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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DJ정권, 빅딜 약속 안 지켰다”

6년 만에 물러난 ‘재계의 입’ 손병두 전 전경련 부회장

  • 글: 이나리 byeme@donga.com

“DJ정권, 빅딜 약속 안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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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시장 그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요. 소액주주운동을 하건, 진보적 의견을 제시하는 학자건, 다 시장론자 아닙니까.

“사람마다 시장을 보는 개념이 다 다른 것 같아요. 스스로는 시장경제론자라 하지만 뜯어보면 시장에 개입하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시장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질서예요. 한마디로 교환의 메커니즘인데, 시장을 움직이는 건 천재적 사상가가 아닌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그 자체입니다. 1970년대 중반까지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당연하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정부의 정책실패가 시장실패보다 훨씬 피해가 크다는 게 속속 증명되고 있지 않습니까.”

-소액주주운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그것은 좋은 운동입니다.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논리에 반대가 있을 리 없습니다. 그러나 운동의 방식과 내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어요. 예를 들어 삼성전자만을 집중 공격한다거나…. 뭐 문제가 많은 기업에 대해 그런다면 아무 말 않겠어요. 그나마 국내에서 제일 잘 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그렇게 집요한 공격을 퍼붓는 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해외 여론 형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개혁 과제를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좋은 일이죠. 하지만 특정 기업을 들어 사외이사로 누굴 앉히라거나 주주총회장에서 소란을 피우고 하는 것은 건전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빅딜 쪽으로 돌렸다. 손부회장은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퇴임하면 빅딜 비화를 담은 책을 써볼 생각”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손부회장은 껄껄 웃으며 “아무리 중립적으로 쓴다 해도 누군가의 불만을 살 수 밖에 없는 주제다. 자료는 모아놓고 있지만 앞으로 20년은 더 지나야 집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부회장은 DJ정권의 최대 경제이슈였던 빅딜의 핵심고리 역할을 한 인사다. 재계 쪽 간사로서 정부 쪽 간사인 강봉균 당시 경제수석과 함께 빅딜의 전 과정에 깊이 개입했다. 빅딜 아이디어가 처음 나온 것은 정치권이 분명하지만, 사업구조조정이란 새 방식으로 중복투자 문제를 풀려는 아이디어 자체는 전경련과 5대 재벌의 작품이었다. 당시 손부회장이 공개한 구조조정 방법은 인수합병, 단일법인 설립, 사업양도·이관 등이었다. 이 때문에 손부회장은 당시 언론에 거듭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이란 말보다는 사업구조조정이란 말이 더 정확하니 그렇게 써달라”는 주문을 했다.

-빅딜의 핵심은 반도체와 유화였습니다. 특히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통합이 핫이슈였는데요. 조정하는 입장에서 마음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유화 때는 이미 정부의 의지가 약화된 다음이었고, 반도체 때는 그게 안되면 큰일나는 분위기였어요. 컨설팅 결과 경영권을 현대전자가 갖는 쪽으로 결론이 나자 LG는 이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며 버텼죠. 정부는 정부대로 결론이 났으니 승복하라고 압박을 가했고. 결국 1999년 1월6일 구본무 회장이 청와대에 다녀온 뒤 반도체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 때 사실 구회장이 청와대에 들어간다기에 일이 잘 풀리려나보다 했어요. 그 좀 전에 김중권 비서실장이 반도체 빅딜에 대한 전경련의 입장을 묻더군요. 김우중 당시 회장에게 어찌 처리할까 물으니 ‘종이 한 쪽에는 현대 주장을 쓰고, 다른 쪽에는 LG 입장을 쓰고, 그런 다음 우리 전경련은 무조건 정부 입장을 따르겠다고 쓰라’는 거였어요. 한마디로 입장이 없다는 거죠. 그만큼 민감한 문제였거든요. 어쨌거나 저는 그런 일도 있고 또 경기도 조금씩 호전되는 분위기라 정부 태도가 좀 달라지지 않았겠느냐, 그렇게 추측했어요. 하지만 결론은 구회장이 100% 던지고 나오는 것으로 끝이 났지요.

제 딴에는 중립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그런 결과가 나오니, LG 쪽에서 섭섭해하지는 않을까 싶어 걱정이 됐어요. 제가 현대로부터 무슨 복덕방비를 받은 것도 아니고…. 곤혹스러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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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나리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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