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인터뷰|토머스 C. 허바드 주한미국대사

“IAEA 핵사찰, 뜨거운 현안 될 것”

  • 송문홍 < 동아일보 논설위원 > songmh@donga.com

“IAEA 핵사찰, 뜨거운 현안 될 것”

2/2
─말씀대로 북한은 반테러 협약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북한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중동의 테러집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미국의 요청은 이 지역에 대한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 수출 등 과거의 모든 의혹을 벗어 보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다시 말해 북한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가 아니냐는 것이지요.

“미국은 다만 북한의 도움을 원하는 것이지 북한의 과거사를 모두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북한에게 미사일 수출을 중단하라고 촉구해왔고, 한국도 가입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RCR)가 북한에게도 필요하다고 봐요.”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대북정책과 비교해볼 때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엄격한 검증 및 상호주의’라는 말로 집약될 수 있다고 봅니다.

부시 행정부의 이런 입장은 북한은 물론 그동안 햇볕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온 김대중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전임 행정부보다 강경해진 것으로 보일 수 있고,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먼저, 북한은 미국에 대해 작년 11월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체결한 북미 공동커뮤니케에 합의한 수준에서 북미대화를 재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북한의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먼저 저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엄격한 검증’ 혹은 ‘엄격한 상호주의’라는 용어를 쓰는 것부터가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상호주의라는 용어는 한국에서는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거의 듣기 어려운 말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엄격한 상호주의가 아니라 북한의 긍정적인 태도입니다. 검증은 부시 행정부와 클린턴 행정부 모두가 중시해온 것이었고요. 작년 말에 클린턴 대통령이 결국 북한을 방문하지 않았던 주요 원인도 양측간의 미사일 합의를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김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있으며,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어떤 전제조건이나 확정된 의제 없이도 대화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시작하면서 양측이 원하는 의제를 제시할 수도 있겠지요. 미국의 대북정책은 개방된 정책이며, 김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지지하는 정책입니다. 대화를 받아들이냐의 여부는 결국 북한에게 달려 있어요.”

“솔직히 북한 이해 못하겠다”

─다시 한번 북한 입장에서 북미대화 문제를 생각해 본다면, 미국이 북한을 계속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려놓고 있으면서 동시에 북한에 대해 테러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으로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북한은 과거의 테러관련 활동 때문에 그동안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북한과 테러관련 대화를 계속해왔고 1년 전에는 공동 커뮤니케도 발표했습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봅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부시 행정부의 대북 입장이 한미 공조체제에도 얼마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물론 미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해 지지를 표명해왔지만, 한미간에 대북 접근 방법론과 국면마다의 전술 차원에서 차이가 느껴진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꽤 있습니다.

“두 주일 전 중국 상하이에서 김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만났을 때 저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는 것은 느낄 수 없었습니다. 한미 양국 모두가 북한과의 대화를 지지하고 남북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북한이 건설적인 대화에 동참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정치판에서 1년은 개인으로서는 한평생’이라고 말할 정도로 정치적으로 1년은 긴 시간입니다. 당장 남북관계만 해도 작년의 분위기와 올해 분위기는 천양지차입니다.

올해 들어와 남북관계는 3월부터 9월까지 대화가 단절됐고, 여러 사람들이 기대했던 10월 이후도 그냥 넘어가 버렸지요.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를 기피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솔직히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한국과 미국 공히 북한에 대해 대화의지를 표명해왔지만 무슨 이유인지 북한은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일각에선 대국인 미국이 한번 더 양보함으로써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할 수도 있지 않냐고 말합니다만….

“그것은 북한에게 해야 할 질문이라고 봐요. 북한이 왜 한국과 미국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냐는 게 핵심 아닙니까? 모든 건 북한에 달려 있다는 것이지요.”

