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호

대한공인중개사협회 김부원 회장

“공인중개사가 봉인가, 떴다방 잡고 바른 정책 펼쳐라”

  • 글: 최희정 자유기고가 66chj@hanmail.net

    입력2003-07-29 17: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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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공인중개사협회 김부원 회장
    ‘공직자 부동산 투기사례 공개’ 선언으로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대한공인중개사협회 김부원(金富原·60) 회장. “정부의 일관성 없는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공인중개사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맞불작전을 편 주인공이다. 6월초~7월초 한 달여 간 공직사회를 술렁이게 했던 ‘공개’ 방침은 일단 철회됐지만 국세청의 부동산 투기 관련 중개업소 조사가 계속되는 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국세청 조사에 대한 김회장의 대응 방식은 협회 안팎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격려하는 이도 있었지만 정부 길들이기를 위한 엄포용 쇼 혹은 집단이기주의라 비판하는 여론도 만만찮았다. 이러한 사회적 파장을 감수하면서까지 김회장이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사례를 공개하겠다고 나섰던 이유는 무엇일까.

    “공인중개사들이 다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투기를 부채질한 중개업자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는 일부에 불과할 뿐입니다. 대다수 공인중개사들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데, 마치 모든 중개업자를 죄인인 양 몰아붙이는 분위기를 참기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고급정보를 접하는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투기가 부동산 시장 과열에 한몫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더라도 ‘고객’의 명단을 공개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이었을 리는 없다. 부동산중개법상 ‘고객 비밀준수의 의무’에 정면 배치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는 비난과 함께, 심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회장은 “언제까지 국세청의 공인중개사 조사 행위에 두 손 두 발 다 놓고 당하고만 있을 수 없어 어려운 결심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장은 지난 6월 내내 고위공직자 부동산 투기 관련 정보를 수집하느라 국회, 국세청, 지방 공인중개업소 등을 바삐 뛰어다녔다. 처음에는 뭔가 ‘될 것’ 같았다. 투기사례가 조금씩 입수됐던 것이다. 일이 탄력을 받았다고 생각한 김회장은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정보 수집 한 달여 만에 사례 공개는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협회 회원인 공인중개사 대다수가 ‘고객 정보를 누출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며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정보제공을 꺼렸습니다. 이미 정보를 주었던 중개사도 없던 일로 하자면서 되가져가더군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본의 아니게 결국 ‘엄포용 쇼’가 돼버린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할 따름입니다.”

    김회장은 “원래 6월중 명단을 입수해 7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어려울 것 같다. 협회에서 추진한 일이라도 회원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만두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30여 년 이상 부동산 중개업무에 종사하면서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장과 대한공인중개사협회장을 번갈아 맡는 등 남다른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이다. 1999년 10월 대한공인중개사협회를 창립하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김회장이 특히 심혈을 기울여온 분야는 공인중개사 재교육. 더욱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해 효율적 서비스를 펼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부동산 컨설팅이나 부동산 경·공매 교육, 부동산 풍수지리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공인중개사의 실력도 계속 향상돼야 합니다. 그만큼 새로운 지식이 많이 쏟아져나오고 있으니까요. 과거처럼 집 사주고 팔아주는 식의 중개는 한물갔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요. 소비자 입맛이 얼마나 까다로워졌는데요.”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기 위해 부동산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5000만~1억원까지 보상하는 공제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20여 억원을 들여 부동산 거래정보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정보망을 통해 전국 어느 곳의 ‘물건’이든 안전하고 신속하게 거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초창기에 사재를 털어야 할 정도로 재정난에 허덕이던 협회는 이제 본궤도에 올라 회원 2만7000명에 순자산만 24억원이 넘는 흑자 재정을 자랑하고 있다. 김회장은 협회 재정은 이렇듯 좋아졌지만 공인중개사 수입까지 나아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목 좋은 곳에 중개업소 하나 차리려면 몇 억 원의 자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때 그렇게 했다가는 투자비 뽑기도 어려울 겁니다. 목이 안 좋은 곳은 투자비가 적은 대신 수입이 적지요. 공인중개사가 떼돈 버는 직업인 줄 착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1980년대 부동산 붐이 일면서 부동산 투자는 중요한 재테크 수단이 됐다. 더불어 공인중개사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1985년 공인중개사 자격증 첫 시험 이래 해마다 2만여 명의 공인중개사가 배출되고 있다. 한 달에 수십 개의 중개업소가 생겨나거나 혹은 문을 닫는 형국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과거의 ‘복덕방’은 말 그대로 추억 속의 존재가 돼버렸다.

