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호

“전시 상황 고려하면 F-15가 낫다”

최동진 국방부 획득실장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대우 > hoon@donga.com

    입력2004-09-07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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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X사업 기종 결정은 끝났으나 프랑스의 닷소사는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FX사업은 과연 공정한 경쟁이었을까 최동진 국방부 획득실장과 이브 로빈슨 닷소사 부사장을 만나 쟁점을 들어 보았다.

    -프랑스 닷소사는 FX사업과 관련해 국방부를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청구한데 이어 본소송을 내겠다고 한다.

    “우리는 재판부에 자료를 제공하고 성실하게 답변할 것이다. 닷소측의 주장 중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를 각종 증거를 통해 재판부에 설명할 것이다.”

    -닷소사는 FX경쟁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FX사업에 두 개 업체가 도전해서 한 회사가 탈락했다면, 그러한 주장에 일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FX사업에는 네 개 업체가 도전해서 그중 세 개 업체가 탈락했다. FX사업 경쟁이 불공정했다면 세 개 업체 전부가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 그러나 닷소를 제외한 두 업체는 FX 경쟁의 절차와 결과에 승복한다고 밝혔다. 승복한 두 업체들도 닷소만큼 최선을 다했는데 말이다.



    닷소 측에 대해서는 우리도 할 말이 많다. 그들은 우리 장교를 매수해서 자료를 빼내갔다. 그들은 우리가 평가자료를 조작했다고 하면서도 우리가 무엇을 조작했는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평가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면, 그것은 닷소사가 우리의 내부자료를 빼냈다는 증거가 된다. 이것이 닷소측의 딜레머다. 우리 장교를 매수해 자료를 빼내지 않고는 우리가 조작했는지 안했는지 그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닷소 측의 행위에 대해 우리도 무척 속이 상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고 그들은 업체다. 우리는 전투기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감싸줄 것은 감싸주려고 한다.”

    3개 회사 각서 받아오라

    -그렇게 정정당당하다면 닷소의 요구대로 기종 결정 자료를 공개하면 될 것 아닌가.

    “재판정에 갈 때 우리는 국방연구원·국방과학연구소·조달본부 등 FX 평가에 참여한 모든 기관에서 작성한 보고서와 회의록을 갖고 갔다. 그러나 각 기종의 성능을 평가한 것만은 원본이 아니라 요약본을 갖고 갔다. 닷소 측이 요구하면 이 요약본을 보여줄 생각이었는데, 닷소 측은 요약본을 보지 않고 원본을 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본을 보여달라는 닷소 측의 주장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무시하는 처사다.

    원본에는 4개 전투기를 대한민국의 작전계획에 따라 워게임(war game)을 해본 결과가 실려 있다. 잘 알겠지만 작전계획은 1급 군사기밀인데 그것을 외국 업체에게 공개하란 말인가. 원본에는 각 기종에 대한 장단점 평가도 상세히 수록돼 있다. 이런 자료를 공개하면 전투기를 만든 회사의 기밀이 노출된다. 때문에 국방부는 닷소사에게 다른 3개 회사로부터 원본을 공개해도 좋다는 각서를 받아오면 공개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제의했다.

    우리는 이 사업을 하면서 기종별 평가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문서를 만들어 닷소사를 비롯한 4개 회사 대표로부터 서명을 받은 바 있다. 그렇지만 재판이 열리면 재판부에 한해서는 원본을 볼 수 있도록 제출하겠다. 이번 가처분 소송에서도 우리는 재판부에 원본을 제출하겠다고 했으나, 재판부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며 열람을 거절했다.”

    -닷소는 그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평가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최저 평가점수를 60점으로 함으로써 변별력을 줄인 것이 그런 사례라는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원하는 형의 라팔과 타이푼은 2008년과 2009년에 나올 예정이다. 그때 나오는 라팔과 타이푼이 애초 계획한 성능을 그대로 발휘할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우리는 두 기종이 계획한 성능을 100% 발휘할 것으로 믿고 워게임을 돌렸다. 이것은 라팔과 타이푼에 대한 상당한 배려였다.

