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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훈의 ‘남자 옷 이야기’<마지막회>

철학적 옷 입기 FAQ

  • 남훈│‘란스미어’ 브랜드매니저 alann@naver.com│

철학적 옷 입기 F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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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옷 입기 FAQ

훌륭한 스타일은 당사자의 몸과 마음에 잘 맞으면서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다.

Q. 패션에 관심은 많은데 아직 무엇을 기준으로 옷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 먼저 자신에게 필요한 옷과 자신이 원하는 옷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옷을 필요에 따라 선택해야지 옷을 위해 우리가 동원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군대에서 보급품 지급받듯 아내가 사다주는 대로 입는 것도 권장할 만한 방법은 아닙니다. 그러면 자신에게 꼭 맞는 사이즈를 영원히 알 수 없고, 점점 수동적으로 변해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기도 어려워집니다. 브랜드를 따지거나 유행에 얽매이기보다 ‘조화’를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업과 장소에 어울리는 옷이어야 하며, 옷차림 안에서도 세부적인 아이템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당신의 옷이 아니라 당신에 대해 알고 싶어합니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룩을 발견하고 거기에 충실하기를 권합니다. 특히 옷을 구성하는 데 있어 장식품이 너무 많으면 마네킹으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가능하면 심플하게 입으세요. 옷은 주인공이 아니라 당신의 배경이 되어야 합니다.

Q. 늘 색상을 고르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A. 이탈리아 남자들은 아주 다채롭고 과감한 컬러의 옷을 소화하는 걸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재킷이나 바지, 양말의 색상이 빨강에서부터 보라, 핑크, 그린 등 한국 남자에게 권하면 가슴 철렁할 혁신적인 컬러들을 아무렇지 않게 즐겨 입죠. 그들의 컬러 감각은 천부적인 디자인 감각이나 패션에 대한 열정 이전에, 이탈리아라는 환경으로부터 스며든 문화적 영향입니다. 이탈리아인들이 처음부터 패션 감각이 뛰어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란 유서 깊은 유적의 갖가지 빛깔, 눈에 익은 오래된 흙빛, 그리고 이탈리아 물에 담긴 석회의 흔적이 배어든 낡은 건물 등 주위에 펼쳐진 컬러 샘플들이 그들만의 스타일과 감각을 키운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건물이나 환경을 처음 그대로 보존하는 이탈리아의 문화입니다. 우리나라는 오래된 건물을 헐어버리고 새롭고 웅장한 것으로 바꾸는 경향이 있어 사람들이 시멘트 빛깔 같은 무채색 계통의 옷을 즐겨 입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옷차림에서 컬러 조합은 전통을 가진 건축, 빛나는 미술작품, 혹은 시대를 관통하는 디자인이나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과 같이 우리의 눈과 마음을 채워주는 학습으로 충분히 향상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몇 가지 유용한 법칙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용해보는 겁니다. 이를테면 슈트나 재킷을 전체 컬러 조합의 기준으로 설정합니다. 그 다음에 셔츠와 타이, 바지와 구두 같은 세부 품목들을 ‘조화’라는 원칙에 맞게 배열해나갑니다.

Q. 주위에서 슈트 안에 입는 셔츠는 화려할수록 돋보인다고 합니다. 과연 그런가요.



A. 남자의 옷은 개성을 살린 여성복에 비해 보수적입니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보다 사회적 의미를 염두에 두고 입어야 하는 옷이 정장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슈트는 그 기원이 되는 군대의 제복처럼 그레이, 네이비, 브라운 계열이 대부분이고, 캐주얼에 속하는 재킷에는 어느 정도 화려한 컬러가 허용됩니다. 슈트와 함께 입는 셔츠의 컬러는 일단 슈트보다 밝은 게 좋습니다. 셔츠 색상이 슈트보다 어두우면 너무 튀어 보이거나 너무 캐주얼해 보입니다. 무늬가 지나치게 화려한 셔츠도 청바지와 함께라면 모를까 정장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정장은 정장답게, 캐주얼은 캐주얼답게 입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장에 청바지용 벨트를 매지 않듯, 서로 다른 영역에 존재하는 품목들은 섞어서 입지 않습니다. 보수적인 색상의 슈트에는 그와 대조되는 블루나 화이트 톤의 셔츠가 정석입니다. 베이식함이 미덕인 정장 차림에 포인트를 주려고 깃에 번쩍거리는 단추를 달거나, 스티치를 화려하게 박은 셔츠를 입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오히려 독립적인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은 셔츠입니다. 깃의 길이는 최소 8㎝ 이상이어서 깃의 끝이 슈트의 라펠 속으로 묻히게 입는 것이 좋습니다. 깃의 각도는 레귤러 칼라(Collar)는 65도, 세미 와이드는 95도, 와이드스프레드는 140도 정도지만, 무엇보다 얼굴 크기를 기준으로 각도를 정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얼굴이라는 그림을 보완하는 프레임으로서 그 고유 기능을 먼저 생각하는 것입니다. 셔츠는 사람의 체형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디테일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튀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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