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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와인-마지막회

샴페인 VS 스파클링

축하할 일이 있을 때 꼭 터뜨려야 하는 와인

  • 조정용│와인평론가 고려대 강사 cliffcho@hanmail.net│

샴페인 VS 스파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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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 VS 스파클링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등장하는 샴페인.

생산량으로 보면 프란차코르타는 샴페인의 3%에 해당하는 소량이다. 매년 1000만병 정도 병입한다. 그러니 경쟁이라기보다는 틈새시장 공략이 전략일 것이다. 프란차코르타의 매력은 숙성과정에서 비롯된다. 일반 스파클링 와인의 숙성기간이 겨우 몇 달에 불과하지만, 프란차코르타는 최소 2년 이상의 병 숙성을 거쳐 출시된다. 그래서 특유의 묵은 이스트 향취가 다른 스파클링에서는 느낄 수 없는 기품과 깊이를 제공한다.

샴페인의 세 가지 역설

그렇다면 샴페인의 매력은 무엇일까. 뭐니뭐니 해도 숙성력이다. 샴페인만큼 오랫동안 만들어지는 스파클링은 없으며, 또 그만큼 오래 저장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연도를 표시하는 샴페인은 3년 이상 이스트 찌꺼기와 함께 묵힌 후 출시된다. 샴페인에 가장 근접한 프란차코르타는 2년의 기준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일부 샴페인 생산자는 기준을 한참 초과하는, 어찌 보면 과할 정도로 샴페인을 장기간 묵힌다. 그래서 6,7년 숙성은 그저 평범한 수준으로 비치며, 한 20년 이상은 되어야 애호가의 구미를 당길 수 있다. 이런 매력은 샴페인에만 있다.

그럼 어떤 조건들이 샴페인을 이다지도 길게 묵히게 만들까. 우선 샴페인은 오랜 양조 전통을 지니고 있어 많은 시행착오로부터 지혜를 축적하고 있다. 그래서 빈티지의 특성이 얼마나 유지되는지에 대한 남다른 경험이 있다. 그리고 샴페인 회사는 아주 많은 병을 만든다. 한 해 동안 다 팔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을 생산한다. 그러니 상당량을 셀러에 비축해가며 출하 시기를 조절할 수 있고, 그러는 가운데 맛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동 페리뇽은 보통 7년 정도 지나면 출시되지만, 빈티지가 특별한 경우는 많은 양을 더 오래 두어 나중에 별칭을 붙여 동일 빈티지를 다시 출시한다. 이럴 때 ‘외노테크’라고 구분 표시하여 15년 혹은 그 이상의 묵힌 맛을 선보인다. 사실 이런 경우는 특정한 브랜드에 한정된 것이고, 대부분은 수백만병에서 수천만병에 이르는 동일한 맛의 샴페인을 생산한다. 그러다보니 획일적인 맛의 유지가 긴요해 화학공장 같은 대규모 설비가 불가피하다. 멀리서 샴페인 양조장을 볼 때 와인회사의 이미지를 느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13권의 와인책을 지은 앤드루 제퍼드는 한 기고문에서 샴페인은 프랑스에서 가장 이상한 와인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프랑스는 테루아를 숭상해 좁은 면적도 여러 개의 원산지로 분화하는 데 반해 샴페인은 어마어마한 면적이 달랑 하나의 원산지를 이루는 점. 둘째 와인의 표현은 빈티지로 이루어지는 데 반해 샴페인은 빈티지가 없는 점. 셋째 훌륭한 와인은 밭에서 저수확한 포도로 만든다고 믿고 있지만, 샴페인은 가능하다면 남김없이 최고의 수확을 올리는 점, 제퍼드는 바로 이 세 가지를 샴페인의 역설이라고 지적했다.