    “복덕방은 말 그대로 복과 덕을 나누는 장소였습니다. 집을 사주고 팔아주는 단순 알선업무는 물론, 동네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했지요. 그런데 1985년 공인중개사 자격증 제도가 생기면서 그런 낭만이 사라져 이제는 옛일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공인중개사는 복덕방 시절의 ‘아저씨’들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날까. 김회장은 “역시 전문성”이라고 대답했다. 공인중개사는 단순히 알선하고 수수료만 받는 사람이 아니라, 자격증 소지자답게 부동산에 관한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집의 구조 및 투자가치를 분석하고 법적 하자가 없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비스 정신도 투철해야 한다. 무턱대고 건수만 올릴 생각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했다가는 ‘이 바닥’에서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 김회장의 주장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는 몇 가지 큰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실시에 따른 건물 위탁관리입니다. 저금리로 인해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요. 금리가 낮으니 상가건물 등을 구입해 임대수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시장 구조가 이렇다 보니 공인중개사들도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전략 수립부터 부동산 유지·관리 노하우 습득까지, 한마디로 능력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세계가 된 거지요. 조만간 부동산 시장이 개방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김회장은 이 같은 업계 흐름에 따라 협회 차원에서 CPM(공인부동산재산관리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CPM이란 국내는 물론 국제 부동산 업무까지 맡아 할 수 있는 전문지식인을 말한다. 미국 현지 교수들이 동시통역을 통해 직접 강의를 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개방되면 해외 투자자도 늘 것이고 전문지식을 지닌 우수 인력에 대한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이 커지고 업무가 전문화되면서 공인중개사의 위상 또한 높아졌다. 과거에 복덕방을 꾸려나갔던 이들은 대개 50대 이후 장년층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고학력자나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직업이 되었다. 잘만 하면 단시간 내에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너도나도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 김회장의 말이다. 한해 20만여 명이 시험에 응시해 열 명 중 한 명이 공인중개사가 되는 형국이니 ‘부동산 고시’ 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도 하다.

    “공인중개사, 지금도 많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도 김회장은 할 말이 많다.

    “흔히 공인중개사를 고소득 직종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중개업소는 2만 개 정도가 적정하다고들 하는데 지금 6만개거든요. 이미 과포화 상태지요. 그 중 정상적인 영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업소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요. 큰돈 번 사람들이요? 불법·탈법으로 투기를 일삼고 부추겨온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공인중개사 시험을 연 1회에서 2회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이는 안 될 말이에요. 지난해에만도 1만8000명의 공인중개사가 탄생한 걸요.”

    노대통령의 연2회 시험 공약은 노령층의 직업 안정과 실업자 구제 차원에서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김회장은 “자격증만 있다고 먹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현실을 직시해달라”고 말했다.

    “실업자 대책이요? 세워야지요. 하지만 실업자 구제한다고 지금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망하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또 시험에 붙는다고 해서 다 장사가 되는 것도 아니에요. 시장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도 되도록 실력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야 할 것 아닙니까.”

