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약재 초오. 미나리아재빗과 식물의 덩이뿌리를 캐 말린 것이다.
초오를 써서 치료하는 질환들은 어깨관절 주위염, 사지와 허리의 관절통, 섬유조직염, 신경통 등 각종 동통질환이 많다. 중풍이나 구안와사 반신불수에도 쓴다. 중국에선 위암이나 간암환자에게 주사액으로 치료를 한 사례들이 있다.
과거 한약업사들의 처방 채록집을 보면 중풍환자나 백반증 등에 이 초오를 쓴 처방들이 눈에 띈다. 참 대담하게 약을 썼다는 생각이 든다. 양의학이 시원찮았던 1960~70년대에 이분들은 위험을 마다않고 겁나는 약들을 썼다. 부러운 생각도 든다. 북한의 동의치료경험집성을 보면 이 초오를 가지고 만든 초오환으로 류머티스관절염 환자 80사례와 근육류머티즘 34사례에서 3~6주의 치료 후 통증이 멎거나 경미해진 비율이 82.6%였다고 하고 있다.
정신분열증이나 신경쇠약증에도 초오를 이용한 약으로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 또 심근염에 의한 부정맥환자들을 대상으로 법제하지 않은 초오를 환제로 만든 초오환을 써 큰 효과를 봤다. 20명의 환자 중 10명이 완치됐고 호전된 환자가 7명이었다. 약을 투여하면서 속이 메스껍거나 입술이 저리고 손발이 저리는 증상을 호소하면 투여량을 조절했다. 초오 가루로 1알이 50mg 되게 환약을 만들어 한번에 한 알씩 하루 3회 투여하다 이상이 없으면 매일 한 알씩 양을 늘려 복용하게 했다. 이런 사례들은 모두 다 동의학적인 변증을 하면서 치료한 것들이므로 일반인은 참고로 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이 초오로 당뇨병을 치료한 이들의 경험담이 좀 나온다. 법제를 잘한 초오를 써서 신중하게 투여한 분들도 있다. 아무래도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겠다.
10~11월 캐면 독성 적어
초오는 주로 봄과 가을에 뿌리를 캔다. 독성을 줄이기 위해 일반적으로 감초와 검은콩 삶은 물에 담갔다가 말리거나, 소금물에 넣고 보름 이상 두었다가 건조시킨다. 동변(12세가 안 된 사내아이의 오줌)에 담았다가 찬물에 씻어서 말리는 방법도 있다. 부자나 오두는 주로 아코니틴(Aconitine) 성분을 비롯한 여러 가지 알카로이드의 독성을 이용해 약효를 낸다. 초오에도 역시 이들 성분이 많다. 초오, 부자, 오두에는 아코니틴 말고도 하이겐아민 등 여러 가지 알카로이드가 있는데 이들은 매우 강력한 심장독성물질이자 신경독성물질이다. 또 강심제이자 강력한 진통제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복용하면 부정맥과 호흡근 마비를 일으켜 심하면 죽게 되지만, 수취를 해서 독성을 잘 빼내면 약이 된다. 법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아코니틴 성분과 알카로이드의 양이 100배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아코니틴은 또 오랜 시간 끓이면 아코닌이라는 물질로 바뀌어 독성이 크게 줄어든다. 강심작용이 큰 하이겐아민은 오래 끓여도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그 효과가 줄어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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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오의 중독증상은 처음에는 가려움이나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다가 작열감과 어지러움, 부정맥, 숨 가쁨, 구토증, 운동마비 등이 나타난다. 중독 시에는 감두탕을 먹거나 북어 끓인 물을 마시면 완화된다. 초오의 채취 시기는 10월 중순경이 가장 좋은데, 10월경부터 11월에 채취한 것이 아코니틴이 비교적 적고 강심 성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옛사람들도 나름대로 지혜로웠다고 해야 할 대목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