    평가 항목별 최저 점수를 60점으로 한 것은 닷소사도 참석한 공청회에서 결정한 조치였다. 최저 점수가 0점인 기종이라면 시험평가를 할 때 벌써 탈락했어야 한다. 시험평가를 거쳐 올라온 기종을 품목별 평가를 하면서 최하 점수를 0점으로 주면 오히려 왜곡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때문에 미국 공군도 전투기 운용시험평가의 배점 폭을 0.6∼1.0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평가 기준은 전투기를 사는 나라가 만든다는 사실이다. 닷소사는 최저 점수를 60점으로 한다는 데 동의해놓고 왜 이제 와서 딴 소리를 하는가.”

    -F-15K는 개발된 지 30년이 다 된 고물(古物) 아닌가.

    “그러한 평가는 참여업체들이 치열한 홍보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다. 그런데 세계 어느 나라가 홍보전의 승패를 보고, 전력무기 도입을 결정하는가. 언론이나 네티즌을 선동해서 어느 기종이 최신형이니 그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몰고 간다면, 우리 사회에는 전문가가 필요 없을 것이다. 무기의 우열과 선택은, 국민들의 선호도 투표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 분야는 매우 전문적이어서 교수들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첫 모델이 나온지 30년이 지났다는 전투기와 30년을 사용한 전투기는 분명 다르다. 30년을 사용한 전투기는 고물일 수 있어도, 첫 모델은 30년 전에 나왔지만 계속 개량돼 최근에 신 모델을 내놓은 전투기는 고물이 아니다.”

    -F-15K를 고물이라고 한 것은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F-15K에 장착하는 APG-63(v1) 레이더는 기계식이지만, 라팔에 탑재하는 RBE-2 레이더는 첨단인 전자식이지 않은가.

    “전자식이 기계식보다 성능이 뛰어나다고 누가 말하는가? 물론 전자식이 최신 기술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기계식을 능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전자식은 선진국에서도 개발 중인 것이라 전자식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없다. 닷소사는 전자식 레이더를 장착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레이더를 탑재한 라팔은 2008년에 생산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F-15K에 달린 기계식이 라팔에 달겠다고 하는 전자식보다 성능이 뛰어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FX사업의 ROC(작전운용성능)에 레이더는 전자식이어야 한다고 규정하지 않았다. 기계식이든 전자식이든 상관없이 이러이러한 성능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성능 비교에서 라팔의 전자식보다 F-15K의 기계식이 더 낫다는 결과가 나왔다.”

    -기계식이 뛰어나다면, 왜 F-15K의 레이더를 전자식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웠나.

    “현재로서는 F-15K의 기계식 레이더를 교체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10년 후쯤이면, 전자식 레이더 분야가 계속 발전해 기계식을 능가할 수도 있다. 전자식 레이더는 미국에서는 2005년, 프랑스와 유러파이터(타이푼) 쪽에서는 2008년쯤 양산할 예정이다. 전자식 레이더가 널리 보급되면 가격도 많이 내려갈 것이다. 주변 나라들이 전자식 레이더를 갖추면 그때는 우리도 이를 가져야 하므로, 보잉과의 가계약서에 쉽게 레이더를 교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설을 미리 갖춰 넣는다는 내용을 넣었다.”

    -F-15K는 덩치가 큰 전투기다. 때문에 한국 공군이 보유한 엄체호(전투기를 넣어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격납고 시설)에는 넣을 수 없다고 한다. F-15K용 엄체호를 짓는 비용만 500억이 넘는다고 한다.

    “그 문제도 세밀히 검토했다. 우리 공군의 팬텀 전투기는 작전수명이 다해 퇴역할 예정인데, 팬텀이 사용하던 엄체호를 F-15K가 사용할 계획이다. F-15K는 F-4 팬텀보다 약간 더 크다. 때문에 팬텀용 엄체호에 F-15K를 넣을 때는, F-15K가 엄체호와 충돌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레일(rail)을 사용할 예정이다. 엄체호 안에 레일을 깔고 F-15K를 레일 위에서만 움직이게 함으로써 엄체호에 부딪치지 않도록 할 생각이다. 전남 광주에 있는 미 공군 기지도 레일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팬텀용으로 만들어 두었던 엄체호를 F-15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레일을 이용해 F-15K를 엄체호에 집어넣었다 빼낸다면, 유사시 F-15K의 출격 속도가 떨어질 것 아닌가.

