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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한반도 전쟁소설

2014

9장 조중전쟁 (朝中戰爭)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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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와 김경식은 도발 후의 여러 변수까지 고려했겠지만 이런 상황은 예상 못한 것 같소.”

누가 봐도 지금 가장 곤경에 빠진 세력이 김경식 일당이다. 끌어들인 중국군까지 중립군과 반란군의 협공을 받는 상황이 되어 있는 것이다. 다시 강성일이 말을 이었다.

“전쟁만 일어나면 남으로 밀고 들어가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있다고 했지요.”

이동일의 시선을 받은 강성일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도 어서 전쟁이 일어나기만 바란 사람 중의 하나가 되었소. 나뿐 아니라 인민군 병사 대부분이 그랬을 거요.”



“그건 너무한 것 아닙니까?”

따라 웃은 이동일이 되물었다.

“남쪽 국민은 열심히 일을 해서 잘 먹고 잘살게 되었는데 말입니다. 그건 강도짓 아닙니까?”

“그걸 따질 정신이나 있습니까?”

입맛을 다신 강성일이 말을 이었다.

“인민군도 굶어서 죽게 생겼는데 말이오. 자식을 내다 팔고 중국으로 종살이를 하러 가는 형편인데 강도짓이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죠.”

“내가 궁금하기보다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잠깐 말을 그쳤던 이동일이 굳어진 표정으로 강성일을 보았다.

“지금까지 북한 군인이나 국민이 그런 머저리 같은 정권을 갈아치우지 못한 것이 그래요.”

강성일의 얼굴도 굳어졌지만 입을 열지는 않는다. 이동일의 말이 이어졌다.

“자유나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게 아닙니다. 누구한테 빼앗아 가질 수도 없는 것이고요. 남한 국민은 스스로 쟁취했고 북한도 그래야 자유나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그것을 강도처럼, 더구나 같은 민족을 공격해서 뺏다니요. 그렇게 만든 놈들도 나쁜 놈들이지만 따르는 사람들도 못나고 한심하지 않습니까?”

“이 대위는 잘 몰라요.”

쓴웃음을 지은 강성일이 천천히 머리를 내저었다.

“이곳은 이 대위가 생각도 해보지 못한 세상이오. 이곳은.”

주위를 둘러본 강성일이 어깨를 늘어뜨리며 말을 잇는다.

“북조선 전체가 감옥 같은 세상이오. 민중은 태어났을 때부터 세뇌되어서 짐승처럼 길들었소.”

문득 말을 멈춘 강성일이 어금니를 물었다가 풀었다.

“그러다가 이제 둑이 무너진 거죠. 그놈들의 오판 덕분에 기회가 온 것이지.”

강성일의 목소리가 떨렸으므로 이동일은 외면했다. 기회는 맞다. 그러나 이것 또한 민중이 일어나 만든 기회는 아닌 것이다. 손목시계가 16시35분을 가리키고 있다. 개전 29시간45분25초가 경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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