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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침묵하는 다수를 행동가로 바꾼 노예 해방 전쟁의 부싯돌

  • 김학순│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침묵하는 다수를 행동가로 바꾼 노예 해방 전쟁의 부싯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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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제에 대한 작가의 비판의식은 통렬하기 그지없다. 소설의 2장 마지막 부분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아주 인도적인 한 법률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을 최악으로 학대하는 방법은 그를 목매달아 죽이는 것이다.’ 아니다. 그보다 더 나쁘게 인간을 학대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노예제도이다.”

이 소설은 노예제도 논쟁이 치열하던 1853년 출간돼 첫해 30만 부라는, 당시로선 놀라운 판매기록을 남기며 남북전쟁의 불씨가 됐다. 북부에서는 출간 즉시 칭송과 찬사가 이어졌으나, 남부에서는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다. 노예해방에 반대하던 미국 남부에서는 이 책을 금서로 지정했다. 1862년 11월 스토 부인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당신이 이 엄청난 전쟁을 촉발시킨 책을 쓴 바로 그 조그마한 여인이로군요”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진정한 흑인 해방

시대를 초월해 가치를 인정받는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 소설은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더불어 미국 최대 베스트셀러의 하나로 손꼽힌다. 19세기 후반 미국과 유럽에서 모두 300만부 이상 팔린 공전(空前)의 베스트셀러다. 당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으로 집계됐다. 발표된 지 16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세계 독자의 감동과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2개 국어로 번역된 것은 물론 연극으로도 각색돼 끊임없이 무대에 오른다. 오랫동안 ‘엉클 톰스 캐빈’이라는 번역서 제목으로 더 알려진 한국에서는 이 이름이 국어사전에 등재돼 있을 정도다.

스토 부인은 소설뿐 아니라 행동으로도 노예해방운동에 참여한다. 1861년 남북전쟁이 발발하자 북부의 편에 서서 맹렬한 유세를 펼쳤다. 아들 프레드릭도 북군 대위로 참전했다. 1865년, 마침내 미국에서 노예 해방이 선언되기까지 이 소설이 수많은 사람의 인식을 바꿔놓고 노예 해방에 대한 보편적 합의를 이끌어낸 점은 명백하게 인정받는 사실이다.



노예제도가 분명 해악인데도 붕괴되지 않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노예제 아래에 있는 착한 농장주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18세기 아일랜드 정치인 에드먼드 버크가 “악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 있다면 그것은 선량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던 명언과 상통하는 말이다.

이 작품은 비평가들에 의해 몇 가지 단점이 지적되고 있긴 하다. 소설의 구성이나 기교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눈물을 자아내는 신파조의 통속적인 내용이라는 게 그 하나다. 게다가 톰 아저씨가 흑인 사도 바울 정도로 격상되어 있어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는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세계적인 문호들은 소설의 기교에 대한 비판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진실이 기교를 이긴다는 생각에서다. 레프 톨스토이는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하느님과 인간의 사랑이 물처럼 흐르는 가장 고귀한 형태의 예술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독일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도 “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톰 아저씨가 평생 학문을 연구해온 나보다 더 깊이 있게 신의 뜻을 이해하고 또 그것을 실천한 것을 보고, 나는 깊은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평했다. 신학자 찰스 브릭스는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는 워싱턴 어빙이나 너새니얼 호손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언어의 정치함도, 제임스 쿠퍼의 모험 로맨스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풍경 묘사도, 허먼 멜빌의 모험담에서 볼 수 있는 놀라울 만큼 감각적인 요소도 없다. 그러나 이런 인도주의나 인간의 철학적 통찰을 다룬 사회소설류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광범위하고 더 깊고 더 고결하고 더 성스러운 공명(共鳴)이 있다”고 평가했다.

형식적인 노예 해방에도 불구하고 흑인의 진정한 해방은 오랫동안 미완성으로 남아 있었다. 1965년 흑백 격리 법률이 폐지되고서야 흑인은 비로소 참된 자유를 얻었다. 2008년 11월 버락 오바마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돼 아프리카 노예 퍼즐의 마지막 문제도 풀렸다. 그동안 백인으로만 알려졌던 오바마의 어머니도 400여 년 전 미국 버지니아에 살았던 아프리카계 노예의 11대 후손이라는 게 최근 족보 연구결과 밝혀졌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버지가 케냐 출신 흑인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신동아 2012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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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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