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원호 안보연애소설

려명黎明

2장 천사의 초대

려명黎明

3/11
“북측에서는 보조사원한테 한 말도 순식간에 총국으로 전달되는 상황입니다. 우리만 입을 닥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때 장원석이 다시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

“모르죠. 7시 반에 정순미가 대한물산 창고 앞에 차를 받쳐놓고 기다린다고 했으니까.”

“정, 정순미가?”



장원석이 말까지 더듬었다.

“그, 그럼….”

“설마 정순미가 기쁨조가 되겠습니까? 그런다면야 콘돔 끼지 않고 덤빌 겁니다.”

“이봐, 농담할 정신이 있어?”

잠자코 있던 백종호가 거들었을 때 윤기철이 의자에 등을 붙였다.

“시발, 부딪쳐봐야지요.”

“도대체 왜?”

마침내 장원석이 물었다. 놀랐기 때문에 이 질문은 늦은 감이 있다.

“왜 자넬 데리고 가는 거야?”

“제가 공산당이기 때문이죠.”

“정말이냐?”

그렇게 묻긴 했지만 장원석의 입술 끝이 비틀렸다. ‘네가 공산당이면 나는 나치다’는 표정이다. 윤기철이 말을 이었다.

“사무실에서 TV 보다가 경찰들을 다 없애야 한다고 했거든요.”

“정말이야?”

이번에는 백종호가 묻자 윤기철이 길게 숨을 뱉었다.

“근데 뒷말을 뺐거든요. 경찰이 없어지면 목소리 큰놈 세상이 온다는 말을 말입니다.”

“일부러 그랬지?”

“그런 셈이죠. 어디 얼마나 빨리 보고가 되나 보자고.”

“이 친구, 참.”

입맛이 떨어진 표정으로 수저를 내려놓은 백종호가 의자에 등을 붙였다.

“그래, 갔다와서 이야기나 듣자.”

“흠, 정순미라.”

장원석도 수저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시발, 나도 한국 욕이나 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와이프가 바람피운다는 이야기는 윤기철만 알고 있다. 장원석이 입 다물라고 신신당부를 했기 때문이다. 여기도 비밀이 있다.

대한물산 창고 앞 길가에는 검은색 벤츠 한 대가 서 있었는데 뒤쪽 머플러에서 흰 가스가 피어올랐다. 시동을 걸어놓고 있다는 증거다. 인도는 텅 비어 있었으므로 윤기철이 10m 거리로 다가갔을 때 운전석 옆쪽 문이 열렸다. 밖으로 나온 것은 정순미다. 언제 사복으로 갈아입었는지 흰색 셔츠에 검은색 치마를 입었는데 긴팔이지만 추워 보였다. 다가간 윤기철에게 뒷문을 열어주면서 정순미가 말했다.

“어서오세요.”

시선을 내렸고 문을 잡고 선 자세는 단정했다. 윤기철은 숨을 들이켰다가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뒷좌석에 올랐다. 뭔가 한마디 뱉고 싶은 충동을 참은 것이다. 곧 문이 닫혔고 정순미가 앞좌석에 오르자 벤츠는 출발했다. 운전사는 어깨 윗부분만 보였는데 40대쯤의 건장한 체격이다. 잘 먹어서 목이 두툼했다. 차 안에서는 옅은 엔진음만 울린다. 시트에 등을 붙인 윤기철은 입을 꾹 다물었다. 긴장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제는 정순미도 의식하지 않는다. 차가 섬유단지를 지나더니 전자단지 쪽으로 진행한다. 그때 머리를 돌린 정순미가 윤기철에게 말했다.

“저도 오늘 같이 참석합니다. 과장님, 잘 부탁합니다.”

윤기철이 똑바로 정순미를 보았다. 이제 머릿속에 녹음기가 넣어진 인상은 아니다. 인간은 얼마나 변덕스러운가? 이것은 윤기철이 저 스스로한테 하는 말이다. 그렇다. 이제는 천사의 초대가 되었다.

이원호

려명黎明
1947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고, 전북대를 졸업했다. (주)백양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무역 일을 했고, (주)경세무역을 설립해 직접 경영했다. 1992년 ‘황제의 꿈’과 ‘밤의 대통령’이 100만 부 이상 팔리며 최고의 대중문학 작가로 떠올랐다. 간결하고 힘 있는 문체, 스케일이 큰 구성,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그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이다. 기업, 협객, 정치, 역사, 연애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지금까지 50여 편의 소설을 냈으며 1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주요 작품으로 ‘할증인간’ ‘바람의 칼’ ‘강한 여자’ ‘보스’ ‘무법자’ ‘프로페셔널’ ‘황제의 꿈’ ‘밤의 대통령’ ‘강안남자’ 등이 있다.


3/11
연재

이원호 안보연애소설

더보기
목록 닫기

려명黎明

댓글 창 닫기

2022/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