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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권태균의 오지 기행

범상치 않은 운명 감지하며 여름바다 노래하다

가의도

  • 글·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yule21@empas.com 사진·권태균│ 사진작가 photocivic@naver.com

범상치 않은 운명 감지하며 여름바다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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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은 뜨거운 햇살에 뒤척이고…

서해 바닷가 절대 오지이던 섬은 외부에 조금씩 알려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섬이 아름답고 조황이 썩 괜찮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갯바위 낚시꾼들이 몰려왔다. 이들로 인해 해안은 온통 쓰레기 천지다. 게다가 인근 어민들이 버린 통발과 폐그물에 연안 바다가 죽어간다고 섬 주민들은 한탄한다.

넘치는 쓰레기를 보고도 치울 기력이 없어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염산 문제다. 예전에는 안강망 그물에 이끼가 끼면 햇빛에 말려 도리깨질로 털었지만 지금은 대형 염산통에 집어넣어 녹인다. 문제는 사용된 염산 물을 죄다 바다에 버려 해안가에 염산 냄새가 진동한다는 것이다. 톳시, 미역, 다시마, 전복, 홍합 등이 염산에 오염돼 식용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는 설명에 말문이 막힌다. 섬 토박이 노인들의 분노는 절망에 가깝다.

눈물에 옷자락이 젖어도 갈 길은 머나먼데/

고요히 잡아주는 손 있어 서러움을 더해주나/



…서해 먼 바다 위론 노을이 비단결처럼 고운데/

나 떠나가는 배의 물결은 멀리멀리 퍼져간다/

꿈을 꾸는 저녁 바다에 갈매기 날아가고/

섬 마을 아이들의 웃음소리 물결 따라 멀어져 간다/

정태춘은 ‘서해바다’란 노래를 통해 한반도 서쪽 바닷가 작은 섬들을 절창했다. 그러나 원시의 바다도 지금 비열한 세속에 물들고 있다. 섬의 사정에 우울해하던 나의 눈길은 태양 아래 빛나는 바다를 보는 순간 달라지기 시작한다.

초록빛 바다, 거역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현실의 무거운 압박에서 해방시키고 있다. 프러시안 블루로 빛나는 가의도 바다는 여전히 여름 햇살에 웅크린 채 그저 무심히 아름답기만 할 뿐 섬사람들의 시름에 아무런 말이 없다. 여름에는 아무래도 바다가 적격이다. 나는 범상치 않은 운명을 감내하며 바다를 노래한 스테판 말라르메나 드뷔시의 흔적을 이 여름 바다에서 느끼고 싶었다. 물결은 뜨거운 햇살에 뒤척인다.

그토록 가슴 설레던 봄날은 이미 기억조차 아스라하다. 붉은 태양이 이글거리는 여름이 점령군처럼 소리 소문 없이 우리 곁에 와 있다. 그렇다. 짧은 봄날은 미련조차 느낄 틈을 주지 않고 무정하게 떠나갔다. 추억은 지나가서 그리운 것이 아니다. 다만 그리워하기 위해서 지나가는 것이다. 서해 앞바다 외로운 섬 가의도가 지나간 모든 것을 추억하고 있다. 세월은 우리를 보지 않고 지나가고 있다.

범상치 않은 운명 감지하며 여름바다 노래하다

가의도의 아름다운 해변.



신동아 201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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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yule21@empas.com 사진·권태균│ 사진작가 photociv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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