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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적없는 국회의장 이만섭

“이제 ‘국회사전’에 날치기란 없다”

  • 안기석 <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 daum@donga.com

당적없는 국회의장 이만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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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장은 정치부 기자로서 또한 의원으로서 오랫동안 한국 정치를 지켜봤는데 헌정사상 국회가 가장 참담했던 것은 언제입니까.

“자유당 말기의 2·4 파동이 가장 참담했어요. 그때는 무술경위 300명이 국회에 들어와 농성하고 있는 야당 국회의원을 질질 끌고가 지하에 전부 가뒀어요. 그리고 보안법을 통과시켰지요. 그때 내가 동아일보 기자였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는지 취재를 할 수가 없었어요. 화장실에 들어가 엉엉 울었어요. 또 하나, 3선개헌 때 새벽에 본회의장이 아닌 제3별관에서 날치기할 때도 비참했어요. 그리고 YS 야당 총재를 제명할 때 별관에 가서 하지 않았어요.”

-의정활동을 하면서 특히 보람 있었던 때는 언제입니까.

“내가 14대 국회의장 때, 그러니까 1993년 12월2일까지 법정기일내에 예산과 정당법 안기부법 통신비밀보호법을 어떻게 해서라도 통과시켜달라고 당시 YS 대통령이 부탁하는 것을 뿌리쳤어요.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면서 법정기일을 지켜달라고 하기에 ‘그것은 훈시 규정이라 반드시 지키지 않아도 됩니다. 12월31일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가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조항도 있습니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YS가 ‘내가 문민대통령이니 지켜야 한다’고 해요. 그래서 내가 ‘옛날에는 날치기를 반대해놓고 왜 그러십니까’라고 했어요.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했더니 안된다고 그래요. 그래서 나는 끝까지 날치기를 안하겠다고 했어요. ‘법정기일이 되면 제가 다시 전화를 드리지요’라고 말한 뒤 나와버렸어요. 그후 민주계 황낙주 부의장이 통과시키려다가 무산됐어요.

그런데 4, 5일 뒤에 내가 법은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예산은 표결로 통과시켰어요. 그때 보람을 느꼈어요. 그러나 YS는 섭섭했던지 1년2개월 만에 국회의장을 그만두게 됐어요. 16대 들어와서도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드는 국회법 개정안을 운영위원회에서 여당이 날치기를 했단 말입니다. 본회의에서도 그대로 해주기를 바랐지만 끝까지 뿌리침으로써 여당으로부터 섭섭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나는 보람을 느낍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회 운영과 관련해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습니까.

“DJ 대통령은 머리가 좋아서 그런지 국회에 대해서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아요. 전화를 해도 내가 안 듣는다는 것을 아니까 전화도 안해요.”

-지난번 검찰총장 탄핵소추안 때는 청와대나 민주당 핵심으로부터 어떤 ‘암시’가 없었습니까.

“박순용과 신승남 검찰총장 탄핵소추안이 제기됐을 때 여당이 여당 출신 의장을 의장실에 밀어넣고 본회의장에 못 들어가도록 봉쇄했을 때 참 곤혹스러웠어요. 일부 야당의원들은 의장이 미리 알고 있지 않았나 의심하기도 했어요.”

-이의장은 역대 대통령에게 민심을 전하는 직언을 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김대중 대통령에겐 민심과 관련해서 직언을 하지 않았습니까.

“옷로비사건 때는 내가 ‘대통령이 귀국하기 전에 결자해지해야 한다. 김태정씨가 책임져야 한다’고 당간부회의에서 이야기했어요. 상임고문으로서 바른말을 했어요.”

-대통령에게 직언한 적도 있습니까.

“만난 적이 없어요. 내가 성격상 대통령이 불러야 들어가지 자진해서 들어가지는 않아요. 박정희 대통령은 자주 나를 불렀는데 내가 3선개헌 반대하고 난 뒤에는 돌아가실 때까지 한번도 부르지 않았어요. 내가 3선개헌을 반대한 것은 박대통령을 위해서 그런 것이지…. 무리하게 3선개헌을 했으면 유신은 안하는 게 옳았어요. 유신까지 했으니까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겁니다.”

-이제 카리스마 대통령 시대는 끝난 것 같은데 어떤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제는 국민들의 의식이 전부 장관급이고 국회의원급입니다. 절대 속일 수가 없어요. 옛날처럼 카리스마로 누를 수가 없어요. 국민들에게 정직해야 합니다. 정직하게 이야기하고 협조 구할 것은 구하고 심판받을 것은 받아야지…. 제스처나 쇼로는 안됩니다. 다음에는 깨끗하고 경륜이 있는 지도자가 대통령이 돼야 합니다. 역대 대통령이 전부 정경유착과 관계돼 있으니까 도덕적으로 기반이 약합니다. 그 흐름 속에서 권력형 비리가 그대로 쏟아집니다. 국내적으로는 화합을 꾀하고 국제적으로는 협조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외교적 능력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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