─그동안 언론에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부시 행정부 출범 초기에 미국 내 일각에서도 제기된 바 있는 제네바 기본합의의 이행 문제도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경수로 건설에 필요한 핵심부품이 북한에 전달되기 전에 북한은 과거 핵개발 활동과 관련한 특별사찰을 받아들여야 한다, 혹은 경수로가 완공되더라도 북한 내부 사정상 실제 가동은 불가능하다는 등의 주장이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네바 합의를 보면 북한은 핵심부품을 전달받기 이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야 한다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습니다. 이것이 합의의 핵심이지요.”

─문제는, 북한이 IAEA의 핵사찰을 받으려면 벌써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서 경수로 공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한 보상만 요구하고 있고, 우리쪽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제기가 없는 상황이고 보면 앞으로 이 문제가 뜨거운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매우 커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북한이 IAEA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에는 몇 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동안 북한에 대해 준비를 하라고 촉구해 왔습니다. 그 일 때문에 경수로 건설이 지연되는 것은 우리도 원치 않기 때문이지요.”

“IAEA 핵사찰, 뜨거운 현안될 것”

─경수로 문제는 북한에 대한 전력지원 문제와도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올해 초 미국에서도 시간도 걸리고 효과도 의문시되는 경수로 대신에 북한과 재협상을 벌여 화력발전소 몇 기를 지어주자는 얘기가 나왔었지요. 한국 정부가 북한에 전력을 지원하는 데는 어떤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이 북한에 전력 지원을 하는 데 대해 우리가 어떤 전제조건을 제시할 수는 없지요. 다만 전력지원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제네바 기본합의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작년 6·15 이후 한국정부는 북한에 대해 집요하게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해 왔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2차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그 자리에서 제기돼야 할 핵심 의제로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십니까.

“두번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우선 그 자체로서 큰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작년에 김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대화의 토대를 마련했고, 김정일 위원장은 답방 약속을 지켰다는 것이 중요한 상징이 될 것입니다.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등 의제에 포함될 사항이 많아요. 아무튼 김위원장이 꼭 답방하기를 바랍니다.”

─미국으로선 향후 남북대화에서 재래식무기 문제도 의제에 포함되기를 바라겠지요?

“물론이지요. 미국은 그동안 재래식무기 문제의 중요성을 계속 부각시켜왔으며, 북미대화에서뿐만 아니라 남북대화에서도 이 사안을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2차 정상회담이 열리게 된다면 그 자리에서도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포함된 상호신뢰구축 방안이 구체화되기를 바랍니다.”

─물론 미국도 향후 북미대화에서 재래식군비 문제를 계속 거론하겠지요?

“우리는 이미 북측에 그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키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물론 이 문제가 민감한 사안이고,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상호간 신뢰구축 방안에 대해서 대화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재래식군비 문제가 향후 북미관계 개선에서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보십니까?

“그렇지는 않아요. 제네바 기본합의, 미사일 문제, 북한의 핵 비확산 노력, 인권, 테러, 재래식무기 등등 우리의 관심사는 광범위합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희망하며 비무장지대의 대결구도와 불확실성이 제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재래식무기가 물론 중요한 요소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미국은 요즘 탄저균 등 테러집단의 생화학무기 위협에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도 세계 3위의 생화학무기 보유국가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은 북한의 생화학무기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습니까? 뭔가 새로운 대비책은 세워 놓았나요?

“정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미국은 모든 나라들이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런 입장을 북한에도 전달했습니다.”

허바드 대사는 부인과 단 둘이 서울에 부임했다. 장성한 두 자녀는 미국에서 대학원과 직장생활중. 전임 보스워스 대사의 경우 대사관 뒤편 순두부집이 단골이었다며 ‘단골 음식점을 찾았냐’고 묻자 그는 환하게 웃으며 ‘아직은 없지만 곧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신동아 2001년 12월호

2/2
송문홍 < 동아일보 논설위원 > songmh@donga.com
목록 닫기

“IAEA 핵사찰, 뜨거운 현안 될 것”

댓글 창 닫기

2020/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