양으로 승부를 한다는 측면에서 샴페인은 보르도와 비슷하지 않으냐고 생각할 수 있다. 보르도 역시 샴페인처럼 여러 품종을 혼합해 와인을 만들지 않는가. 샴페인 루이 뢰더러의 오너 프레데릭 후조는 한 인터뷰에서 보르도와 샴페인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주요 차이점은 샴페인이 좀 덜 거만하지요”라고 답했다. 보르도에서 샤토는 와인을 만들기만 하고 유통이나 마케팅은 모조리 네고시앙이 맡는 것과는 달리, 샴페인은 생산과 마케팅을 병행하는 점을 두고 한 말이다.

샴페인의 대안

로미오와 줄리엣의 고향 근처에서는 프로세코라는 스파클링이 생산된다. 프로세코는 프란차코르타의 약 여섯 배 규모를 자랑하며, 같은 이름의 포도에서 잉태된다. 이를 샴페인의 진정한 대안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왜냐하면 샴페인과 같은 산뜻함을 주지만 값이 아주 저렴하기 때문이다. 청포도 프로세코의 청량감과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담보하는 DOC등급이므로 믿을 수 있다. 2008년의 생산량은 약 5700만병이고, 매출액은 3억7000만유로였다. 수량은 모엣 헤네시 단일 회사의 생산량과 비슷하듯이 수량과 금액 면에서 모두 샴페인과 큰 격차가 있지만, 세계 여러 스파클링 중에서 유일하게 샴페인의 라이벌로 꼽힌다.

샴페인과의 차이점은 지명인 샴페인과는 달리 프로세코는 포도명이란 사실이다. 사람들이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밑바닥에는 프로세코의 상쾌함이 깔려 있다. 샴페인처럼 15개월 혹은 3년 이상 숙성하지 않고, 수개월 내에 출시하는 일반 프로세코는 샴페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을 끌어당긴다.

프로세코가 등장하기 휠씬 이전부터 샴페인을 공략하며 스파클링의 장점을 세간에 알린 게 있으니 바로 스페인의 카바다. 와인지 ‘마이닝거스’의 2008년 8월호에 따르면 카바는 2007년 기준 총생산량은 2억2000만병이고, 그중에서 베스트셀러인 코르돈 네그로는 매년 3100만병 생산된다. 최대시장 미국에서 9달러에 팔리는 저렴한 상품이다. 더운 여름날 길거리를 걷다가 핸드백 속에서 꺼내 마시는 소형 사이즈가 인기 높다.

독일의 스파클링인 젝트는 카바와 같은 기준으로 3억6000만병을 생산한다. 스파클링의 전문가가 많고, 유럽에서 소비자가 가장 많은 독일은 자국 생산량을 훨씬 뛰어넘는 소비량을 보인다. 2007년 독일인들은 약 4억1000만병을 마셨다. 독일 1위 헨켈 트로켄 역시 서울에 들어와 있다.

국내시장에 유통되는 샴페인 현황은 다음과 같다. 모에 샹동(6만원대), 뵈브 클리코(7만원대), 크룩(35만원대), 동 페리뇽(30만원대), 멈(6만원대), 페리에 주에(30만원대), 니콜라 이얏트(7만원대), 로랑 페리에(15만원대). 프로세코 빌라 산디, 산테로, 자르데토(각 3만원대). 샴페인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곳은 할인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계 대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의 경우 와인 매출이 높고, 정육코너 옆 와인코너에서 특급 와인이 손쉽게 팔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와인을 가장 많이 파는 이마트에서도 특히 와인전문점이 숍인숍의 형태로 설치된 지점에는 동 페리뇽이 진열된다. 할인점에 가면 샴페인의 판타지 값을 덜 내도된다.

신년 파티, 생일, 결혼기념일에 아주 가끔 마시는 샴페인보다 주말마다 혹은 더 자주 마실 수 있는 스파클링을 추천한다. 그저 개봉하기만 하면 된다. ‘뻥’하고 터지는 환상적인 샴페인과 ‘펑’하고 터지는 실속형 스파클링의 소리는 같다. 기다란 잔에서 중력을 거스르며 솟구치는 명태알 같은 잔거품도 역시 다름없다. 스파클링 중에서도 프란차코르타나 프로세코 혹은 카바나 젝트는 많은 경우 샴페인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신동아 200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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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용│와인평론가 고려대 강사 cliff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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