스파클링의 으뜸으로 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프란차코르타는 더 이상 자신을 스푸만테(스파클링의 이탈리아어)라고 부르지 말고, 프란차코르타라고 불러달라고 외칠 정도로 자신이 넘친다.

프란차코르타는 샴페인의 특색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미 자국 내 고급 레스토랑에서 대접을 받고 있다. 또한 샴페인의 이름에서 비쳐 나오는 판타지, 샴페인 병에서 드러나는 화려한 외양, 그리고 소프트하고 럭셔리하고 휘황찬란하게 소구하는 광고, 이 세 가지를 프란차코르타는 모두 실현하고 있다.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프란차코르타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산업화된 도시 밀라노에서 1시간 내 당도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사실은 프란차코르타에는 여간 행운이 아니다.

생산 측면에서 과학기술적 뒷받침이 이뤄지기 쉽고, 소비 측면에서 대량 생산된 제품이 고임금자들의 왕성한 수요로 유통에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1958년 귀도 베를룻키에 의해 탄생된 프란차코르타는 1995년 롬바르디아 지방 최초의 DOCG가 되어 그 지방 대표 와인으로 군림함과 동시에 평생소원이던 스푸만테를 떼고 오직 지역명인 프란차코르타로 호칭하게 되었다. 샴페인이 샴페인으로 불리는 것처럼.

미셀 도바츠가 지은 ‘파인 와인’에 수록된 유일한 스파클링이자 와인 전문지 ‘디캔터’가 선정한 ‘죽기 전에 마셔볼 100가지 와인’에 포함된 유일한 스파클링인 카델 보스코는 대표적인 프란차코르타다. 1968년 창설된 카델 보스코는 역사만 보더라도 샴페인과 큰 차이를 보인다. 1743년 개업한 모에 샹동보다 무려 220년 이상이나 늦은 것이다.

카델 보스코의 오너이자 프란차코르타 조합장이기도 한 마우리치오 차넬라는 “우리는 샴페인의 라이벌이 아닌 대안이고자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프란차코르타는 독특한 개성으로 샴페인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프란차코르타는 프랑스 포도로 만들지만 샴페인과 품종이 꼭 같진 않다. 피노 뮈니에 대신에 피노 블랑을 혼합한다. 물론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는 샴페인과 같지만. 제법상으로도 약간의 변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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