    “그렇다. 때문에 비상대기용 F-15K를 위해서는 레일을 깔지 않는 보다 큰 엄체호를 지을 예정이다. 40대의 F-15K 중에서 36대는 팬텀용 엄체호에 레일을 깔아 집어넣고, 4대는 새로 큰 엄체호를 지어 그 안에 집어넣는다. 비상대기용 엄체호 4동을 짓는 데는 8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팬텀용 엄체호 36동에 레일을 깔고 내부 수리를 하는 데 40억원 정도가 더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엄체호 부문은 120억원 정도로 해결될 것이다.”

    -문제는 FX 사업비다. FX 사업비는 F-15K를 기준으로 하면 처음 예상했던 목표가보다 무려 1조8000억 원이 더 올랐다. 그 비용은 어디서 염출할 생각인가. 공군 예산을 FX사업에 투입하면 E-X(조기경보기) 사업 등은 예산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텐데….

    “E-X사업은 공군 사업으로 하지 않고 국방부 사업인 C₄I 분야로 돌려, 국방부 예산으로 집행하도록 한다. 사실 사업비 마련은 큰 부담이었다. 때문에 각 사업의 시기를 조정해 사업비를 마련하려고 한다.

    FX의 사업비 집행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기종을 선정하면 우리는 사업비를 연차적으로 나눠 전투기 제작회사에 지불하는데, 이를 ‘연부액(年賦額)’이라고 한다. 연부액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금리 차이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부문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고려하였다.”

    -그렇게 예산 압박이 컸으면 FX 기종을 결정할 때는 응당 가격을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로 봤어야 할 것 아닌가. F-15K보다는 라팔이 싼 가격을 제시했는데 왜 F-15K를 선택했는가.

    “예산 부담이 컸기 때문에 우리는 참여 업체간의 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사업비 분야인 ‘수명주기 비용’에 대해서는 가장 높은 35.33%의 가중치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수명주기 비용은 2005년부터 2008년 사이에 전투기가 들어올 때를 전후해 우리가 연부액으로 지불하는 획득비와, 전투기를 도입한 후 30년 동안 사용하는 과정에서 지출하는 운영유지비로 나뉜다. 운영유지비는 탄약과 수리 부속 값, 유류비 등 제 경비를 포괄한다. 우리는 획득비와 운영유지비에 대해 똑 같은 가중치를 부여했다.

    먼저 획득비 부문인데 가격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정리하면 타이푼, F-15K, 라팔, 수호이-35 순이 된다. 이중에서 결선에 올라온 것이 F-15K와 라팔인데 라팔의 획득비는 F-15K보다 1억8000여만달러 정도 싼 것으로 나왔다. 두 번째는 운영유지비 부문인데, 가격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정리하면 수호이-35, 타이푼, 라팔, F-15K순으로 나왔다. 수호이-35는 우리와 체제가 많이 달라, 40대를 30년간 운용하면 29억 달러 정도의 운영유지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계산되었다.

    반면 F-15K는 가장 싼 17억달러로 나왔다. 이렇게 나온 운영유지비와 획득비를 더해 비교해보니 F-15K가 가장 싼 것으로 계산되었다.”

    -운영유지비 계산 때문에 닷소 측이 반발하고 있다. F-15K와 라팔 간의 운영유지비 차이는 얼마인가. 그리고 F-15K의 운영유지비가 적게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공개하기 어려운 질문인데…. 운영유지비 부문에서 F-15K는 라팔보다 약 2억달러 싼 것으로 계산이 나왔다. 운영유지비와 획득비를 더해보면 F-15K가 라팔보다 싸다는 계산이 나올 것이다. 운영유지비 중에는 탄약 부문이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여기서 F-15K가 크게 우위를 점했다.”

    -탄약 부문은 미사일인데, 미사일의 성능에서는 프랑스 측이 더 낫지 않았는가.

    “라팔에 장착하는 미카 미사일은 F-15K에 장착하는 암람(AMRRAM) 미사일보다 성능이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미카는 비싸고, 라팔에만 달 수 있다. 상대적으로 값이 싸고, 우리 공군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제 미사일을 달지 못하는 것은 라팔이 가진 큰 흠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평시를 기준으로 비교한 것이다. 전시를 염두에 두고 비교하면 라팔은 더욱 불리해진다.

