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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GIG코퍼레이션 최승갑 회장

“사스·이라크전 특수, 목숨 걸고 잡았다”

  • 글: 박은경 자유기고가 사진: 지재만 기자

(주)GIG코퍼레이션 최승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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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장래희망이 ‘장사꾼’이었던 최회장은 경기도 이천북고등학교 3학년 재학중 군에 입대했다. 특전사 공수부대 중사로 제대한 뒤 중단한 학업 대신 사업을 선택했다. 제대 후 곧바로 서울에 정착한 것이 1981년, 그의 나이 스물네 살 때였다.

“군대에 있을 때부터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사관으로 입대했기 때문에 군 생활 동안 사병보다 월급이 많았는데, 그 돈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았습니다. 그랬더니 제대할 무렵에 1000만원 정도가 되더군요.”

군에서 구상한 사업은 출판유통 쪽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장소에서 우연히 ‘대박’을 터뜨릴 아이템을 발견했다.

“어느 날 명동 미도파백화점을 둘러보는데 한 매장에서 희한하게 생긴 물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전거업체에서 일본 제품을 본 따 만들어내놓은 시제품이었는데, 보는 순간 ‘바로 저거다!’ 하는 감이 왔습니다.”

시제품이라 판매가 불가능하다는 점원을 어렵게 설득해 물건을 손에 넣은 그는 역삼동에 보증금 100만원, 월세 15만원에 허름한 지하창고를 세내어 (주)백산을 세웠다.



“당시 역삼동은 허허벌판으로 땅값이나 집값이 서울 시내에서 제일 싼 곳이었습니다. 백산이라는 회사명은 북한 신의주 태생인 아버지의 고향마을에서 따왔습니다.”

사업장을 마련한 직후 고향인 대구로 달려간 최회장은 아버지 친구가 운영하던 철공소로 찾아가 입수한 물건 샘플을 내놓고 그대로 만들어줄 것을 부탁했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첫 제품이 바로 1980년대 선풍적 인기를 불러일으킨 ‘스카이콩콩’이다. 긴 쇠봉에 손잡이와 스프링이 달린 점핑 놀이기구 스카이콩콩은 신기한 생김새와 재미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사업을 시작하고 7~8개월 동안 대략 500만개를 팔았습니다. 750원 원가에 도매가가 1800원 정도였는데 그때 벌어들인 돈이 약 5억원이었습니다. 새벽 6시면 타이탄 트럭 수십 대가 회사 마당에서 물건을 싣고 전국으로 출발했습니다. 돌아올 때는 수금한 돈을 싣고 왔지요. 다음날 은행에 돈을 넣기 전에 금고를 열고 돈을 만지면서 이게 정말 내가 번 돈인가 실감이 안 났습니다. 일이 재미있어서 푹 빠졌기 때문에 돈보다 성공에 대한 기쁨이 더 컸습니다.”

첫 사업에서 채 일년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엄청난 부와 성공을 거둔 최회장은 말 그대로 ‘인생역전’과 ‘대박’의 기쁨을 맛보았다. 유사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전국적으로 200개 가까이 생겨나자 최회장은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1980년대 초반, 조만간 영어 조기교육 붐이 일 것이라 예측한 그가 손댄 사업은 초등학생 대상 영어회화 교재 제작이었다. 이 역시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88올림픽과 나라의 ‘배신’

잇따른 성공으로 기반을 탄탄히 다진 최회장은 그동안 벌어들인 돈을 몽땅 쏟아부어 야심찬 새 출발을 했다. 1986년 (주)진성JC를 설립해 88서울올림픽 휘장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그 무엇보다 유망할 듯했던 이 사업은 그러나 그를 철저한 몰락으로 이끌었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던 교민회가 뭉쳐 서울올림픽교민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회장은 브라질 교민회장이 맡았습니다. 우리 회사는 후원회와 계약을 맺고 올림픽조직위원회가 보증을 선 가운데 올림픽에 사용될 등(燈)을 납품했습니다. 성화가 봉송되는 제주부터 서울 메인 스타디움까지 전국 곳곳에 태극 문양이 새겨진 등이 걸렸어요. 저희 회사에서납품한 것이었죠. 그런데 계약금만 받은 상태에서 나머지 대금이 결제되지 않았습니다. 교민후원회와 올림픽조직위원회 양쪽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상태에서 등 제작 협력업체 사장들과 보름 동안 올림픽조직위원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허사였습니다.”

당시 이 사업에 최회장이 투자한 자본금은 15억원. 그 때 발행한 1억5000만원 상당의 가계수표 결제를 하지 못해 결국 회사는 도산을 하고 말았다.

“88올림픽은 흑자를 보지 않았습니까. 국가적 행사에 동참했고 올림픽조직위원회가 보증을 섰으니 당연히 조직위원회측에서라도 나머지 대금을 지불해줘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그게 물거품이 된 겁니다. 그때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최근 몇몇 신문에 최회장의 눈길을 잡아매는 사진 한 장이 실렸다. 월드컵이 끝난 후 어려움에 빠진 관련 기념품 제작업체들이 ‘월드컵 상품 중소기업인 피해대책협의회’를 결성하고 시위하는 모습이었다. ‘월드컵은 4강, 중소기업은 사망’이라는 플래카드가 유난히 두드러져 보였다. 그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무슨 일이 불거지면 책임지는 공무원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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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경 자유기고가 사진: 지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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