    김회장은 현재 실시중인 공인중개사 시험에도 보완할 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은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운영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그 요지다. 시험지 부족사태를 일으키는가 하면, 돈을 받고 시험지를 빼돌리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정부가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김회장은 아울러 “부동산 전문 지식을 갖춘 제대로 된 공인중개사를 배출하려면 건설교통부가 자격시험을 운영해야 한다. 또 시험제도도 지금의 절대평가 방식에서 상대평가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동산 시장 개방 추세에 맞춰 영어, 경제원론 등의 과목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편 포화상태에 이른 부동산 중개시장에 대해 설명하던 김회장은 “요즘 별 일이 다 있다. 변호사들까지 중개사 업무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지나친 일 아니냐”며 문득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협회는 한 변호사가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시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제출한 ‘부동산사무소 개설 등록신청 반려 처분취소’ 소송에 적극 대응해 지난 3월, 승소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변호사 측에서 항소를 제기해 아직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변호사가 할 일이 있고, 공인중개사가 할 일이 따로 있는 것 아닙니까. 법에 대해 잘 안다고 해서 공인중개사 일까지 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요. 정 변호사들이 우리 영역까지 침범해 들어오겠다면 우리도 가만히 앉아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겁니다. 소송 중 부동산 관련 업무는 공인중개사들이 맡아 하겠다고 공언하는 거지요.”

    김회장의 말대로라면 공인중개사는 ‘전문 지식을 갖추고 고객을 위해 종사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중개업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이 그렇게 곱지만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중개업소를 부동산 투기의 온상처럼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회장은 “그런 인식은 모두 정부의 일관성 없는 부동산 정책 탓”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잡으라는 ‘떴다방’ 업자는 놔두고 우리 같은 중개사들만 탓하니 소비자들이 우리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에 가보세요. 무자격 떴다방 업자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투기 붐을 조성하는 것은 떴다방인데, 정부에서 그들을 제대로 단속했다는 소리는 지금껏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부동산 투기 붐을 일으키는 것은 부동산 중개사가 아니라 떴다방 업자예요. 그들을 단속하지 않고서는 부동산 투기도 잡기 힘듭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떴다방 업자들은 놔둔 채 중개업자들만 누르고 있어 결국 정상적 거래마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 김회장의 주장이었다. 행정수도 건설과 관련된 충청지역이나 개발계획이 발표된 지역의 경우, 오히려 많은 중개업소들이 문을 닫는 믿기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도 결국 정부의 과잉단속 탓이라는 항변이었다.

    이중계약서 없애려면

    “또 하나 말할까요. 문제는 떴다방만이 아닙니다. 돈으로 자격증을 빌려 버젓이 장사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마 전체 중개업소의 30%는 될 겁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으니 분통 터질 일 아닙니까.”

    김회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물과 부채’에 비유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 물로 식히고, 경제가 가라앉으면 부동산이란 부채를 통해 경기를 일으키려 한다는 것이다. 김회장은 “그러나 이런 정책은 일시적 효과는 있을지언정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선진국처럼 부동산 유통과 관련한 체계적 통계시스템을 구축해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 거래시 빈발하는 이중계약서 작성에 대해 물었다.

    “지난 6월 검찰은 부동산 거래 중 이중계약서를 작성한 1380여 명을 적발했고 곧 이들을 처벌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물론 이중계약서는 투명한 거래질서 확립과 공평과세 실현을 저해하는 좋지 않은 관행이죠. 하지만 무조건 ‘하지 말라’고 윽박지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집 사는 사람은 취득세, 등록세를 적게 내니 좋고 파는 사람은 양도소득세 적게 내서 좋은데 누가 실거래가로 계약서를 작성하려 하겠습니까. 공시시가나 표준시가에 대한 대대적 보완 없이 소비자의 양심에만 맡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인중개사 업계에서 김회장은 ‘겁 없는 사람’으로 통한다. 어떤 일이든 옳다 싶으면 배짱 하나로 앞뒤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는 스타일 때문이다. 그의 뚝심은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선 장점이 되겠으나 자칫 공인중개사협회를 집단이기주의로 뭉친 단체인 양 인식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선 단점이다. 김회장이 이끄는 대한공인중개사협회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일조하는 전문집단이 될지, 아니면 말 그대로 기존 공인중개사들의 이익 찾기에만 골몰하는 단체가 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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