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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지만, 박순봉(65) 씨에겐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평소 술과 고기를 즐기던 그에게서 어느 날부터인가 몸의 이상 징후가 느껴졌다. 배변도 시원치 않고, 배에 가스가 차면서 통증이 찾아왔다. 통증은 점점 심해져 나중엔 칼로 도려내는 듯 아팠다. 뭔가 이상했다. 부랴부랴 병원을 찾아간 박씨에게 의사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내렸다. 대장암 3기.
주변에서 암 환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박씨는 암이 어떤 병인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지 못했다. 그저 ‘수술하면 낫겠지’ 하는 심정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전히 소화는 안 되고 온몸이 뒤틀리는 고통이 다시 찾아왔다. 6개월 후 다시 찾은 병원에서 박씨는 암이 재발해 대장암 4기까지 진행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두 번째에는 수술을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의사가) 가족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더군요.”
간과 폐까지 전이된 대장암 4기의 경우 생존율은 10%에 불과하다고 했다.
“앞으로 힘들 테니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잘 해주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큰일이 닥치니 눈물도 안 났어요.”
박씨의 아내 이선자(61) 씨는 울지 않았다. 울어서 나을 거라면 몇 달이라도 울었을 것이다. 자신마저 울어버리면 온 가족이 흔들릴까봐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아야만 했다.
그때 박씨의 나이는 마흔여덟. 아이들은 아직 어렸고, 너무나도 살고 싶었다. 뚜렷한 방도가 보이지 않아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하지만 살려면 지푸라기라도 붙잡아야 했다. 어릴 때 증조할머니가 소화가 안 될 때마다 기왓장을 구워 찜질하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소화가 안 되고 배가 찢어질 듯한 고통이 지속할 때마다 아궁이에다 기왓장을 구워 수건으로 감싼 뒤 배 위에 올렸다. 시원한 기분이 들고, 배에 차오르던 가스도 점차 사라졌다.
“체온이 1℃ 높아지면 면역력이 최대 5배까지 올라간대요. 그러니 암 환자들에게 온열요법은 아주 중요합니다.”
암세포는 체온을 떨어뜨려 면역세포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한다. 그러니 반대로 체온을 올려주면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에 대한 공격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때부터 매일 찜질을 통해 체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