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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천정배 “대통령 자주 만날 이유 없다”

  • 글: 윤영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yyc11@donga.com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천정배 “대통령 자주 만날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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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분은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쇄신’과 ‘개혁’을 주장해왔습니다. 그 끝은 어디입니까. 세 분의 지향점은 무엇인지요.

“우리가 지나온 길에 대해 사후적으로 이론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답할 만한 체계를 가지고 그것을 향해 매진한 것은 아닙니다.”

-세 분간에 당의장, 상임중앙위원, 원내대표에 대한 역할분담이 있었다는 소문에 대해 아시는지요.

“두 사람은 당의장과 상임중앙위장, 천정배는 원내대표가 되자고 명확한 약속과 구상을 한 것은 전혀 아닙니다. 우리는 패거리가 아닙니다. 패거리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일도 서슴지 않는 무리입니다.

우리는 부정적 패거리정치에 대해 누구보다도 반대합니다. 서로 도우며 함께 가는데 이것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기 때문이 아니라, 추구하는 바가 옳고, 바르고, 생산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같이해 온 것입니다. 지향점은 민주주의 공고화, 시장경제 발전, 시장 실패 대비, 공정시장질서의 문제, 빈부격차 해소문제, 성장과 분배의 조화문제,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의 조화문제 등입니다. 우리는 각자가 과거에 비해 더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이제는 구체적인 지향점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봅니다.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고….”



-지금 정동영 의장이 입각 여부를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입각하는 것이 맞습니까. 만일 입각하지 않는다면 ‘김근태 원내대표 찍어내기’ 음모설이 나올 것 같은데.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고 봅니다. 지금 의장직을 물러날 이유는 없지요. 앞으로도 2년이나 임기가 남았습니다. 100만 기간당원 모집이나 당 기틀 마련 등 해야 할 일도 많고요. 그만둘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정 의장 처지를 생각하면 사실 의장직을 수행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장래를 위한다면 다른 직을 맡아도 된다고 봐요.”

천 대표가 아프게 생각하고 있는 대목을 슬쩍 건드려 봤다.

-천 대표에 대한 세간의 평을 솔직히 말씀드리면 ‘머리는 뛰어난데 가슴이 차갑다’는 겁니다. 알고 계신가요?

“알지요. 수재라고 하는데 그것은 어릴 때 공부 잘했다는 것일 뿐입니다. 저는 오히려 매우 늦된 사람이에요. 저만큼 순진한 사람도 별로 없을 거예요. 차갑다…. 차갑지요. 남한테 배려를 하지는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남한테 서운한 마음이나 앙심을 품은 적은 전혀 없어요. 누구를 미워해본 일도 없고요. 마음에 담아두는 것이 없습니다. 어찌 보면 남한테 미움을 가지기 않기 때문에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선거 나가려고 보니 여러 가지 반성해야 할 일이 많아 반성도 했습니다. 경선유세 때도 원내대표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철저한 반성을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나이가 50이지만 머무르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것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10대나 20대의 패기를 가지고 이대로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도 큽니다.”

확실히 그는 어느 한 곳에 머무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언제나 바쁘고, 언제나 개혁을 지향하고, 바람처럼 왔다가 또 어딘가를 향해 사라지는 그런 스타일이다.

그는 자신의 부족함도 알고 있었다. 5월11일 원내대표 경선유세에서 “선배 동지 여러분께서 진실로 저를 아끼는 마음에서 ‘천정배는 좀더 포용력을 키워야 한다’ ‘천정배는 왠지 불안하다’는 조언을 해주셨으며 경청하고 시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국회법개정안 날치기 후회

내친김에 아픈 부분을 하나 더 건드려봤다. 2000년 7월 교섭단체기준 완화를 위한 국회법개정안 날치기 사건이다. 그는 당시 민주당 수석부총무로서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어주기 위해 날치기를 감행했다. 모두들 의외로 생각했다. 천정배 의원이 날치기의 주역이라니….

-한 가지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2000년 7월로 기억하는데 자민련의 교섭단체구성 요건 완화 때문에 날치기를 시도한 적이 있는데, 그 뒤 정균환 원내총무를 만나보니 “나는 처리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는데 천 수석부총무가 갑자기 처리를 시도했다. 이거 누구한테 말을 할 수도 없고…”라고 하던데 이 기회에 실상을 밝혀주시지요.

“회상하고 싶지 않은 기억입니다. 정 총무께서 당시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저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왜했겠습니까. 저는 순수함의 표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조직적 규율을 잘 지키고 매우 엄격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군대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요. (국회법 개정은) 민주당 정권이 16대 국회를 끌고가느냐 못 가느냐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 기초를 세우기 위해 (날치기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 조직과 정권 차원에서 악역이지만 도리 없이 맡겨진 임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내놓고 보니 ‘정치인이 자기가 싫으면 안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이라면 안했을 겁니다. 방식을 바꾸자고 말하거나, 죽어도 못한다고 말할 정도로 정치판을 조금 알게 됐습니다.”

-개혁과 민생의 병행추진론을 말씀하셨습니다. 또 언론개혁이나 국가보안법 개폐는 힘 있을 때 처리해야 한다고도 하셨지요. 1년이라는 시한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민생과 개혁을 병행추진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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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영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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