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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공포가 내 인생을 갉아먹었다”

우울증·자폐·거식증… 마광수 교수의 ‘빼앗긴 10년’

  • 이나리 byeme@donga.com

“검열 공포가 내 인생을 갉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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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인터뷰 동안 마교수는 같은 말을 여러 번 되풀이했다. 비유와 논리 전개에 능하던 달변가의 풍모는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감정표현은 단선적이었으며 종합적 사고에 어려움을 겪는 듯했다.

마교수의 말 속에는 일부 동료들로부터 ‘배신당했다’는 감정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로 인한 피해의식 또한 만만치 않았다. 신승철 박사도 “마교수에게 심한 우울증을 가져다 준 ‘외상’이란 바로 재임용 파문”이라면서 “지금 상태로는 강단 복귀가 결정된다 해도 몸이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00년 6월, 국문과 교수들로 구성된 학과 인사위원회는 ‘논문실적이 없고 학문적 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이유로 마교수에 대해 재임용 부적격 대상 판정을 내렸다. 마교수는 “나는 교수이자 작가인데 왜 논문만 따지고 시와 비평을 쓴 업적은 인정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당시 마교수가 학교에 제출한 ‘업적’은 에세이집 ‘자유에의 용기’·문화비평집 ‘인간’·장편소설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전2권) 등 단행본 3종, ‘소설에 있어서의 일탈미에 대한 고찰’ 등 논문·기고문 6편, 2개의 단편소설과 일간지 연재 장편소설 1편, 시 8편 등이었다.

대학 중앙인사위원회는 마교수의 소명을 일부 받아들여 재임용 문제를 1년간 유예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학과 인사위원회 측은 ‘마교수는 작가로서가 아니라 문학비평 전공으로 임용된 만큼 시 비평이나 문학 비평 이외의 것은 업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또다시 부적격을 상신했다. 결국 마교수는 재임용된 것도 아니고 탈락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상황에 밀려 휴직원을 내고 말았다. 사유는 건강 악화였다.



이 사건은 국문과 내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일부 학부·대학원생들은 “마교수에 대한 부적격 판정에는 학문적 이유 외에 다른 배경이 있다”며 학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격렬히 항의했다. 일부 학생들은 부적격 판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교수들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홈페이지 게시판은 찬반 양측의 격렬한 논쟁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결국 학과에서는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이 사건과 기타 몇 가지 문제들에 대해 국문과 교수와 학생들은 장장 5시간에 걸친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양측간 인식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연대 대학원 국문과 학생회는 일련의 사건과 관련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문제에 대한 백서’를 발간했다. 마교수 재임용 탈락 문제는 ‘백서’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학생들은 ‘사실상 복직된 마교수를 신규 임용 형식으로 받아들여 재임용 심사를 받도록 한 점, 논문 형식의 글쓰기에 대한 비판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창작물을 업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점’ 등을 문제삼고 있다. 이에 대한 인사위원회 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모든 일을 적법한 절차와 원칙, 학자적 양심에 따라 처리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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