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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승호의 약초 이야기 ⑬

담음(痰飮)으로 인한 일체의 질환 치료

보리밭의 보배 반하(半夏)

담음(痰飮)으로 인한 일체의 질환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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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의 물을 돌이키다

담음(痰飮)으로 인한 일체의 질환 치료

반하의 잎.

약리적인 설명 대신 반하의 기미(氣味)로만 보자면 이렇다. 반하의 겉껍질을 벗기면 속 알맹이는 점액이 많아 매끄럽다. 그 맛(味)은 목구멍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맵다. 반하는 그 매끄러움(滑)으로 거스르고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내려서(下降) 돌게(宣通)하고, 매운맛으로 고여서 굳어진 것을 열고 내보낸다(開泄). 이를 ‘개선활강(開宣滑降)’이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돌지 않아 머무르고, 뭉쳐서 돌이킬 수 없게 된 몸 안의 물을 신통하게 돌이킨다.

‘신농본초’에선 반하가 “상한으로 인한 한열과 심하(心下)가 딴딴하게 굳어지고 맺혀서 그득해진 것을 치료한다. 기를 내린다. 인후가 붓고 아픈 것을 다스린다. 머리가 어지럽고 아프고 기가 위로 치밀어 기침하는 것, 가슴속이 꽉 차 숨도 못 쉬게 답답하고 속이 메스꺼운 증상을 치료한다. 또 배 속이 막혀 배에서 물소리가 나는 것과 화(火)가 올라와 땀이 나는 것 등을 다스린다”고 했다. 모두 반하가 ‘개선활강’해 담음으로 변한 수기를 되돌리기 때문이다.

환자를 보다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심한 어지러움과 두통, 메스꺼움을 호소하면서 늘 위장이 체한 듯해 늘 ‘끄륵’ 소리를 내고 배변도 불쾌해져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지만 호전되지 않는다. 진단이라고 해야 어지러움이 심한 경우는 이석증이라고 하거나 위장장애는 역류성 식도염, 혹은 영양부족, 스트레스성 혈액순환장애, 일반적으로는 신경성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게 고작이다. 그런데도 이들 환자는 갈수록 고통이 심해진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사례를 들면 다음과 같다. 눈앞이 안개가 낀 듯 어른거리거나, 한 물건이 두 개 이상으로 보이는 시야장애를 호소한다. 어느 순간 심한 피로감이 들고 산소가 부족한 듯 전신이 무력해지고 숨통이 막힌다. 음식물을 못 먹는 것은 아니나 위장이 딱딱하게 굳어진 듯해 소화 장애가 극심하다.

신물이 오르고 가래와 같은 걸쭉한 이물이 목구멍으로 올라오기도 하고, 몸 이곳저곳이 마비되기도 한다. 벌레가 온몸을 기어 다니는 듯한 감각이상도 느낀다. 몸에서 느껴지는 한열(寒熱)이 다른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머리엔 열이 나는데 수족과 배, 등은 시리다. 건망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더러 혼절도 한다. 심한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많다. 요즘에야 그렇지 않겠지만 전에는 귀신이 들렸다고 푸닥거리를 하기도 했다.



창출, 복령, 진피 등과 함께 써야

사실 담음으로 인한 병은 요즘에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우선 스트레스가 심하다. 또 하나는 먹을거리의 문제다. 현대인은 온갖 유해 첨가물이 범벅된 음식물에 노출되어 있으며, 먹을거리가 흔해져 과식과 폭식을 되풀이하고 식사시간도 일정치 않다. 노폐물이 누적되지 않을 수 없다. 이 노폐물들이 몸 안의 체액을 이루고 흘러 다니는데 그 몸이 멀쩡할 수가 있을까. 어찌 보면 현대인의 몸은 과학문명이 만든 과로와 스트레스, 온갖 감언이설로 분식한 혼탁한 먹을거리와 화학물 의약품이 조장한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오염물질로 썩은 하천인 것이다.

물론 반하 홀로 이 담음을 다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하가 아니면 이들을 딱히 해결할 수 없다. 반하는 창출(삽주)과 복령, 진피 등과 잘 어울린다. 반하곡은 담음이 굳어져 담적(痰績)이 되어서 병이 중해진 경우 이를 삭혀서 대소변으로 따라 나가게 하거나 흩뜨려서 창(瘡)이 되게 해 치료한다. 더 이상 수기로 되돌리기 어려울 때 반하곡을 쓴다.

담음(痰飮)으로 인한 일체의 질환 치료
김승호

1960년 전남 해남 출생

現 광주 자연마을한의원 원장

前 동아일보 기자· 송원대 교수


반하는 천남성과에 속한다. 5월경 독특한 생김새의 꽃이 핀다. 긴 혀를 내민 뱀의 머리를 닮은 것도 같고 혹은 두루미의 머리를 닮은 것도 같다. 천남성과의 꽃들이 대체로 특이하다. 남성(南星)의 꽃들은 여지없이 킹코브라가 혀를 날름거리는 형상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몸의 차크라를 열어 의식의 각성에 이르게 하는 쿤달리니가 뱀의 형상이다. 임맥과 독맥을 주천하는 대소주천도 뱀의 움직임으로 그려진다. 커다란 뱀이 제 꼬리를 문 원형(圓形)의 우로보로스가 원초적인 합일을 의미하듯, 뱀은 순환하는 힘을 상징한다. 반하의 꽃이 그 뱀의 머리를 닮아 보이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신동아 201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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