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검열 공포가 내 인생을 갉아먹었다”

우울증·자폐·거식증… 마광수 교수의 ‘빼앗긴 10년’

  • 이나리 byeme@donga.com

“검열 공포가 내 인생을 갉아먹었다”

4/9
“검열 공포가 내 인생을 갉아먹었다”

소설 '즐거운 사라'의 표지에 실렸던 마광수 교수의 초상화. 코와 손은 그가 젊은 시절 가장 자신있어 한 신체부위였다.

마광수 교수는 지난해 가을학기, 학부 3학년 과정의 강좌 하나를 맡아 조심스레 강단 복귀를 시도했다. 그러나 올 봄, 그에게는 한 강좌도 맡겨지지 않았다. 가을학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결국 그는 “너무 지쳤다”며 한 동료 교수에게 우편으로 사표를 보냈다. 그러나 사표는 아직 학교에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연대 교무처에서도 “마교수는 현재 휴직중”이라고 밝혔다. 연대 홈페이지 국문과 교수 소개란에도 아직 마교수의 이름이 올라 있다.

‘시대와의 불화’가 앗아간 정기

재임용과 관련 마교수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것은 ‘인간적 배신감’이었던 듯하다. 그의 입장에서 볼 때 부적격 판정을 내린 이들은 자신과 오랜 세월을 함께한 친구이자, 동문, 동료들이다. 때문에 그들의 ‘원칙에 입각한 냉정한 판단’에 큰 충격을 받았던 것.

또 하나 절망스러운 일은 더 이상 강단에 설 수 없다는 것이다. 1990년 이혼 후 자녀도 없이 독신으로 살아온 마교수에게 학생들은 피붙이와 다름없는 존재다. 그가 갖가지 필화(筆禍)에 휘말려 고통받을 때 변함없는 믿음으로 그의 곁을 지켜준 것도 학생들이었다. 이제 마교수는 그들과 정기적·공식적으로 만날 수 있는 통로를 잃어버렸다.

마교수의 한 지인은 “경제적 어려움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마교수는 글쓰고 가르치는 일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경제적 자립능력이 없다. 그런 사람이 학교에서 떨려나고 글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무엇으로 호구를 삼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마교수의 ‘감정 상태’나 주장, 일부 학생들의 비판에만 근거해 학과 인사위원회의 결정을 무조건 매도할 수는 없다. 누군가의 표현대로 ‘당대의 평균적 도덕과 교수 업적 평가 시스템에 기반한’, 있을 수 있는 결정이었음도 인정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동료의 손으로 내려진 재임용 불가 판정이 마광수라는 한 인간에게 치명적 타격을 입혔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사실 마교수가 앓고 있는 우울증은 그 뿌리가 깊다. 마교수의 말대로 10년 전 발생한 ‘즐거운 사라’ 사건이야말로 이 모든 사태의 근본 원인이다. ‘즐거운 사라’가 외설물 판정을 받고 그로 인해 마교수가 구속되는 사태만 없었다면 해직, 복직, 재임용 탈락으로 이어지는 고통스런 과정은 밟지 않아도 됐을 것이었다.

결국 마교수가 ‘죽음에 이르는 병(우울증)’에 시달리고, 그로 인해 사회적·육체적 생명을 심각하게 훼손당하는 지경까지 온 데에는, 그와 ‘표현의 자유 억압’으로 대변되는 ‘시대와의 불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렇게 마교수의 삶을 지탱하는 ‘척수’는 서서히 고갈되어 온 것이다.

4/9
이나리 byeme@donga.com
목록 닫기

“검열 공포가 내 인생을 갉아먹었다”

댓글 창 닫기

2021/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