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직격인터뷰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증권인생 24년

  • 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증권인생 24년

3/14
-박회장을 두고 어떤 이는 돈에 대한 ‘동물적 감각’이 있다고 합니다. 투자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실제로 ‘너무 잘 맞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비결이 뭡니까.

“제게는 3가지 큰 투자 원칙이 있습니다. 소수의 입장에서 따져볼 것, 균형감각을 갖고 시장을 냉정하게 바라볼 것, 항상 기본에 충실할 것. 모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소수의 입장에 서는 것입니다. 다수를 따라가면 편하지만 큰 수익은 기대할 수는 없죠.”

-그렇더라도 어떤 원천적 재능 내지는 노하우가 있지 않을까요.

“제게 어떤 ‘예측력’이 있다면 그 상당부분은 독서에 힘입은 것입니다. 잘 보면 시기마다 시장을 끌고 가는 트랜드가 있어요. 그걸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포착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죠. 시류를 읽는 눈은 독서에서 나옵니다. 아무리 잡다한 정보를 많이 접한다 해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당대의 석학들이 심혈을 기울여 저술한 경영·경제·미래예측서는 큰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제게 어떻게 벤처 활황과 IT중심의 경제재편 등을 예견할 수 있었냐고 묻지만 그건 모두 경영서 속에 나와 있는 아이디어였어요.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일로 생각하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뿐이죠.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과 찰스 슈왑의 발전사를 다룬 ‘클릭 앤 모르타르’입니다. 토플러의 책에서 ‘정보화’라는 말을 처음 접했고, ‘클릭 앤 모르타르’에서는 인터넷 시대에 맞는 올바른 기업문화와 비전, 리더십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미래 분석의 핵심은 밸런스입니다. 이건 좀 철학적인 문제인데, 균형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판단 결과는 180도 달라집니다. 제가 말하는 균형감각은 실상을 보는 눈입니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서도 알 수 있듯 눈에 보이는 것이 곧 진실은 아닙니다. 진실은 늘 현상 저 너머에 있어요. 그걸 감지할 수 있는 직관력이야말로 1급 투자가가 갖춰야 할 최고의 자질입니다.

전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자유로에 갑니다. 늘 같은 들과 강물인데 내 마음 상태에 따라 그렇게 달라 보일 수 없어요. 거침없이 뻗은 길을 달리며 현상 깊숙히 숨은 사건의 본질을 포착하고자 정신을 집중하죠. 꼭 투자 건이 아니라 인생에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도 그런 식의 자기 성찰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실패한 경험은 없습니까.

“돌이킬 수 없이 큰 실수는 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동원증권에 다닐 때 직장을 그만두고 싶을 만큼 괴로운 적은 몇 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 위기는 처음 지점장을 맡았을 때였습니다.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았어요. 을지로 네거리를 걷고 또 걸으며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주가지수는 600에서 다시 450선까지 떨어지고 점포는 항의하는 고객들로 시끌벅적했습니다. 도망치고 싶었고 포기하고 싶어요. 정말 용기가 필요한 때였습니다.

두 번째는 1994년 말 압구정 지점장 시절이었어요. 삼성전자 주식이 10만원일 때 고객들을 설득해 약 50만주(500억원)를 샀습니다. 당시는 99% 다 삼성전자 주식은 사지 않는다는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전 1995년에는 반도체 경기가 호황을 맞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정을 하기 위해 하청업체 방문은 물론 공장 여공까지 만나봤어요. 그런데 주가가 자꾸 떨어지는 겁니다. 분명 공장은 3교대 근무를 할만큼 바쁘게 돌아간다는데…. 피를 말리는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주식을 주가폭락 직전인 1995년 말 15만원대에 모두 처분했지요. 덕분에 주가지수가 13%가량 하락한 와중에도 저의 고객들은 20~30%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때 어머니로부터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어요. 한참 힘든 때였는데 어머니가 불쑥 전화하셔서 그러시더군요. ‘내 너한테 부탁 하나 하마. 출세하려고 하지 마라.’ 그 말씀이 제게 많은 용기와 깨달음을 줬습니다.

세 번째 어려움이라면, 이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건데요, 자꾸 구설수에 오르는 겁니다. 실적이 너무 좋으니 밑도 끝도 없는 루머가 자꾸 나돌았어요. 30대 초·중반에는 그것이 견딜 수 없이 괴롭고 불쾌했습니다. 그 때문에 감사도 많이 받았어요. ‘드러난 사람’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라고나 할까요.”

3/14
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목록 닫기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증권인생 24년

댓글 창 닫기

2020/03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