    전쟁이 일어나면 초기에는 엄청난 양의 탄약이 소모되므로, 가격에 관계없이 탄약을 사와야 한다. 그런데 일시에 많은 탄약을 주문하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탄약 가격이 폭등하게 된다. 이때 공급량이 적은 무기일수록 가격이 크게 오른다.

    전쟁이 일어난 나라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때문에 탄약 판매국은 전쟁이 일어난 나라에 대해서는 현찰을 받고 탄약을 판매하는데, 이러한 것이 전쟁을 치르는 나라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라팔은 미카만 달 수 있고 미카는 프랑스군만 사용하는 무기니, 라팔에 장착하는 무기의 가격이 더 많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프랑스보다는 탄약 창고가 큰 나라다. 그런데 미국은 동맹국에게 전쟁비축물자(WRSA:War Reserves Stock for Allies)를 사전배치해 놓고 있다. 이 물자는 미국의 것인데, 전쟁이 터지면 미국의 동맹국은 미국이 전쟁대비물자로 사전배치해 놓은 탄약을 가져다 쓰고 나중에 정산할 수가 있다. 이러한 전시 상황까지 고려하면 미국제가 훨씬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전시를 고려치 않고 평시를 염두에둔 평가에서도 F-15K는 라팔을 앞섰다.”

    -하지만 보잉은 절충교역 70%를 채우지 못했다. 그런데도 F-15K를 최종 선정한 것은 특혜라고 생각한다.

    “절충교역은 투찰(최종 가격 입찰)에 앞서 먼저 했다. 이때는 투찰가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각 업체에서 제안한 제안가를 기준으로 절충교역을 협상했다. 절충교역의 협상 품목은 400여 가지였다. 이렇게 많은 품목을 국방과학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평가기관의 요원들이 업체 사람들과 입씨름을 해가며 협상을 해 교역의 규모를 결정했다. 처음 보잉이 내놓은 제안가는 42억4697만달러였다. 이 제안가를 기준으로 보잉측의 절충교역 금액이 결정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투찰 직전에 연부액의 비율을 공개했다. 보잉은 사업 초기 연부액을 많이 받고 후기에는 적게 받기를 바랐는데, 우리가 내놓은 안은 반대였다. 그러자 금융 비용에 대한 계산이 달라져, 보잉은 44억6688만달러로 최종 투찰을 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보잉은 절충교역 조건을 채우지 못하게 되었다. 때문에 절충교역 부문에서 보잉은 상당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 보잉은 부족한 절충교역 부분을 채워주어야만 우리와 최종 계약을 할 수 있다.”

    -사실상 국내 유일의 항공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보잉사가 선정되기를 바란 것으로 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희망도 FX 기종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끼쳤는가.

    “절충교역 규모를 70%로 올린 것은 나였다. 과거 KFP 사업 때는 절충교역의 규모를 30%로 정했는데 나는 파격적으로 70%로 올렸다.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4개 업체중 한두 업체는 70%를 채우지 못해 자동 포기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둘째는 국내 항공업계를 위한 배려 때문이었다.

    과거처럼 절충교역 규모를 30%로 하면 창정비 기술을 들여오는 것으로 절충교역이 다 소진돼, 국내 항공업체에게는 돌아갈 것이 없었다. 그래서 70%로 올린 절충교역을 다시 100분율로 나눠, FX 기종 창정비에 필요한 기술을 도입하는 데 25%, 한국형 전투기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도입하는데 35%, 그리고 한국의 항공업체들에게 일할 수 있는 물량을 주는 데 40%씩 주도록 했다.

    이렇게 배분하자 국내 항공업체가 아주 좋아했다. 이들은 일감이 없어 애를 먹어왔는데, FX사업을 통해 강제로 일감을 확보해 줬으니 반색을 했다. 한국항공우주는 FX사업이 끝난 후에도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민항기 부품제작을 희망했는데, 보잉이 제시한 민항기 부품이 더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투찰가는 제안가보다 내려가는 게 상식인데 보잉은 거꾸로 올라갔다. 그런데도 우리는 F-15K를 선택했으니 이해하기 힘들다. 반대로 닷소는 제안가에 비해 투찰가를 큰 폭으로 내렸는데 탈락했다.

