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식탁까지 100마일 다이어트
앨리사 스미스·제임스 매키넌 지음, 구미화 옮김, 나무의 마음, 364쪽, 1만3500원

사실 100마일이라고 하면 그렇게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밴쿠버에서부터 100마일 반경이면 그 안에 세계 최대 연어 산란장인 프레이저 강과 그 유역은 물론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바다도 있다. 더군다나 대형마트나 인터넷을 이용하면 구하지 못할 게 없는 세상이 아닌가. 그래서 두 저자는 바나나나 망고처럼 이국적인 음식만 포기하면 되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첫날부터 낭패였다. 식용유와 설탕, 쌀과 맥주는 물론이고 밀과 소금도 구할 수가 없었다. 물론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마켓엔 먹을거리가 넘쳐났다. 하지만 100마일 이내에서 생산된 것은 아주 드물었다.
두 사람이 100마일 음식을 구하러 나서면 어김없이 ‘불편한 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농장과 목초지가 대부분 택지로 변했으니 곡식과 채소를 구하기 힘들었고, 가축은 이제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집단 사육해야만 하는 상품이 돼버렸다. 대형 트럭과 선박, 항공기 등 ‘석유’에 의존하는 글로벌 유통 시스템이 보편화하면서 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밴쿠버 앞바다에서 잡은 꽃새우는 대부분 아시아로 수출되고 캐나다 사람들은 아시아에서 수입한 대하를 먹었다. 동네 슈퍼에서 1년 내내 체리는 구할 수 있어도 어릴 적 흔하디흔하던 밴쿠버 사과는 볼 수 없었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는 캐나다 사람들이 도전한 100마일 다이어트라고 하니까 내심 걱정이 됐다. 밴쿠버 도심으로부터 100마일 반경을 파고드는 이야기라면 너무 이국적이지 않을까. 실제로 캐나다 자연환경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웅장함을 자랑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자라는 동식물 중엔 우리에게 생소한 것도 많다. 그러나 갈수록 그런 고유한 색깔을 잃고 도시화하는 건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를 보게 된다. 이 책이 주는 뼈아픈 교훈은 우리가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얼마 안 가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잊어버린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내용이 우울하지는 않다. 두 사람이 거의 필사적으로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캐나다의 대자연과 먹을거리, 소박하지만 감동적인 조리법, 그것을 지키고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죄책감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그동안 잊어버렸던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도록 도와준다. 굳이 옥순봉이나 만재도까지 가지 않더라도 도시에서 로컬푸드로 삼시 세끼를 차려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구미화 | 번역가, ‘민주주의를 넘어서’ 등 번역

다수가 근거 없이 개인·집단을 공격하는 비이성적인 현상인 ‘마녀사냥’의 10가지 대표적인 사건을 담았다. 평범한 소시민들이 비이성적 집단 광기에 빠진 과정과 이상적 사회를 꿈꾼 이들이 살인마가 된 까닭을 추적했다. 마녀사냥은 공통 배경을 갖고 있다. 전쟁·자연재해 등 사회에 위기가 닥쳤을 때 사람들은 불안 해소 방법을 찾고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집착은 더욱 커진다. 기존 질서를 유지, 혹은 전복하려 할 때 관계없는 것들을 희생양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잔인하거나 황당한 일을 저지른 사람들이 스스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는 점과 이성이 마비된 보통 사람들에게 악은 아주 평범해졌고 그 결과는 너무나 참혹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터넷 ‘신상털기’의 마녀사냥이 횡행하는 요즘이라 눈길이 간다. 양철북, 344쪽, 1만3000원
왜 낡은 보수가 승리하는가 _ 김상진·엄경영 지음
2017년 대선에서 보수가 장기집권할까, 아니면 진보가 기사회생할까. 두 저자는 급격한 고령화로 보수진영에 유리한 형국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몇 가지 프레임을 제시한다. 특히 마지막 조건은 후보의 경쟁력이다. 선거를 통해 창출되는 현대 권력은 치밀한 준비를 통해 만들어진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자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치열한 검증과 단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권 주자인 김무성, 김문수, 홍준표, 정몽준,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오세훈과 야권 주자인 문재인과 안철수,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 정세균, 손학규, 김한길, 그리고 잠재적 주자인 정동영과 반기문에 대한 스왓(SWOT) 분석도 담았다. 정치에 관심 있는 일반 시민이 정치와 선거를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라의눈, 340쪽, 1만5000원
신이 준 최고의 선물 _ 후지이에 요이치 지음, 이형 옮김
저자는 ‘원자력 에너지가 인류 문화에 기여하는 일’을 찾는 데 한평생을 보낸 일본 최고의 원자력 전문가다. 그의 지론은 “원자력은 신이 인류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자 문명의 이기(利器)”라는 말로 요약된다. 그렇다고 원자력 맹신론자는 아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냉철한 자세로 사고 원인과 배경, 사고 경과와 결말, 사고 조처 과정 등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한 뒤 평가와 반성을 하자는 입장이다.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대안 없이 내걸었던 무조건적인 탈원전, 반원전 주장에 대해 ‘기본과 원칙’으로 되돌아가 신중하게 살피자고 조리 있게 설명한다. 인류가 구석기시대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 한, 바닥이 드러나고 있는 화석에너지 시대 이후를 대비하고자 한다면 원자력은 필수불가결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글마당, 338쪽,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