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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 ‘영화사회학’

미국 공상과학영화 속 ‘제국주의 향수’

  • 노광우 │영화 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미국 공상과학영화 속 ‘제국주의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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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관건이 되는 공상과학 영화들은 영화사에서 기원이 꽤 오래됐다. 최초의 공상과학 영화인 ‘월세계 여행’(1902, 프랑스)에서 프랑스 원정대는 달을 향해 포탄을 쏜다. 이어 원정대는 달에 도착해 외계인들과 일전을 치르고 귀환한다.

이때 영화에서 프랑스 원정대가 만난 달의 외계인들은 당시의 아프리카 원주민들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프랑스인들이 아프리카에서 식민지를 개척하면서 상대했던 원주민들이 공상과학영화에선 외계인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공상과학영화가 보여주는 가상세계는 완전히 창작된 가상이 아니라 상당부분 현실을 투영하는 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 트렉: 인투 다크니스’의 도입부에서 주인공인 커크 선장과 본즈 부선장이 미지의 행성에서 외계인들에게 쫓기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의 외계인들도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에서 볼 법한 미개한 인종으로 그려진다. 반면 본즈 부선장은 화산의 분화를 멈춤으로써 이 행성을 구해주는 구세주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월세계 여행’이 나온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는 서구 열강이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제3세계를 점령하고 분할하던 제국주의 시대였다. 이 시기에 ‘해저 2만리’ ‘80일간 세계일주’ ‘어둠의 심연’과 같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백인 남성 모험가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들이 주로 등장했다. 미국에선 서부지역의 토착민들을 복속시키고 백인들이 이주하는 서부개척이 완료되던 시기였다. 이때의 많은 이야기가 훗날 서부극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됐다.

서구 대 비서구, 문명 대 야만의 이분법이 여행영화, 민속지학영화, 서부영화를 거쳐 공상과학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어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 트렉’ 시리즈에서 엔터프라이즈 호 대원들이 마주치는 클링온 제국의 군대는 사실 다른 언어와 문화를 향유하는 다른 인종이 치환된 형태다. 서구에서 제작한 공상과학영화 속 우주여행 모험담에는 19세기 제국주의에 대한 향수(鄕愁)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론 ‘스타 트렉’ 시리즈는 냉전의 산물이기도 하다. 1950~60년대 미국과 소련은 우주탐사 경쟁을 본격화했는데 스타 트렉 시리즈는 1960년대 텔레비전 시리즈로 처음 제작됐다. 이를 반영하듯 행성연합은 유엔 또는 다민족으로 구성된 미국을 닮아 있다. 엔터프라이즈 호의 선원들은 유엔군이나 다국적 군대와 유사하다. 커크 선장이 이들을 지휘하는 것은 미국인 장성이 유엔군이나 다국적군의 총사령관을 맡는 것과 같다. 커크 선장의 조력자인 미스터 스포크는 벌컨 행성인과 지구인의 혼혈인이다. 미스터 스포크의 정체성은 서부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백인 주인공에게 협조하는 인디언’과 거의 유사하다. 행성연합에 맞서는 클링온 제국은 부분적으로 소련과 공산주의 진영을 상징하기도 한다.

1950년대 미국의 공상과학영화들은 소련과 핵전쟁에 대한 공포감을 드러낸다. 이들 영화가 그려내는 외계인은 지능이 발달했지만 그에 걸맞은 인성을 갖추지 못한 존재다. 소련인과 공산주의자를 외계인으로 자주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 트렉’과 미국적 세계관

‘스타 트렉: 인투 다크니스’는 제국주의, 냉전에 이어 테러와의 전쟁까지 담아낸다. 런던 문서보관소에 대한 테러는 여러 면에서 9·11 테러를 연상시킨다. 연합함대 본부가 급습당하는 장면은 9·11 때 미국 국방부(펜타곤)가 공격받는 모습,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서 영국 정보부가 폭파되는 모습과 비슷하다.

미국 공상과학영화 속 ‘제국주의 향수’
노광우

1969년 서울 출생

미국 서던일리노이대 박사(영화학)

고려대 정보문화연구소 연구원

논문 : ‘Dark side of modernization’ 외


미국인들이 ‘스타 트렉’ 시리즈에 열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대중 텍스트는 단순 오락이 아니라 그 시대에 맞는 설정과 상황의 암시를 담아냄으로써 대중의 가치관을 끊임없이 반영한다. ‘스타 트렉’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미국인이 어떠한 세계관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유추해볼 수 있다.

신동아 2013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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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 │영화 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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