    “닷소는 51억5000만달러 정도를 제안가로 제시했다가, 최종 투찰 때 42억달러 선으로 크게 내렸다. 그런데 닷소사는 2005년에 8대의 라팔을 인도하고, 2008년에 20대, 2009년에 12대를 인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가 주는 연부액은 미리 받고 전투기는 가급적 늦게 공급하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2005년에 주겠다는 8대의 라팔은 우리가 요구한 작전운용성능(ROC)보다 떨어지는 전투기다. 닷소는 이 여덟 대를 2009년에 우리의 작전운용성능에 맞출 수 있도록 개량해 주겠다고 했다. 우리로서는 전투기를 빨리 들여와 전력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닷소는 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최규선씨 불법 로비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런데 최씨는 국방장관 공관에서 김동신 장관을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최씨가 F-15를 위해 김장관을 만난 것은 아닌가.

    “장관께서는 야인일 때 두세 번 최씨를 만났다. 그때 최씨는 대통령직 인수위에 있던 사람이고, 장관께서는 민주당 안보위원이니 만날 수 있는 것 아니냐. 장관이 되신 후 그가 자꾸 만나 달라고 하니 한 번 공관으로 오라고 하셨겠지. 장관 공관은 상황실도 있는 오픈 된 공간이다. 장관께서는 최씨가 사기꾼인 줄 알았으면 만나주지 않았을 것이다.”

    -장관께서는 FX사업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나.

    “여러 가지를 알고 싶어하셨지만 내가 막았다. 장관께서는 최총 투찰가가 얼마인지 궁금해 하셨지만, 저는 ‘장관님, 그것을 왜 알려고 하십니까. 알아봐야 머리만 아프고 뒷말만 나옵니다’ 하며 알려주지 않았다. 장관께서는 공정하게 대처했다고 생각한다.”

    -국방부는 왜 보잉과 본계약을 서둘러 하려고 하는가. 좀더 가격을 내리도록 협상을 할 수는 없는가.

    “정치 태풍을 피하기 위해서다.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치르다 보면 국가 안보를 위한 사업이 정치 바람에 휩쓸려 날아갈 수도 있다. 그리고 본계약을 하기 전에 우리는 보잉 측에게 최대한 가격을 내리도록 할 것이다. 또 보잉과 맺을 가계약 중에는 이미 우리가 갖고 있는 장비도 있다. 이러한 것을 빼면 가격이 상당히 내려갈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분들의 시위가 1000억원을 절약해 주었는지 모른다. 그분들이 미국에 반대한다는 소리를 질러주었기 때문에 보잉에서 1억달러를 더 내렸는지도 모른다. FX라는 큰 사업은 이렇게 여러 사람이 여러 가지 역할로 참여해 끌고 가는 것이다.”

    -F-15K에 장착하는 무기 중, 관심이 가는 것이 SLAM-ER 미사일이다.

    “미국 보잉에서 개발한 일종의 대지 공격용 크루즈 미사일이다. 원래는 해군용으로 개발됐는데, 공군용으로 개량되었다. 약 300㎞ 날아가 목표물을 가격하는데, 목표물 근처로 가면 미사일 앞부분에 있는 TV 카메라가 작동을 시작한다. 이 카메라가 찍은 영상은 F-15K 후방석에 타는 무장통제사(WSO: F-15K는 앞좌석에 조종사, 뒷좌석에 무장통제사가 탑승한다) 앞에 있는 화면에 나타난다. 무장통제사는 이 화면을 보면서 미사일을 정확히 목표물까지 유도한다. 이것 이상은 기밀 사항이라 공개할 수 없다.”

    -다음 정권에서 청문회를 열어 나오라고 하면 어쩌겠는가.

    “오라면 나가야지. 나가서 당당히 밝히고 설명해야지. 우리의 젊은 장교들이 목숨을 걸고 탈 전투기인데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것을 골랐다고 설명해야 한다. 우리의 애국심도 보여줄 생각이다. 역사 앞에 모든 것을 책임질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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