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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SF)영화의 포스트모더니즘과 메시아주의

‘블레이드 러너’와 ‘블레이드 러너 2049’

  • 노광우|영화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공상과학(SF)영화의 포스트모더니즘과 메시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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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의 메시아주의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주인공 K(라이언 고슬링)가 유일하게 교감을 나누는 홀로그램 캐릭터 조이(아나 드 아마스).[사진제공·소니 픽처스]

그 속편인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시청각적으로 전작의 분위기를 충실히 되살리려고 노력했다. 타이렐은 이미 파산해 업계에서 사라졌고 대신 IT 거물인 월레스(자레드 레토)가 등장한다. 타이렐을 인수한 월레스는 타이렐의 레플리컨트 복제 기술을 하나하나 복원, 발전시키려 한다. 전작과 달리, 2049년에는 레플리컨트가 지구에서 살 수 있는 것으로 상황이 바뀌었는데 이는 월레스가 개량한 레플리컨트를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탈주한 레플리컨트가 존재한다.(이후 스포일러 포함) 

K(라이언 고슬링 분)는 LA경찰국에서 근무하는 블레이드 러너다. K는 시골의 한 농장에서 도망간 레플리컨트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땅에 묻힌 상자를 발견하고 그 안에 있는 유골을 수습한다. 이 유골의 주인은 전작에 나온 레이첼로 판명되고, 유골에서 제왕절개수술을 한 흔적이 발견된다. 경찰 당국은 레플리컨트가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는 비밀을 은폐하려 한다. 하지만 월레스는 레플리컨트의 임신과 출산이 타이렐이 만든 레플리컨트 제작 기술의 마지막 퍼즐임을 알고 K를 이용해 그 비밀을 알아내려 한다. 

영화는 K가 죽은 레이첼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추리소설 구조로 돼있다. 여기서 K는 인간과 레플리컨트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인간은 그가 레플리컨트라는 이유로 공공연하게 멸시하고 차별하며 레플리컨트는 그를 배신자 취급한다. 그래서 그는 자기 일과 존재에 대한 회의감을 가진 고독한 존재로 그려진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K를 반겨주는 이는 숙소를 지키는 홀로그램 캐릭터인 조이(아나 드 아마스)뿐이다.
 
K는 폐허가 된 라스베이거스에서 오랫동안 숨어 지내던 데커드를 찾아내지만 그 뒤를 따라온 월레스의 부하들은 데커드를 납치한다. 남겨진 K를 찾아낸 것은 레플리컨트 반군 세력이다. 이들은 데커드와 레이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그들의 지도자로 옹립하려 한다. 데커드와 레이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재생산 능력이 없는 레플리컨트에겐 기적이며 메시아나 다름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K는 데커드와 데커드의 아이를 보호하느라 분투하지만 결국은 죽음을 맞이한다. 이때 K의 희생은 구약성경의 모세나 신약성경의 바울을 떠오르게 한다. 모세는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나왔지만 결국 가나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바울은 한때 로마의 편에서 예수 추종자를 색출하는 일을 하다가 나중에는 기독교 신자로 죽음을 맞는다. 

레플리컨트를 억압하고 그들의 창조와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타이렐이나 월레스는 신 또는 신에 버금가는 절대 권력을 가진 이집트의 파라오와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그들이 파라오와 같은 위치에 있다는 사실은 그들의 거주지이자 근무처인 타이렐과 월레스 본사 건물이 이집트의 신전이나 피라미드를 닮았다는 점에서 암시된다. 원작처럼 일본을 필두로 한 아시아계열 다국적기업의 이미지가 넘쳐나는 속편은 원작의 포스트모던한 분위기를 담뿍 담아낸다. 하지만 결국 이야기와 캐릭터는 서양의 기독교적 메시아론으로 귀결된다.




노광우
공상과학(SF)영화의 포스트모더니즘과 메시아주의

● 1969년 서울 출생
● 미국 서던일리노이대 박사(영화학)
● 고려대 정보문화연구소 연구원
● 논문: ‘Dark side of modernization’ 외




신동아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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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영화칼럼니스트 nkw8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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